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자판기
조경희 지음 / 노란돼지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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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자판기]의 책의 표지.

 

오늘 막 엄마의 잔소리로 어깨가 축 처진 어린이라면 

이 자판기를 보는 순간! 그야말로 눈이 띠용~하고 떠지지 않을까?

 

 

 

이토록 기발한 아이디어의 책 [엄마 자판기]는 글과 그림 모두 #조경희작가 작품이고, 

[날아라 포장마차], [901호 띵똥 아저씨], [탁한 공기, 이제 그만]으로 만나 본 '노란돼지'에서 출판한 책이다.

 

 

 

아주 발랄하고 밝은 노랑색을 주로 쓴 데다, 마치 어린이가 그린 듯 자유분방한 글씨체와 그림이 이 책 주인공 신우가 그림일기를 그린 듯 정겹고 흥미롭다.

 

 

 

   

이야기의 시작.

  

다행히도 우리집 아이들은 깨우지 않아도 먼저 일어나는 고맙고도 착한 어린이들이라 이렇게 소리 지르며 부르는 날은 잘 없지만, 으레 아침에 나가야 하는 가족이 있는 집이라면 익숙한 풍경이다.  

이 집 엄마는 이 아침에도 퍽이나 여러 번 불러 깨운 모양이다.

 

 

 

잔소리 폭탄 엄마가 사라지고, 집에서 나는 생소한 기계음.

 

떡하니 서 있는 '엄마 자판기'  

엄마가 사라지고 나타난 엄마 자판기에는 평소 신우가 꿈꾸던 모든 엄마가 다 들어 있다.  

피자맘, 혼자 먹는 김밥이 지겨운 신우는 '피자'가 먹고 싶었나 보다. 

공주맘, 예쁘게 꾸미고 나긋나긋한 엄마를 꿈꾸는 걸까?  

자유맘, 너 하고 싶은거 다하렴  

핸드폰 맘, 핸드폰 하게 해주는 엄마인가?  

그 중에 '청소맘'도 있다니, 신기할 노릇이다. 신우는 평범한 개구쟁이 어린이라도, 지저분한건 싫은가보다 

 

이 엄마들 중에서 우리 아이들에게도 가장 인기 있는 맘은 '놀이맘'

 

신우의 마음처럼 이제는 놀아 주는게 좀 어색한 초등3, 5학년인데도 엄마가 역할 놀이하며 놀아 줬으면 하는 것 같다.

 

 

 

이 책을 보며 재미있었던 건 천진난만하고, 어린이 같은 그림이기도 했지만,

신우의 기분 상태에 따라 같이 변하는 것 같은 애착 인형, 베개의 토끼, 보조 가방 곰돌이의 표정이다.

신우가 아침 기상이 힘들때, 지루하고 따분할 때, 만족스러울 때, 등의 때에 따라 이 소품들의 표정이 같이 변하는 걸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책의 마지막 장.

사실 마무리가 갑작스럽긴 했다.  

아침에 일어나 엄마를 찾다 갑자기 야호! 하는 글과 함께 도로 위 차 그림이 나온다.

 

 

여러 번 이 책을 읽다 보니 어느덧 나는 이 뒷이야기를 머릿속으로 그리고 있었다.

 

늘 미루던 놀이동산 나들이는 들뜨고 즐겁게 출발했지만, 싸우고, 풀리고, 화내고, 조르고를 반복하다 지친 몸을 이끌고 돌아왔을 것이고,

자주는 아니지만, 엄마와 함께 팩을 하며 수다를 떨기도 하고 

말 태워주기는 이제 너무 컸다고 말했다가 삐지고 화내기도 하고, 

한 번쯤은 먼저 일어나 밥에 김이라도 엄마랑 아침을 먹기도 하고...... 

 

작가님은 이 그림 한 컷으로 그동안 서로 지치고 피곤한 일상 탓에 소원하게 지냈던 가족간의 뒷이야기를 우리 스스로 그려내길 바란 건 아닐까?

 

 

 

이 책을 읽고 아이들과 가장 먼저 한 놀이로, 이 책과 연계해서 나만의 자판기 만들기를 해봤다. 

3학년 둘째는 '나 자판기', 5학년 첫째는 '디저트 자판기'

늘 알면서도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려 노력하지 않은 점이 좀 미안했다. 

일부러 시간 내서 나가는 여행도 좋고, 외식도 좋지만, 

가끔은 같이 뒹굴뒹굴하면서 팩도 하고, 유치한 놀이도 하면서 보내기도 하고, 

가끔은 같이 티타임도 즐기고, 같이 보낼 시간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색다른 경험도 해봐야겠다.

 

엄마 자판기에 안방을 내주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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