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허조그 1 ㅣ 펭귄클래식 116
솔 벨로우 지음, 이태동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2/0828/pimg_724329174784483.jpg)
허조그, 그 분을 드디어 보았다.
사실 처음에 이 분을 뵈었을 때 내 상태는 매우 말랑말랑 미래에 대한 핑크빛 마음들이 있었기에-
허조그씨가 가진 고뇌 고민 생각들이 깊게 와닿지 않았다. 하하, 나의 멀쩡한 멘탈에 고통의 주사를 투입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치일피일 미루다가... 다시 책을 들었을 땐.,, 그땐 하하.. 내가 '팽' 당하고 마음이 어둑해졌던 상황이었다. 하하.. 그런 기분 아는가? 좋아하고 있었던 사람에게 결혼을 전제로 교제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통보를 전해듣던 심정을. 그리고 나를 좋아하고 있는 줄 알았던 사람은... 하하... 다른 사람에게 마음이 움직이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된 그 심정, 하하하. 일주일간 한참을 웃다가 울다가를 반복하다가 다시 이 책을 펴들었을 때 어찌나 책장이 빨리 넘겨지던지...
![](http://blogimgs.naver.net/smarteditor/20120724/emoticon/1_46.gif)
사실 허조그씨는 우리나라에서 쉽게 보기 힘든 케이스다. 두번의 이혼, 실직과 다름없는 사회적인 상태, 아 게다가 두번쨰 이혼은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도 아니고, 친구가 자신의 아내와 바람이 나서 이혼을 당했다. 처음에 책을 읽다보면 매들린을 향한 비난으로 가득해서 그 비난을 마치 옆에서 듣고 있는 것처럼 듣다가 나도 모르게 진이 빠지고, 결국은 그래, 매들린이 나쁘지. 암- 이러다가.. 가만가만, 두번씩이나 이혼을 했다는 건 배우자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당사자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내 주변의 지식인들이 흔히 가지고 있는 '자기중심적 사상'으로 인하여 주변인들을 굉장히 낮게 보는 그런 성향이 은연중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굉장히 미안해 하고 도움받는 걸 어려워하면서도 그 이면엔 뭐랄까 지식인 그 특유의...
하지만 지식인 특유의 그 거만함으로 이야기가 끝났다면 내가 이러고 쓰고 있지 않았겠지. 그 교만한 허무와 우울증을 에로스적이고 본능적인 방식으로 해결한 것으로 이 책이 끝났다면 응답하라 1997의 시원이 엄마처럼 이 작가를 괴롭히고 있었을지도 모른..(응?) 사람을 소중히 여기지 못하던 허조그는 사람을 소중히 여기기 시작하였고, 소설 초반에 거론조차되지않은 아이들을 위해 무언가를 하려고 하고, 지식이라는 성에서 빠져나와 사람을 아끼고 생명을 아끼고 존중하고자 한다.
마지막 장면에 새로운 사람과의 새로운 시작. 라모나와의 그 시작을 여유롭게 준비하고 대하는 허조그의 모습에 눈물이 날뻔했다, 사실. 나도 특유의 교만함이 있고 (내 전공인 유아교육과 내 삶의 전부였던 뮤지컬 이야기가 나오면 내가 내가 알던 내 모습이 아니....
) 한 사람과 핑크빛 미래를 꿈꿨지만 그 미래는 시작도 하기 전에 흑빛으로 변해버렸고, 사회적으로 안정을 취하지 못한 상태고. 내가 과연 새로운 시작을 할수 있을까? (이런 말을 26살짜리가 이렇게 하고 있으면, 다들 한소리 하겠지만...) 내 마음은 딱딱해졌고, 두려운 마음이 커졌었다.
근데 이 책을 덮으면서, 마음이 다시 말랑말랑해지기 시작했다.
허조그씨도 하는데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아니 나도 허조그씨처럼 시작하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