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인도영화하면 발리우드,춤과 음악이 곁들여진 영화라고 생각된다. 누가 봐도 인도영화인걸 알아챌정도로 특색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인도배우들이 연기한 인도 영화임에도 인도의 향기는 많이 나지 않는다. 그런면에서 더 많은 관객들에게 어필할수 있지 않나 싶다. 무엇보다도 소재가 남녀노소 누구나 공감할수 있고 감동을 느낄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자칫 지루하고 교훈적인 이야기가 될것같지만 배우들의 연기력과 강한 호흡은 감동을 배가시킬 뿐, 지루함은 날려버렸다.
맏딸 미셸이 듣지도 보지도 말하지도 못한다라는 판정을 받았을때 부모의 심장은 참담했을 것이다. 특히 영화속 배경인 1940년대는 장애아들에 대한 제대로 된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은 시점이었다. 장애인이 정신병원에 가는 일이 수두룩했던 그 당시, 미셸 또한 그런 위기에 처하게 됐다. 아이에게 '배움'은 절대적인 것이고 인생을 꾸려나갈수 있게 해줄 약 이었지만 부모가 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아이에게 사랑을 줄순 있지만 교육을 시킬순 없었기 때문이다. 마치 짐승처럼 날뛰며 사고를 치는 미셸에겐 전문적인 손길이 필요했다.
미셸의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잡은 지푸라기는 사하이 선생님이었다. 그렇게 사하이 선생님은 미셸의 인생에 들어오게 되었다. 손으로 밥을 먹고 가는곳마다 사고를 일으켜(고의는 아니지만) 누구도 통제할수 없었던 미셸. 그런 미셸을 사하이 선생님은 끈기를 가지고 가르쳤다. 스푼으로 밥을 먹게 만들고 끊임없이 단어를 팔에 적어 알려줬다. 사람들은 A,B,C 부터 단어를 익히지만 미셸에겐 B.L.A.C.K를 가르치며 미셸에게 세상을 알려주려고 했다.
자신의 모든것을 쏟아부은 사하이 선생님. 하지만 가르침은 쉽지가 않았다. 미셸에게 사물과 단어를 매치시키는 작업은 힘들었고 효과 또한 미진했다. 정해진 시간이 다가오는데 미셸은 더디게 변화를 보였고, 심지어는 예전의 나쁜 버릇을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가장 큰 고비가 닥칠때마다 가장 큰 변화를 보였다. 미셸의 버릇없는 행동에 화가난 선생님은 분수에 미셸을 집어넣는데 그 일로 'WATER의 기적'이 일어났다. 어느새 훌쩍 자라 대학생이 된 미셸이 몇년 동안 낙제를 하면서 갈등이 생길때도 마찬가지였다. 타자 속도가 너무 느려 시험을 제대로 칠수 없게 되자 사하이 선생님과 미셸은 의견차를 보이며 대립한다. 그때 미셸이 자신의 분노를 타자기로 연신 치는데 전과는 비교할수 없을만큼 빠른 속도였다. 이렇듯 매 고비마다 그들의 기적은 하나하나 이루어진다. 이런 부분이 작위적이게 느껴질수 있지만, 워낙 배우들의 연기가 좋다보니 그렇게 느끼지 않게 된다.
영화는 사하이 선생님과 미셸의 도전과 더불어 미셸의 사랑 부분에도 초점을 둔다. 어느새 숙녀가 된 미셸은 여동생의 결혼을 계기로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평생 누구의 아내와 여자가 되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깨닫게된다. 그리고 주변의 유일한 남자인 사하이 선생님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난 이 부분이 좋았다. 그녀는 청각장애인, 인생역전 스토리의 주인공이기 이전에 아름다운 여성이었던 것이다. 그녀도 사랑을 받길 원하고 키스를 하길 원했다. 그녀를 장애인이 아닌, 한 여성으로서 부각시켜준 장면이라 좋았다 .
사하이 선생님이 없었더라면 미셸은 밝은 성격을 가지지도, 대학을 다니며 꿈을 꾸지도 못했을 것이다. 항상 미셸의 곁에서 그녀의 손과 발과 눈이 되어준 사하이 선생님. 그래서 미셸은 자신이 이루어낸 꿈을 선생님이 가장 먼저 봐주기를 바란다. 병에 걸려 기억을 상실하고 거동도 불편한 선생님에게 자신이 배운것을 알려주는 미셸. 함께 눈 내리는 풍경을 바라보는 그 장면이 너무 따스하고 예쁘고 눈물이 났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배우들의 연기가 압권이었다. 짐승처럼 날뛰는 어린 미셸을 연기한 아역배우도 좋았지만, 성인 미셸을 연기한 라니 무커지, 사하이 선생님의 아미타브 바흐찬의 연기가 최고였다. 그들의 연기가 있었기에 영화는 더 빛날수 있었고 쉽게 잊혀지지 않을 작품이 되었다. 익숙한 스토리라 자칫 밍밍해지고 지루해질수 있을 작품을 배우들이 멋지게 살렸다. 장면 하나하나가 오롯이 남는 작품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