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원 삼대
황석영 지음 / 창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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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에 집필까지 30년에 걸쳐 만들어진 거장의 장편소설 <철도원 삼대>. '100년을 관통하는 강렬한 서사의 힘'이라는 의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일제강점기부터 해방 전후와 21세기까지 철도원 가족을 통해 이야기는 이어지고 또 이어진다.



두께에 놀라 긴 호흡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겁부터 났지만, 괜한 걱정이었다. 엄청난 분량에도 너무나 실감 나는 인물들의 감정과 상황에 압도당하고 말았다. 철도 노동자 삼대 (이백만, 이일철, 이지산)와 공장 노동자이자 이백만의 증손인 이진오의 고공농성 이야기 등 노동자들의 역사와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남성 캐릭터들뿐만 아니라 여성 캐릭터들도 눈에 띄었다. 바로 과묵하지만 생활력이 강했던 주안댁과 노동운동을 했으며 똑똑하고 예지력이 있었던 이막음이었다. 이 두 여성이 있었기에 가족은 고난을 이겨낼 수 있었다.

노동자들의 삶을 주제로 한 장편소설은 거의 읽어본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철도원 삼대>는 나에게 있어 도전이었던 책이었다. 근현대사를 배우며 놓쳤던 부분이 채워진 거 같다. 이 책을 통해 모두가 노동자의 삶, 민중의 삶을 다시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방에서 여러가지 소식이 몰려왔다. 남쪽 도시 어느 곳에서는 택시 기사가 크레인에 올라가서 일년 가까이 농성 중이었고 기차의 여성 승무원들은 십여년 넘게 복직투쟁을 계속했다. 또 교사들은 법외 노조를 제도권 안으로 회복시켜달라고 몇년째 거리에 나와 있었다. - P103

"너 굴뚝 위에 혼자 있는 거 같지?"
"할머니하구 이렇게 같이 있잖아요."
그녀는 손자의 손목을 잡아 이끌었다.
"저어기 하늘에 별들 좀 보아. 수백 수천만의 사람이 다들 살다가 떠났지만 너 하는 짓을 지켜보구 있느니."
진오는 다시 어린것이 되어 할머니의 손을 잡고 영등포시장 거리로 나아갔다. 언제나 꿈속처럼 보이던 버드나무집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 P213

그들 조선의 순수한 활동가들은 체포 뒤 이십사시간이라는 원칙을 지키려고 애를 썼다. 전설적인 활동가들 가운데 이러한 원칙을 지켰던 이들은 수십명이었지만 강자가 아닌 한 옥살이 중에 후유증으로 목숨을 잃었다. - P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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