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행복하니? - 지구촌 친구들의 인권 이야기
세이브더칠드런 지음, 설배환 옮김 / 검둥소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캄보디아 최대 관광도시 씨엠립, 중국계 베트남인 보트피플의 정박지를 보기 위해 톤레샵 호수 유람선에 오른 적이 있다. 배가 수상 가옥들 근처를 지나자 고무 통을 노 저어 배 난간에 붙어 서는 아이들이 일제히 원 달러를 외친다. 옆에 앉은 아주머니가 돈을 줘 봤자 그게 그 아이들 몫은 아니라고, 작은 보탬, 사는 동안 간직될 고마움, 그 어떤 것도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일 달러 줘 봤자 변하지 않을 일상들을 일 달러 안 주는 것으로서 각성시키자는 것인가? 다시 모터가 돌자 더 갈급히 손을 내미는 아이들, 자기를 봐 달라 손을 흔드는 소녀, 손을 모으는 아이 엄마. 몇 백 달러 쯤 들어 있는 지갑을 단속하며 그들의 모습에 셔터를 눌러대고 있는 나는 행복한가?

『너는 행복하니?』는 1919년 영국에서 설립된 Save the children Fund가 생존 위기에 처한 세계 각국 아이들의 실상을 알리고 그들의 생존권과 더불어 어른들에 의해 무심히 지나치기 마련인 어린이들의 권익을 신장하고자 발간한 책이다.

코소보에 사는 사란다는 열두 살이 되던 해 세르비아 군인의 폭격으로 집을 잃었다. 피난을 갔다 돌아온 후 사란다의 가족은 폐허 위에다 종이 상자를 이어 붙인 임시 거처를 세우고 그 안에서 수개월을 살아야만 했다.

부르키나파소에 사는 아마두는 오늘도 금광 갱도에 들어가 사금이 들어 있을 만한 돌을 캐내고 있다. 콩고의 열한 살 소년 주이르는 월급을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소년병에 지원했다. 열한 살 소년 크리스티앙이 사는 콜롬비아 메델린에서는 대낮에도 노상에서 갱단들의 총격전이 벌어진다. 그들이 어리다고 해서 갱도가 무너질 시간이 지연되거나 총알이 알아서 빗겨가는 일 따위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동구의 어린이는 자라서 동구인들의 생존 문틈에 총알을 박아 대는 어른이 될 것이며, 콜롬비아 뒷골목 어린이는 자라서 조카뻘 되는 아이들이 다니는 길목에서 총질을 해대는 마약쟁이가 될 것이다. 에이즈로 일찌감치 부모를 잃은 우간다의 어린이는 자라서 덜 자란 자식을 남겨두고 세상을 떠나는 에이즈 환자가 될 것이다.

Save the children Fund를 위시한 세계 각국의 많은 구호단체들이 그 지역에 가서 얼마나 큰 희생을 치르든 영원히 자라지 않을 어린이를 대상으로 구호 활동을 펼치지 않는 한 먹고 살기 힘든 어린이들은 결국 먹고 살기 힘든 부모가 되고 말 것이다. 『너는 행복하니?』라는 물음은 그들보다 먹고 살기 나은 우리더러 너는 지금 행복하다고 말해주고 있는 것일까?
 
주거, 교육, 위생을 비롯한 어린이들이 잘 자랄 수 있는 제반 조건에 관한 이야기라면, 사실 너는 지금 행복하냐는 것은 이 나라 독자들에게는 불필요한 질문이다. 이만하면 행복한 줄 알아야 한다는 메시지는 더 이상 사회에서 아무 것도 할 의지가 없는 배부른 정권에서 KTV의 입을 빌려서나 할 소리지 않나.

『너는 행복하니?』는 표면적으로 어린이의 삶의 조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어린이의 삶의 조건을 만드는 어른들의 삶에 관한 이야기이다. 책장을 덮으며 문득 궁금한 점이 생겼다. 애 어른 할 것 없이 땅 파면서 돈 나오길 기다리며 사는 사람들이 태반이 나라에서도 왜 잘 사는 사람의 사는 모습만큼은 좀 산다는 나라 사람들과 전혀 다를 바 없는 걸까?


세이브 더 칠드런Save the Children 기획, 설배환 역, 검둥소, 값 1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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