체포누군가 요제프 K를 중상모략한 것이 틀림없다. 그가 무슨 특별한나쁜 짓을 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어느 날 아침 느닷없이 체포되었기때문이다. - P9
서들이 있어요. 이제 당신들 것을 보여주시오. 우선 체포영장을 좀 봅시다." "맙소사!" 감시인이 말했다. "당신은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일줄을 모르는군. 지금 누구보다도 가깝다고 할 수 있는 우리를 쓸데없이 화나게 할 작정이군요." "이 사람 말이 맞아요. 그렇게 믿는 게 좋을 거요." 프란츠가 말했다. 그러고는 손에 든 커피 잔을 입으로 가져가지 않고 뭔가 의미심장하면서도 이해할 수 없는 시선으로 한참 동안 K를 바라보았다. 뜻하지 않게 프란츠와 서로 쏘아보는 상황이 되었지만 K는 곧 증명서들을 탁 치면서 말했다. "여기 내 신분증명서들이 있어요." "그래서요?" 키 큰 감시인이 바로 소리쳤다. "어린애보다더 고약하게 구는군. 도대체 당신이 원하는 게 뭐요? 신분증명서니체포영장 같은 문제로 감시인들과 언쟁을 벌인다고 당신의 그 빌어먹을 거대한 소송 사건을 조속히 결말지을 수 있을 것 같소? 우리는 신분증명서 같은 건 알지도 못하고, 하루 열 시간씩 당신을 감시하고 그대가로 보수를 받는 것 외에는 당신 일과 아무 관계도 없는 말단 직원에 지나지 않아요. 우리 신분에 관해 말할 수 있는 건 그게 전부지만, 그래도 우리를 고용한 상급 관청이 이런 체포 명령을 내리기에 앞서체포 대상자의 신원과 체포사유에 대해 상세하게 파악을 하고 있다는 것쯤은 우리도 알고 있소. 거기에는 착오가 있을 수 없지. 나는 말단 부서의 일밖에 모르지만 그래도 내가 아는 바로는, 우리 관청은 주민들에게서 죄를 찾아내는 것이 아니고, 법에 쓰여 있듯이 죄에 이끌려서 감시인들을 보낼 수밖에 없는 것이오. 그것이 법이라는 거요. 거기에 무슨 착오가 있겠소?" "난 그런 법은 모릅니다." K가 말했다. "그렇다면 당신은 더 불리하군." 감시인이 말했다. "그런 법은 아마 - P15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K는 말을 계속하면서 그들 모두를 향해 몸을 돌렸는데, 사진을 보고 있는 세 사람에게까지 기꺼이 그렇게 하고자 했다. "다른 한편으로 이 사건은 그리대단한 사건일 리가 없습니다. 그것은 제가 뭔가 고소를 당하기는 했지만, 정말 고소를 당할 만한 경미한 죄도 없다는 사실에서 내리는 결론입니다. 그러나 그것도 부차적인 것이고, 중요한 건 누가 저를 고소했느냐는 겁니다. 어떤 기관이 이런 일들을 벌이고 있는 거죠? 당신들은 관리인가요? 한 분도 제복을 입지 않았군요. 당신들이 입고 있는 옷은......" 그는 프란츠를 바라보면서 말을 이었다. "제복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여행복에 가깝군요. 저는 이런 물음에 대해 해명을 요구합니다. 그리고 이런 문제들이 해명되고 나면 우리가 서로 아무 유감도 없이 헤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감독관이 성냥갑을탁자 위에 탁 내려놓았다. "크게 착각하고 있군요." - P21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썼다. 그러면서 그는 K에게 말했다. "당신은 만사를 참 단순하게 생각하는군! 우리가 이번 일을 원만하게 마무리 지어야 한다고 생각하시오? 아니, 그건 정말 어림없는 일이지. 당신을 절망시키려는 건 아니오. 아니, 왜 절망해야 합니까? 당신은 체포되었을 뿐이오 - P25
체포되었을 뿐이오. 그게 전부요. 나는 당신에게 그 사실을 알려야 했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이고, 또 당신이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도 보았습니다. 오늘은 그것으로 충분하며, 물론 일시적이기는 하겠지만 우리는 이제 헤어질 수 있습니다. 당신은 지금 은행에 갈 생각이겠죠?" "은행에요?" K가 물었다. "체포된 거 아니었소?" K는 약간 빈정거리는 투로 이렇게 말했다. 그가 청한 악수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특히 감독관이 자리에서 일어선 뒤부터는 이들로부터 점점 벗어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그는 그들과 장난을 치고 있었다. - P25
