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그림 - 존 버거와 이브 버거의 편지
존 버거.이브 버거 지음, 신해경 옮김 / 열화당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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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비평가이자 사진이론가, 소설가, 다큐멘터리 작가 그리고 사회비평가로 알려진 존 버거. 그가 말년에 아들 이브 버거와 나눈 편지를 모은 책 <어떤 그림>. '그림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두서없이 써 내려간 부자간의 편지이다.



사랑이 담긴 부자간의 애틋한 면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스승과 제자 또는 비평가와 화가로써의 입장인 딱 '예술가들'의 대화였다. 진지하면서도 자유로운 대화가 흥미로웠다. 젊은 화가인 이브 버거는 확실한 답을 원했지만, 존 버거는 본인이 직접 만나고 대화한 예술가들의 글과 자신의 생각을 전해주며 읽는 독자에게도 많은 생각을 안겨준다.


엽서나 화집에 실린 그림 또는 직접 그린 드로잉을 이야기하며 예술과 세계, 자연, 시간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 부자는 즉흥적으로 예술가와 그림을 오가며 무궁무진하게 편지를 이어나갔다. 부자간 편지를 나눈 것도 신기했지만, 예술이라는 분야에 대해 아버지와 아들이 깊게 대화를 한 것이 참 멋졌다. 존 버거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에 나눈 글이니 서로에게 특히 이브 버거에게 소중한 기록이었을 것이다.


그들은 그림을 시작으로 예술의 본질과 화가의 소명 등 더욱 진지한 주제로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림이란 보이지 않는 것들의 복원'이라는 말이 참 와닿았다. 그림을 그리는 이유를 넘어 화가들에게 희망을 전해주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그림만으로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를 담은 <어떤 그림>. 그들의 대화가 계속 이어질 수 없다는게 참 안타까웠다. 아버지 존 버거가 아들 이브 버거에게 그려준 잎사귀 드로잉은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푸생은 영원한 것은 무엇이고 영원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사로잡혀 있었어. <성 요한이 있는 파트모스 섬 풍경>을 살펴봐. 성 요한은 과거와 현재, 미래의 모든 시간에 걸쳐 있는 풍경 속에서 신과 창조에 관한 생각을 적고 있어. 나는 이 그림을 주탑이 그린 풍경과 비교해 보고 싶구나. - P19

꽃 한 송이를 그린 드로잉이 우리 사고를 지배하는 합리적 언어 앞에서는 구원의, 저항의 한 형태가 될 수 있어요. - P67

어쩌면 현실에 무엇이 있는지 볼 시간이 필요한가 봐요. 제 눈이 캔버스에서 보고 기대했던 모든 것들로부터 벗어나는 시간이 필요한지도 모르겠어요. 어쩌면 정말로 현실에 무엇이 있는지 확인해 줄 다른 눈이 필요한지도 모르겠고요. 아버지의 눈이 늘 그러했듯이 말이죠. -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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