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뚱이의 상추쌈 명상
오진희 지음, 신영식 그림 / 열림원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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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도 낯선 짱뚱어는 서해안 어디 갯벌에서 사는 조막만한 물고기 이름이란다. 볼이 톡 튀어 나와 얼굴이 엄청크고 그에 비해 몸뚱아리는 상대적으로 작아서 헤엄치는 모습이 우스워 흉내내며 장난치기에도 재미있는 짱뚱어같이 생겼대서 주인공의 어린 시절 애칭은 짱뚱이다.

60년대에 태어나 7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내고 80년대에 학교를 다닌 세대를 오래전에 386세대라고 불렀었다. 자필로 직접 레포트를 써서 제출한 마지막 세대라서 컴퓨터나 휴대폰같은 기계만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기계치가 많고, 부모님을 모시는 마지막 세대라 하며, 자식으로부터 버림받는 첫 세대라 하기도 하고, 그래서 낀 세대라는 별칭을 받는 386세대...그 한가운데 짱뚱이 오진희가 있었다.

그녀의 어린 시절은 아버지의 직업(초등학교 교사)때문에 시골에서 지내며 자연을 벗삼을 수 있었는데,계절따라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을 주워가며 옆에 있는 사람과 즐거이 지내는 삶을 보여주는 만화로도 이미 출간되었고,그림을 적절히 섞어 넣어 그림책처럼 여유롭게 볼 수 있는 자연을 닮은 짱뚱이의 열두달 이야기 시리즈도 볼 수 있다.

짱뚱이의 이름이 들어간 책들은 모두 그녀가 글을 쓰고, 그녀 남편 신영식씨가 그림을 그렸다. 그림 속에는 70년대에 어린이로 뛰어 놀던  놀이 문화나 당시 살림살이,동네 풍경들이 세세히 묘사되어 있다. 나는 특히 그녀가 말한 먹을거리에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곤 했었다.

그 먹을거리에 관한 이야기를 계절별로 설명해 놓은 것이 이 책이다. 봄에는 지천으로 널려있는 봄나물을 캐서 된장국을 끓이거나 나물을 무치거나 소스를 얹어 샐러드를 만들어 먹고, 여름에는 냇가에서 새우와 다슬기를 주워 국을 끓이고 상추쌈을 싸먹고 간식으로 감자를 쪄먹고, 가을에는 상수리와 도토리를 주우러 다니며 시래기로 국을 끓이고 버섯으로 요리를 해서 이웃들과 나누어 먹고, 겨울에는 계절별로 갈무리해두었던 나물로 밥상을 차려 손님상을 차리고  겨울을 난다.

첫머리에서부터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까지 먹는 이야기뿐이다.그 옛날에 무엇을 먹었으며 지금은 무엇을 먹고 있는지 그런데  앞으로는 무엇을 먹을 수 있을지, 희망적이지만은 않은 지금의 우리 생활방식에도 조금씩 회의적인 시선을 보여준다.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을 최대한 얻도록 하고, 자연을 더럽히지 않으며 살도록 노력하고, 요리 재료에 최소한의 요리과정을 더해 재료 고유의 맛을 살려 먹을 수 있도록 유도한다.그것이 우리 몸에는 가장 좋다는 한 마디도 더해서.

챕터마다 등장하는 그녀와 그녀 가족들의 모습이 들어간 사진이 현장감을 더하고, 친근감이 느껴져서 나는 어느새 그녀의 친구가 된듯하다.거기다 매 페이지마다 그녀가 언급했던 나물들이나 요리 재료가 세밀하게 그려져 있어 잘 모르고 지나칠 수 있는 내 주변을 다시 한 번 소중하게 바라보게  해준다.

내년 봄에는 이 책을 들고 봄나물을 캐러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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