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가는, 길 - 시설사회를 멈추다
홍은전 외 지음, 정택용 사진,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외 기획 / 오월의봄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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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의 영향이 아닌 시설과 법인의 의지로 '자발적인 폐지'를 행한 '향유의집'. 이 사건은 장애 당사자 거주인이 시설 내부의 비리를 최초로 고발하고 공론화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시설을 운영하는 측이 거주인에게 지급되는 장애수당을 오랫동안 갈취해온 사실이 드러났고, 거주인과 직원들(생활재활교사)이 함께 비리 자료를 모으면서 투쟁은 확산되었다. 그리고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직원들은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가은 장애운동단체와 탈시설운동가들에게 이 사건을 알렸고, 이 투쟁은 본격적으로 세상에 알려진다. 이 과정에서 거주인들은 1인 시위를 사고 노숙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더 나아가 이 투쟁은 탈시설운동으로 이어졌고, 시설을 폐지하기 위해 시설 운영진(장애운동가), 거주인, 직원들은 서로를 의지하며 '탈시설'과 '자립'을 이뤄냈다. 이 모든 과정이 담긴 책 <집으로 가는, 길>.

거주인들의 입장도 시설 직원들의 입장도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분열과 갈등 사이에서도 그들은 함께였다. 거주인들은 탈시설을 해 장애인 지원주택에서 자립생활을 시작하게 되었고, 비리 세력을 몰아내고 새롭게 태어난 프리웰은 시설 직원들이 새로운 곳에서 일을 시작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이 책은 마지막까지도 탈시설을 반대했던 거주인과 탈시설에 대해 반반의 마음을 두고 있는 거주인의 이야기까지 담았다. 또한 이러한 두려움을 만들어내는 것은 시설 밖 지역사회와 연관되어 있다. 탈시설은 장애인들에게 있어 장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아직까지도 이 사회의 수많은 편견과 시선이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처럼 투명하고 서로를 존중하는 생활공동체가 꼭 이뤄지길 바랄 뿐이다.   


기존 이사들이 그만두는 과정에서 변화의 물결에 부응할 수 있는 분들이 결합했고, 이분들의 의견이 산하 시설들의 변화를 만드는 중심 가치가 됐죠. 사회복지의 기조나 정책도 점점 바뀌잖아요? 우리 법인은 그런 부분을 적극 수용하는 편이었어요. 법인의 운영 방향에 공감하는 원장들이 와서 던지는 화두가 향유의집 직원들을 변화시켰어요. 시설 운영진이 바뀌면서 긍정적 변화도 있었고요. - P111

저는 낯선 사람에게 말 한마디 못 건네는 내성적인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투쟁은 어떻게 했냐고요? 행복하게 살고 싶었거든요. 사람처럼 살고 싶었거든요. 투쟁을 하다 죽어도 좋으니 하루만이라도 사람답게 살고 싶었거든요. 그때 나를 움직인 건 분노였어요. 왜 난 이러고 살아야만 하나. 과연 이게 옳은 것인가. - P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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