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죽었다
셔먼 영 지음, 이정아 옮김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사람들은 더 이상 책을 읽지 않는다. 2007년 기준, 한국 성인의 25%가 일 년 동안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았다. 출판계의 불황이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라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앞으로 나아질 거라 기약할 수나 있겠는가. 책의 시대에 종언을 고하며 책 관련 전문가들은 일제히 새로운 매체의 탄생을 예고하기 시작했다. 정말로 책의 시대는 끝난 것인가?

인터넷이 종이 매체를 대신할 거라 했지만, 인터넷 홈페이지나 블로그는 책의 시장성을 검증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대형 서점으로 끊임없이 몰려들고 있는 신간 서적들은 눈에 띄는 서가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자리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 싸움에 새로이 뛰어든 신생 출판사들의 이름도 부쩍 자주 눈에 띈다. 이게 어찌된 일이란 말인가?

열정적인 책 애호가임를 자처하는 미디어 전공 교수가 책의 죽음을 알리는 책을 출간했다. 작가는 책을 진정한 책과 안티 책, 책이 아닌 것으로 구분한다. 새 책이 쏟아져 나오는 자체가 책이 죽었다는 증거다. 안티책들의 서점 공략은 숨이 끊어진 책에다 쏘아대는 마지막 확인 사살이다. 책의 형태를 지닌 새로운 미디어가 전통적 책의 개념을 전복하며 책의 자리에 들어섰다.

안티책과 진정한 책은 무엇이 다른가? 작가는 진정한 책의 요건들을 나열하면서 책의 역할을 재확인한다. 지금의 출판 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사상’과 ‘진실’로서의 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로 거듭나야 하는지 내다본다. 물론 새로운 형태는 기술적 형식을 말한다. 책만은 기술에 관한 예외적 범주로 남겨두고 싶은 사람은 이 부분에 가서 저자의 생각과 부딪치기 시작한다. 이거 출판계의 뉴타운 아니야? 이 순간이 이 책의 진가가 발휘되는 시점이다. 책이란 무엇인가, 책은 사상을 담아야만 하는가, 책의 형태는 진보해야 하는가? 이 뿐만 아니다. 누가 저자가 되는가, 책의 가격은 적당한가, 서점의 대형화와 책의 내용은 어떤 관계가 있는가.

영화를 비롯한 타 장르나 산업에 비할 때, 책 자체가 가지고 있는 권위에 기대어 비판의 소리에 귀를 닫아 왔던 출판계에 독자의 입장에서 던질 수 있는 가능한 질문들이 모두 이 책 안에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책을 내겠다고 결정한 출판사 사장이 어떤 사람인지, 이 책을 읽으며 무슨 생각을 했을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셔먼 영, 이정아 역, 눈과마음, 값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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