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갈라메뉴 303>, <추억을 꼭꼭 담은 밥상>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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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을 꼭꼭 담은 밥상 - 최승주의 7080 레시피 콘서트
최승주 지음 / 조선앤북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표지와 제목부터 정말 옛 시절, 특히 학창시절의 추억을 꼭꼭 담고 있는 느낌 그대로였다. 요즘이야 학교에서 급식을 하지만 나의 학창시절을 도시락과 함께였다. 특히 고등학교 때는 도시락 까먹는 재미가 있어, 잔인한 입시지옥에서 간간히 견디며 우정을 키우고 추억을 간직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학창시절과 도시락은 결코 따로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이다. 친구들과의 도시락 반찬을 나눠먹는 즐거움, 때로는 정성 가득한 도시락 반찬에 남몰래 부러움과 질투가 섞이기도 하였는데, 이 작은 요리책 <추억을 꼭꼭 담은 밥상>은 지난 시절을 더욱 그립고 아련하게 만들었다.
가끔 지난 시간의 그리움을 달래는데 빨간 ‘소시지전’ 만큼 좋은 것도 없는 것 같다. 손쉽게 할 수 있으면서 조금만 정성을 담으면 색다르게 변신을 할 수 있는 마술과도 같은 반찬 중에 하나로 그 어떤 날보다 더욱 풍성한 식탁을 보장받는 기분이다. 이다. 요즘이야 아주 좋은 것이 넘쳐나는 세상이지만, 어떤 한 음식이 시간을 초월하여 이야기를 담고, 또 다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은 그 어떤 맛난 음식보다 값진 것 같다. 그 기분 좋은 시간을 자꾸 즐기고 싶은 마음에 수시로 펼쳐보게 된다. 그렇게 수많은 이야기를 쏟아내는 추억 속 밥상이 한 가득 차려진 것이 바로 <추억을 꼭꼭 담은 밥상>이었다.
'7080레시피 콘서트'란 부제에 걸맞게 행복과 열정이 넘치는 콘서트장의 열기를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과장은 아닐 것 같다. 눈에 익은 여러 먹을거리는 그저 상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혀끝이 생생하게 기억하는 아련하고 정겨운 맛이었다. 가족과 친구들과의 고았던 추억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였다. 익숙하지 않고 생소한 맛을 추구했던 기존의 다른 요리책과는 분명 차별화된 정겨움이 살아있는 따뜻한 밥상이었다. 그리고 무척 그리운 맛인데 이름도 몰랐던 음식들은 더없이 반가웠다. 튀각이란 음식이 특히 그랬는데, 가물가물한 기억 속, 그 달콤한 맛이 더욱 혀끝을 자극하는 것 같다.
단순한 요리책이 아닌 하나의 앨범이었다. 정말이지 앨범을 펼치는 기분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것 같다. 한 장의 사진을 보면서 떠오르는 장면 장면에 웃음꽃을 피우게 되는 것처럼, 수 십가지의 다채로운 요리들은 마치 한 장의 사진 그 자체였다. 그 음식에 담긴 정겨운 풍경이 마음 속 깊이 파고들었다.
또한 이것은 모두 어머니의 손맛이었다. 어쩌면 너무도 흔하게 즐겨먹으면서 고마움마저 잊은 채 살았던 부모님의 은혜를 이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추억을 꼭꼭 담은 밥상>과 함께 절로 생각하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정말 내겐 그랬다. 아무리 흉내 내고 싶어도 결코 따라갈 수 없는 어머니의 손맛, 그 그리움을 가슴에 새기는 시간이었다.
또한 앞으로의 내 삶에서 이런 많은 추억을 간직하고 훗날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는 나만의 식탁, 따뜻하고 정겨운 밥상을 차릴 수 있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