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부랑 할머니는 어디 갔을까? - 제4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
유영소 지음, 김혜란 그림 / 샘터사 / 2015년 10월
평점 :
품절



정채봉 문학상 대상을 받은 동화라는 점에 눈길이 가 실로 오랜만에 읽은 동화책입니다. 업무 역량과 관련된 책을 읽기에도 버거운데 웬 동화냐 싶지만 동화라는 특성상 책이 두껍지도 않을뿐더러 재미있는 이야기 속에 깨달음도 얻을 수 있어 오히려 제겐 힐링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책 제목에서 어릴 적 불렀던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고갯길을 꼬부랑 꼬부랑 넘어가고 있네라는 동요 가사가 연상됩니다. 제목에서 눈치 채셨을 수도 있지만 사실 꼬부랑 할머니가 도착한 오두막에는 원래 살던 다른 꼬부랑 할머니가 있었습니다. 그 꼬부랑 할머니가 집을 비운 사이 새로 도착한 꼬부랑 할머니가 이 곳에서 지내기로 하고, 평소 오두막을 찾아오던 다른 등장인물들은 새로 도착한 꼬부랑 할머니가 이전의 꼬부랑 할머니인 줄 알고 있죠. 진짜 꼬부랑 할머니인 척 해야하는 할머니와 진짜 꼬부랑 할머니라 생각하는 등장인물들이 펼치는 세 편의 연작동화 <꼬부랑 할머니는 어디 갔을까?>, <나랑 같이 살 사람 여기 붙어라>, <신통방통 인절미 대작전>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주인공인 꼬부랑 할머니 외에 달걀 도깨비, 메산이, 반쪽이, 아기장수, 호랑이 등 옛 이야기 속 인물들이 등장해 풍성한 이야기를 만들어 냅니다.



서로 다른 옛 이야기 속 인물이 함께 등장하는 건 마치 슈렉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그 인물들이 우연한 사건이 겹치면서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건 마치 러브 액츄얼리를 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아마 한국의 옛이야기를 많이 접한 아이들이라면 다른 책에서 만났던 인물들이 등장해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만으로도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심사 당시 심사위원 모두가 망설임 없이 뽑은 작품이라고 하는데요, 판소리 사설조와 구수한 구어체 문장이 일품입니다.


옛날에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지팡이를 짚고 꼬부랑꼬부랑 길을 나섰대.

꼬부랑 열두 고개 꼬불꼬불 산길을 꼬부랑꼬부랑 넘는데, 얼마나 힘든지 몰라.

꼬부랑 열두 고개를 어찌어찌 다 넘으니, 꼬부라진 오두막이 보이지 뭐야.



첫 번째 이야기 <꼬부랑 할머니는 어디 갔을까?>를 시작하는 문장입니다. ‘꼬부랑이라는 단어를 잘 활용해 읽은 재미가 느껴집니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부모님들은 이런 운율을 잘 살려주시면 책 읽는 시간이 훨씬 즐거워질 것 같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대로 우연한 사건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도 읽는 재미를 더합니다. 특히 세 번째 이야기인 <신통방통 인절미 대작전>에 등장하는 호랑이의 떡에 대한 열정은 어수룩한 모습과 어우러져 웃음을 유발합니다.



재미있는 이야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교훈도 얻을 수 있습니다. 꼬부랑 할머니는 욕심이 많아 사람들에게 바우골 심술쟁이 늙은이로 불리던 인물인데요, 그 아들 또한 그 성격을 그대로 물려받았는지 늙은 어미의 재산을 쫓아낸 겁니다. 그래서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꼬부랑 길을 나서게 된 거죠. 심술쟁이 꼬부랑 할머니는 오두막을 찾아오는 손님들이 정을 나누는 모습을 보며 조금씩 변해갑니다. 함께 나누고, 서로 돕는 모습에서 우리에게 꼭 필요하지만 잊고 있는 미덕을 생각하게 됩니다.


정채봉 문학상 심사위원은 추천사에서 미덕은 사람이면 누구나 갖추어야 할 바른 마음이고 사람이 지닌 가장 향기로운 것이라고 합니다. 꼬부랑 할머니와 함께 온 가족이 모여 아름다운 향기를 풍겨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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