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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수요일 토요일
페트라 펠리니 지음, 전은경 옮김 / 북파머스 / 2025년 8월
평점 :
#도서협찬✨️
사라져가는 기억과 지워지지 않는 마음이 만나는 이야기📚
기억을 잃어가는 노인 후베르트, 삶의 끝을 바라는 소녀 린다. 두 사람은 매주 월요일, 수요일, 토요일에 마주 앉아 서로의 시간을 나눈다.
린다의 관점에서, 아주 짧은 챕터들로, 린다만의 언어들로 구성되어 있어 린다의 일기장을 읽는 기분이 든다.
린다는 후베르트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들을 목
소리로 되살려주고, 후베르트가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소녀에게 작은 빛이 된다.
거대한 사건도 음모도 없이 조용히 독자의 마음을 건드리는 책이다.
잊혀지는 것 속에서 쌓여가는 정, 사라지는 것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
전혀 다른 두 사람이 만들어내는 날들의 온기가, 누군가의 곁에 머문다는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7.
자동차에 뛰어들어야겠다. 사람들이 내 주위로 몰려들어, 눈이 휘둥그레진 채 피가 흐르는 상처를 빤히 보겠지. 내 왼팔이 제대로 놓이면 팔 아래쪽에 새긴 검치호가 보일거다. 세상이 멈추고, 드디어 누군가 소리 내어 말할 테지.
"이 아이는 도움이 필요해!"
65.
후베르트가 이제 더는 안마당으로 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몇 주 전부터 그는 호흡이 가쁜데, 나는 개인적으로 이게 참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치매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건가. 안마당은 후베르트에게 늘 좋은 영향을 주었다. 돌판에서 올라오는 온기. 보리수나무가 내는 솨솨 소리. 지붕에서 비둘기들이 구구거리는 소리. 방금 깎은 잔디 냄새. 그리고 여러 가지 색깔. 그런데 색깔로 말하자면 그는 이미 오래전부터 목덜미를 젖혀 하늘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자기 코앞에 있는 색깔밖에 못 본다. “고개를 뒤로 젖혀요. 할아버지, 내가 어떻게 하는지 보세요.” 나는 그에게 알려주려고 애썼고, 지켜보는 사람이 없을 때면 그의 머리를 이리저리 돌려보기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후베르트가 야외 수영장과 안마당, 하늘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케빈과 나는 음향 녹음이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됐다.
119.
후베르트와 에바와 나. 이 관계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우리가 제일 친한 친구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면 과장이 될 테지. 우리는 서로를 느낀다. 서로 파고들거나, 그게 아니라도 어쨌든 서로에게 다가가는 물결 또는 아이들이 손으로 하는 놀이와 비슷하다. 제일 위에 있는 손 위에 다른 손이 놓이고, 제일 아래에 있는 손이 빠져나와 다시 제일 위에 놓이고, 이런 식으로 계속된다. 감정과 분위기와 몸짓이 쌓인다. 어떤 때는 후베르트의 으르렁거림이, 또 어떤 때는 에바의 국가가, 또 어떤 때는 내 유머가 위에 놓인다.
216.
나는 후베르트의 시선이 헤엄치며 지나가는 오리 한 쌍을 좇는 걸 지켜본다. 거의 알아채지 못할 만큼 그가 살짝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음 순간 얼굴 전체에 웃음이 퍼진다. 그가 ‘오리들 봤어?’라고 말하는 것처럼 나를 본다.
나는 싱긋 웃고서, 자기를 이곳에 데려다주어 고맙다고 그가 인사하는 모습을 상상한다. 하늘은 파랗고, 햇살은 부드럽고, 그의 표정은 느긋하다. 나는 이런 걸 상상했던 것 같다. 이 일에 비해 너무 큰 것 같은 기쁨을 느낀다. 이게 마치 나의 성공이라는 듯이 내 내면에서 뭔가가 환호한다.
나는 사랑을 담아 내 손을 그의 등에 올려놓는다.
#월요일수요일토요일 #페트라펠리니 #북파머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진심으로 서평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