K는 심리가 열리는 방을 찾기 위해 계단 쪽으로 향하다가 다시 멈취 쳤다. 마당에는 이 첫번째 계단 말고도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개나 더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마당 저쪽 끝에는 또 다른 마당으로연결되는 것 같은 작은 통로가 하나 있었다. 그는 저들이 방의 위치를좀 더 자세히 일러주지 않은 데 화가 치밀었다. 이는 분명 이상할 정도로 무성의하거나 무관심한 대접인데, 그는 이 점만큼은 확실하게짚고 넘어갈 작정이었다. 마침내 그는 첫번째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마음속으로 법원이 죄에 이끌리는 것이라는 감시인빌렘의 말을 되새겨보았다. 그러자 심리가 열리는 방은 K가 우연히택한 계단 쪽에 있을 것이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 P52
그건 곤란하지!" "흥분을 가라앉히고 잘 생각해봐요." K가 말했다. "만일 이 사람들이 처벌받기를 원했다면 내가 지금 이렇게 돈을 써가며 이들을 구해내려고 하지는 않았을 거요. 나야 간단히 이 문을 닫고나가서 더는 아무것도 보지도 듣지도 않고 집으로 가버릴 수 있지요. 그렇지만 난 그렇게 하지 않아요. 오히려 난 진심으로 어떻게든 이들을 구해주고 싶소. 이들이 처벌을 받게 되거나 그리 될지도 모른다는걸 예상했더라면, 이들의 이름을 절대 말하지 않았을 거요. 이들에게죄가 있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으니까요. 죄가 있는 건 조직 자체이고, 죄가 있는 사람들은 고위 관리들이지요." "그건 그래요!" 두 감시인이 이렇게 외쳤다. - P105
그러나 이 문제를 제기해서 진짜 책임을 져야 할 자들. 즉 아직 한 명도 감히 지기 앞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 고위 관리들에게 자신의 힘이 미치는 한 응분의 처벌을 내리리라고 맹세했다. - P108
그는 최근의 골치 아픈 여러 문제들 때문에 에르나를 완전히 잊고 있었고, 심지어 그 아이의 생일까지도 잊어버렸다. 초콜릿 이야기는 순전히 숙부와 숙모 앞에서 그를감싸주기 위해 지어낸 것이었다. 그것은 정말 감동적이었다. 그러니그가 이제부터 그 아이에게 정기적으로 보내주려고 작정한 극장표만으로는 분명 충분한 보상이 되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기숙사를 찾아가서 열일곱 살짜리 여고생과 담소를 나눈다는 것도 현재형편으로는 어쩐지 부적절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 이제 뭐라고 할셈이냐?" 숙부가 물었다. 숙부는 편지 덕에 자신의 조급함과 흥분 상태를 잠시 잊어버리고는 편지를 한 번 더 읽고 있는 듯이 보였다. "예, "숙부님." K가 말했다. "그건 사실입니다." "사실이라고?" 숙부가 소리쳤다. "뭐가 사실이란 말이냐? 그게 도대체 어떻게 사실일 수가 있어? 어떤 소송이지? 설마 형사 소송은 아니겠지?" "형사 소송입니다." K가 대답했다. "그런데 넌 형사 소송이라는 짐을 머리 위에 올려두고 여기 이렇게 조용히 앉아만 있다는 거야?" 숙부의 언성이 점점높아졌다. "제가 조용히 있을수록 결과는 더 좋을 거예요." K가 피곤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 걱정 마세요." "그런 말로 내가 안심할 수있겠어!" 숙부가 소리쳤다. "요제프, 이 녀석 요제프야. 네 자신에 대해, 그리고 친지들과 우리 가문의 명성을 생각해봐! 너는 이제껏 우리의 자랑이었는데, 수치가 되어서는 안 돼. 너의 그 태도 말이야" 숙부는 머리를 비스듬히 기울인 채 K를 바라보았다. "네 태도가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아. 무죄한 피고인으로서 아직 힘을 쓸 수 있는 상황이라면 결코 그런 태도를 취하지 않지. 도대체 무슨 일인지 어서 말해봐. - P115
조카에 관한 소송이라면기억에 남게 되지요. 그건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너는 도대체 왜 그러는 거냐?" 숙부가 K에게 재차 물었다. "아주 불안해 보이는구나." "법원 사람들과 접촉하신다고요?" K가 물었다. "그래요." 변호사가 대답했다. "어린애 같은 질문을 하고 그러냐." 숙부가 말했다. "같은 활동 분야 사람들이 아니면 누구와 접촉하겠습니까?" 변호사가 덧붙였다. 그 말은 조금도 반박할 여지가 없어서 K는 아무 대꾸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선생님이 일하는 곳은 법무부 건물에 있는법원이지 다락방에 있는 법원은 아니겠지요! K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으나, 실제로 그 말을 입 밖에 낼 수는 없었다. "그런데 말입니다." 변호사는 마치 뭔가 당연한 사실을 불필요하게, 그리고 내친김에 설명한다는 투로 말을 이었다. - P129
