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5일이 입하인데 봄은 어디에? 어릴 적 불렀던 재미있는 노래가 생각난다.

“봄은 어디에? 봄은 어디에? 봄은 봄은 친구들 눈동자에…”

그 후 많은 세월이 흘렀다. 그 친구들은 어디에...

어린 시절. 나에게 공부는 부담이었다. 기억 속 대부분의 어린 나는 놀고 있다. 학교가 끝나고 허겁지겁 숙제를 끝내면, 남은 오후시간을 오롯이 우리만의 것이 될 수 있었다. 봄 버드나무는 긴 속눈썹길이 마냥 뾰족이 자랐다. 그 연하디 연한 잎이라니! 그 부드럽게 휘어지는 가지라니!

가지에 물이 올라 와 있을 바로 이때, 버드나무피리를 만들기에 가장 좋은 때이다. 가지를 꺽어 한 쪽을 살짝 비튼 다음 껍질을 살짝 벗겨서 ‘삐삐’피리를 불어댄다. 버드가지의 고통은 아랑곳없이.

어릴 때는 운도 좋았던 것 같다. 별로 힘들이지 않고 좋은 것들을 찾을 수 있었다. 가늘고 긴 대나무를 발견할라치면 제비연을 만들었는데, 이 연을 어른들이 도와줘야 완성할 수 있었다. 보통때는 팔괘연을 만드는데, 연의 전면을 등분하여 색을 칠하거나 색지를 붙여 만든다. 여기에 붙이는 종이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으면 그냥 신문지등을 붙이지만, 신경을 좀 쓴다면 중간의 물고기를 그려 넣기도 한다. 어떤 때는 그것이 마를때를 기다리지 못하고 입으로 불어 말리기가 일쑤였다.

종이가 연에 붙어다싶으면 그것을 들고 들판으로 달려나간다. 팔괘연은 마치 세탁기안의 회전날개가 돌아가듯 돌면서 빠른 속도로 돌면서 하늘로 올라간다. 이때, 연꼬리를 달아줘야 평행을 잡고 잘 올라가는데 집에 있는 보기좋은 천조각을 달아주면 좋다. 그렇지 않았을 때 목에 걸고 있는 홍린진을 꼬리에 매다는 경우까지 생긴다. 어떤 경우에는 꼬리하나 달아도 무게 평형이 되지 않아 여러 개를 꼬리를 단 연이 하늘로 올라가기도 한다. 높이 올라가면 갈수록 그 좋던 시력에도 연중앙에 그려진 물고기가 가물가물해진다. 이때, 풀고 있던 줄을 멈춘다. 그러나, 높이 올라가면 갈수록 줄을 감을 때는 아주 귀찮아진다. 높이 올라가서 부러워했던 친구들이 모두 저녁먹으러 집으로 돌아간 후에서야, 길게 풀었던 줄을 그제서야 겨우 다 감는다. 손이 저려 감각 없다.



어릴 때도 간혹 고독할 때가 있었다. 그때는 시멘트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몇 시간이고 그대로 앉아서 개미를 보고 있었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나약하기 그지없는 행동으로 보이겠지만, 나에게는 어린 시절 많은 즐거움을 가져다 주었다.

나는 붉은 개미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들은 아주 빠르고, 모이지 않고 개인행동을 한다.
그래서 인지 나는 오직 나의 검은 작은 개미를 좋아했다. 만약 비라도 내리려는 기세면, 무수한 작은 검은 개미들은 힘을 모아 자신들의 집앞에 댐을 만든다. 그들은 자신들의 집안에서 흙을 동굴동굴하게 말아서 바깥을 향해 댐을 만든다. 삽시간에 둥근 고드름모양이 된다. 만약 이때 옆에 다른 개미들이 똑같이 일을 하고 있었다면, 이것은 마치 금자탑을 축소해놓은 듯한 착각이 들게 한다.

맑은날 개미들은 먹이을 찾으러 다닌다. 이때 나는 그들을 관찰하기에 좋게 다른 곤충을 옆에 두어본다. 그러면 그들 중 한마리가 재빨리 발견하고 곤충을 발로 툭툭 건드려본다. 마치 자신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이런 횡재가 있나? 내가 꿈을 꾸고 있는거야?”

어떤 때는 곤충의 등위에 올라가 이 것이 얼마나 큰지를 살핀 후, 돌아가 자신들의 동료들에게 알린다. 그러면 그들은 아주 빨리 부대를 형성해 곤충을 주위를 에워싸서, 물고 당기고 끌고 하는 작업에 돌입한다. 만약 개미가 말을 할 수 있다면, 분명 “영차 영차”를 외치고 있을 것이다. 아님, 그들이 외치고 있음에도 우리가 듣는 귀를 갖지 않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개미가 나의 세계에서 사라 진지 오래됐다. 어쩌면 키가 자람에 따라 눈이 개미를 보지 못하는 높이까지 갔는지도 모를 일이고, 또 어쩌면 총총거리는 발걸음이 개미들의 세계를 훌쩍 지나쳐 버렸는지도 모를 일이고, 또 어쩌면 개미가 정말 콘크리트 속 인간 세계에서 이사를 갔는지도 모를 일이다......

입하가 곧 눈앞인데 봄이 이토록 쌀쌀한 걸보니, 봄은 아직 겨울의 품안에서 나오지 못한 것같다. 그러나, 움추리고 있는 나무에는 이미 푸르른 싹을 틔웠고, 들판 여기저기에도 물이 돌아 녹색의 빛을 띄우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봄은 우리들 몰래 몰래 지나가고 있는 건가?
아니면, 우리가 봄을 잃어버린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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