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o Natsume Tesoro 테조로 - 오노 나츠메 초기 단편집 1998 - 2008
오노 나츠메 지음, 조은하 옮김 / 애니북스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애니북스가 출간하는 만화책들을 읽다 보면 내용이야 그렇다 치고 값이 만 원이나 하는데도 한 시간이면 다 읽을 분량의 책을 과연 돈 주고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오노 나츠메라는 이름이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일본식 감탄사부터 내뱉지 않고는 말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작품이 좋은 것과 별개로 선뜻 그 만화책을 소장하고 싶다는 마음까지는 생기지 않았었다. 만화적 상상력이야말로 만화를 보고 싶게 만드는 이유임에 분명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이유 때문에 그것을 책장에 꽂아 두고 싶다는 마음까지 생기지 않았으니, 예외가 있다면 『얼굴 빨개지는 아이』, 『뉴욕스케치』 등 장자끄 상뻬의 작품들뿐이었다.

종이 질의 차이일까, 시리즈 분량의 차이일까? 곰곰 따져보니 아마도 별다를 것 없는 일상의 한 부분을 뚝 떼어다 그림으로 옮겨 놓으면 거기서 느끼는 일상은 소설이나 영화와는 또 다른 느낌의 포근함과 편안함을 주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새로 출간된 오노 나츠메의 초기 단편집 『Tesoro』에는 남편의 도시락을 싸는 아내, 아들의 도시락을 싸는 아버지, 누나들에게 아기 취급 받는 것이 창피한 막내 동생, 그 막내를 위해 뒤에서 일을 꾸미는 아버지 등 별다를 것 없는 일상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그런데 스케치된 일상은 일상을 다루되 여타 극의 세밀한 감정 묘사를 배제하면서 그림 너머 많은 것들을 읽는 사람에게 맡겨 두고 있다. 간단한 연필 놀림 너머 인물들이 느꼈을 감정, 세세한 표정, 불현듯 이야기가 끝나버린 정지 상태에서 더 나아가야 할지 멈춰야 할지 모르고 주춤거리고 있는 감정선 등, 짧은 책이지만 읽으면서 헤아려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다.

이런 이유로 만화책을 소장하게 되는 건가 하는 생각도 잠시 해 봤지만, 이것의 소장 가치는 문학 서적의 소장 가치와는 약간 다른 느낌이다. 소설책의 소장 가치가 당분간 내 책장에 머물러 있길 바라는 마음에 있다면, 『Tesoro』나 장자끄 상뻬의 소장 가치는 읽는 즉시 누군가에게 선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물론 책 한 권으로 선물 릴레이가 펼쳐진다면 책 판매고에 악영향을 줄 것이고, 준 사람 성의도 무시해서는 안 되는 고로, 선물 받은 책이 맘에 들었다면 선물할 때는 새로 사서 하기로!

『Tesoro』, 오노나츠메, 조은하 역, 애니북스, 값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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