도 닮았을 리가 없어요. 그분은 거의 난쟁이만 할 정도로 키가 작거든요. 그런데도 그림에서는 저렇게 크게 그리게 한 거예요. 여기 있는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분도 허영심이 엄청 많거든요. 하지만허영심은 나도 많아요. 그래서 내가 당신 마음에 전혀 들지 않는다는것이 정말 속상해요." 이 마지막 말에 대해 K는 레니를 껴안아 끌어당기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녀는 가만히 그의 어깨에 머리를기댔다. 그리고 그녀가 한 다른 말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저 사람은 지위가 어떻게 되죠?" "예심판사예요." 그녀가 대답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자신을 껴안고 있는 K의 손을 잡고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며장난을 쳤다. "또 겨우 예심판사야." K가 실망해서 말했다. "고위 법관들은 다 숨어 있군. 그래도 저 사람은 옥좌처럼 생긴 의자에 앉아있네요." "저건 모두 꾸며낸 거예요." 레니가 K의 손 위로 얼굴을 숙이면서 말했다. "실제로는 부엌 의자에 앉아 있는 건데 의자 위에 낡은 모포를 접어 얹어놓은 거예요. 그런데 당신은 온통 소송 생각만 해야 하나요?" 그녀가 천천히 덧붙였다. "아니, 아니오." K가 말했다. "소송에 대해 너무 생각을 하지 않는 게 문제일 정도죠." "그건 잘못하고 있는 게 아녜요." 레니가 말했다. "당신은 너무 굽히지 않는다고들었어요." "누가 그런 말을 하던가요?" K가 물었다. 그는 자신의 가슴에 와 닿는 그녀의 몸을 느끼면서 숱이 많고 단단히 땋은 그녀의 검은 머리카락을 내려다보았다. "제가 그걸 말해주면 너무 많은 것을 발설하게 되는 거예요." 레니가 대답했다. "제발 이름은 묻지 마세요. 하지만 당신의 잘못이 있으면 고치시고, 더 이상 그렇게 고집을 세우지 마세요. 아무도 이 법원에 맞서 싸울 수는 없고, 결국 자백할 수밖 - P133
에 없어요. 다음번에는 꼭 자백을 하도록 하세요. 그래야 빠져나갈 구멍이 생겨요. 그것이 유일한 기회에요. 그러나 그것도 다른 사람들의도움 없이는 불가능해요. 하지만 그런 도움이라면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직접 도와드릴게요." "당신은 이 법원에 대해, 그리고 거기서 요구되는 사기 관행에 대해 많이 알고 있군요." K는 이렇게 말하고는•너무 세게 그에게 몸을 밀착시키는 그녀를 안아 무릎에 올렸다. "이렇게 해주시니 좋아요." 그녀는 이렇게 말하고는 스커트를 만져서 펴고블라우스도 바로잡으면서 그의 무릎 위에서 자세를 고쳐 앉았다. 그리고 나서 두 팔을 그의 목에 두르고 뒤로 몸을 젖히더니 한참 동안그를 쳐다보았다. "그런데 만일 내가 자백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나를도와줄 수가 없나요?" K가 시험 삼아 물었다. 그러면서 속으로 놀라며 생각했다. ‘내가 도움을 줄 여자들을 모집하고 있군. 처음에는 뷔로스트너 양, 그다음에는 법원 정리의 아내,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시중드는 자그마한 아가씨. 그런데 이 아가씨는 나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욕망을 품고 있는 것 같아. 마치 내 무릎이 자신의 유일한 보금자리인 양 앉아 있군! "그럴 수 없어요." 레니가 천천히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그런 경우에는 내가 당신을 도와드릴 수 없어요. 그런데당신은 내 도움 같은 건 전혀 원치 않으며, 관심도 없어요. 당신은 고집이 세서 다른 사람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아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그녀가 물었다. "당신 애인이 있나요?" "없어요." K가 말했다. "에이, 있을 거예요. 그녀가 말했다. "그래요. 사실은 있어요." K가말했다. "말로는 없다고 했지만, 실은 사진까지 가지고 다니죠." 그녀가 졸라대는 바람에 그는 엘자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아가씨는 그의 -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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