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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나간 마음을 찾습니다 - <유희열의 스케치북> 정민선 작가가 그려낸 선연한 청춘의 순간들
정민선 지음 / 시공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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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시 어느 동네에나 한 명쯤은 있다는 미친 여자를 본 적이 있는지. 속치마를 겉에 입고 다니기도 하고, 머리에 꽃을 꽂기도 했다는 그런 미친 여자 말이다. 그 실체를 보았건 보지 않았건 우리는 그 여자의 차림새를 충분히 예상을 할 수 있다. 때에 찌들고 여기저기 찢겨나가 절대로 제정신으로 입었다고는 생각되지 않을 그런 차림새. 아마 슬쩍 보고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이맛살을 찌푸리게 만들 비범한 차림새일 것이다. 그런 차림새가 치마자락이라고 무사할까? 여기저기 무언가 묻어있고, 때가 타서 빛을 바래져 있을 것이고, 누군가의 발이던 자기의 발이던 가리지 않고 밟혀서 튿어진 부분도 많을 것이다. 누군가 보살펴주지 않는 성치 못한 여자의 치맛자락. 난 청춘이 그런 치마자락 같다는 생각을 했다.  

  중고등학교 학창시절, 사춘기와 함께 찾아오는 성난 파도와 같은 시기와는 달리 청춘은 열정과 불안함, 그리고 넘치는 애정과 그에 대한 두려움, 시작에 대한 설레임과 거절에 대한 좌절등 여러가지 감정이 뒤죽박죽으로 혼재되어 있는 또다른 사춘기이다. 나이가 어리기에 사랑에도 일에도 열심히고 싶지만, 경험도 없고 가진 것이 없기 때문에 거절당하기 쉽고 때문에 곧잘 주눅이 들며 때로는 빽하고 지르고 싶어지는 자신도 자신을 제대로 컨트롤하기 힘든, 질풍노도의 시기. [집 나간 마음을 찾습니다]는 그런 청춘의 단상을 고스란히 옮겨담은 에세이 집이다. 아마도 작가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겠지 싶다. 사랑에 설레이고 행복해하다가도 질려하고 지치고 헤어짐에 원망하고 슬퍼하다 후회하기도 하는, 나와 비슷한 청춘. 

 그래서 살짝 유치하기도 하고, 식상하기도 하다. 나와 비슷한 삶을 살아가는 또 한 사람의 글을 통해 다들 비슷비슷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 모두가 꿈꾸는 드라마틱한 인생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 같기도 하다. 때문에 책을 읽으면서 감정 정리가 잘 되지 않았다. 누군가의 일기를 훔쳐보는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내가 알지 못하는 사람도 나처럼 질풍노도, 미친 여자의 치맛자락같은 청춘을 견디어 내고 있다는 사실이 내 청춘을 확인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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