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쪽에서 온 마녀'가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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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 Just Stories
박칼린 지음 / 달 / 2010년 11월

   보는 이로 하여금 위축감이 들게 할 만큼  날카로운 눈빛, 어떤 상황에서도 꼿꼿하게 허리를 곧추세운 당당한 모습. 그녀를 보면 ‘카리스마’라는 단어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서쪽에서 온 마녀’, ‘명창 박동진의 애제자’ 그리고 ‘남격의 칼린 쌤’. 그녀를 지칭하는 수식어는 이렇듯 다양하다. TV의 한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그녀이지만, 사실 그 전부터 그녀는 뮤지컬계의 유명 인사였다. 불과 십 수 년 전만 하더라도 불모지였던 한국에 뮤지컬이라는 신 문화사업의 시작을 함께 했고, 그 후로 지금까지 ‘음악감독’으로서 정열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그녀는 TV를 통해 언론의 주목을 받기 그 이전부터 자신의 분야에서 인정받는 인물이었다. 

  박칼린, 그녀는 이국적인 외모로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끈다. 동양인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뚜렷하고 시원스런 이목구비와 훤칠한 키, 거기에 언제나 당당한 자세까지. 그녀를 한 번 본 사람이라면 쉽게 잊히지 않을 정도로 그녀의 존재감은 확실하며, 뚜렷하다.  리투아니아 출신 어머니와 한국의 부산 출신 아버지가 물려준 혼혈 특유의 외모는 그녀가 대중의 관심을 끌게 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비단 그녀의 외모만이 그녀가 이토록 열광적인 대중의 관심과 인기의 대상이 된 그 이유의 전부는 아니다.  

  혼혈이라는, 어찌 보면 한국에서는 환영받지 못하는 외모적인 조건을 가졌음에도 언제나 당당하고 열정적인 그녀가 대중의 관심을 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거기에다 자신이 맡은 일에서는 독하다 싶을 정도로 철두철미한, 하지만 공적인 부분에서 벗어난 그녀의 위트와 미소는 대중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러한 관심은 자연스레 ‘칼린 쌤’이나 ‘ 마녀 박칼린’이 아닌 ‘자연인 박칼린’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어졌다. 

  박칼린의 [그냥 : )]에는 그러한 대중의 호기심을 채워줄 그녀의 소소한 이야기들이 가득 차 있다. 매일 아침 따뜻한 포옹으로 아침을 깨워주셨던 자애로운 어머니와 혼혈 자녀가 비뚤어진 인식을 가질까봐 눈물을 보이셨던 따뜻한 아버지. 1년에 몇 번 모이기 힘들지만 모이기만 했다하면 똘똘 뭉쳐 수다타임을 가지는 자매들. 거기에 박칼린의 인생에 ‘음악’과 ‘인생’의 멘토이자 스승이 되어주었던 소중한 인연들까지. [그냥 : )]에는 박칼린이라는 사람을 만들어주고 옆에서 지켜준 중요하고 소중한 사람들과의 만남들이 담겨있다. 또한 뮤지컬 ‘명성황후’을 시작을 함께하면서 한국에서 처음으로 뮤지컬을 제작하는데 일조했던 그녀의 일화들을 통해 천직인 ‘음악감독’으로서 활약하는 박칼린의 모습과 일에 대한 그녀의 생각과 확신에 넘치는 의견을 들어 볼 수도 있다. 

  책을 집어들고 아무 페이지만 펼쳐들고 읽어도 될 정도로 소소하고 일관성이 없어 보이는 박칼린의 [그냥 : )]. 이 책은 제목처럼 ‘그냥’ 쓰인 책 같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부터 ‘책’으로 만들어지기 위해 쓰여진 원고가 아니라 일기장에 두서없이 써내려간 ‘기록’같다는 느낌? 그야말로 ‘그냥’ 막연하게 쓰고 싶어서 쓴 이야기들이 하나, 둘 모여서 마침내 좋은 시기를 만나 책이 되어 세상에 나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의 흐름을 따라서 서술된 것도, 어느 한 주제에 관한 심도 있는 의견을 제시하는 것도 아니지만, 책을 읽고 나면 박칼린이란 사람이 어떤 삶의 경로를 지나왔는지, 그 경로에서 어떤 경험을 하면서 어떤 가치관을 형성하였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갈 사람인지 알게 되는 것 같았다. [그냥 : )]은 박칼린이 그냥 막연히 친한 내 친구가 되어 서너 시간쯤 내게 떨어대는 수다 같은 책이다. 박칼린이 떠들어 대는 수다같은 [그냥 : )]은 박칼린에게 관심과 호기심을 가진 대중들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좋은 해설집이 되어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