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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야의 중국견문록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1년 8월
평점 :
이 책은 한비야가 단지 중국어를 배우기 위해 북경에 가서 1년을 체류하며 겪었던 일과 풍경을 적어놓았다. 그녀는 이미 우리 나라를 종단했고, 아프리카를 종단했으며,걸어서 세계 오지를 다녔고, 지구를 세 바퀴 반이나 돌았던 여행가이다. 그런 그녀가 모국어인 한국어와 영어, 일어를 거쳐 이제는 중국어까지 도전하는 모습을 보고 나는 첫장부터 자극을 받았다.
중국어를 배워야 하는 이유를 장황하게 이야기하지 않아도 왜 그녀가 중국어를 배우려는지 우리는 다 안다. 우스개로 전 세계에 살고 있는 중국인들이 손에 손 잡고 한번만 발을 구르면 지구가 깨진다는 이야기가 있을만큼 중국의 인구가 많다는 것도 있고,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는 그들의 경제 속도도 그럴것이고, 오래된 역사만큼 미래에 대한 가능성이 크다는 것도 이유가 될 것이다.
그녀는 기숙사나 하숙집이 아닌 호텔을 구해 살 곳을 마련하고, 청화대 어학당에서 수업을 받기 전 학원에서 공부를 시작한다. 공부를 하기 위해 시험범위 받은 학생처럼 공부 스케줄을 짜고 매일 일과표에 따른 공부를 한다. 1년간 공부해서 그녀가 얻어내야 할 소기의 목적은 중급 정도의 실력으로 텔레비전이나 신문을 읽을 수 있고,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지 않는 정도의 수준으로 잡았다.
그녀가 공부하는 방법 또한 나를 긴장시켰는데, 매일 매일 나가는 진도를 다음에 공부하겠다고 미뤄두는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배운것을 다음 시간에 써먹는 방법으로 그때 그때 소화를 시킨다. 예를 들자면 '더욱 더'라는 부사어를 배웠을 때, 다음 시간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들어오시면 "선생님,더욱 예뻐지셨네요."라고 말을 건다거나, 쉬는 시간에 친구들에게 "내 중국어 실력은 나날이 더욱 더 향상되는 느낌이야."라든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있는 과일가게에서 "여름 과일이 더욱 더 많아졌네요."라고 말한다.그날 그날 공부한 것은 한 과가 끝날 때마다 전부 외워 녹음기에 녹음하고, 테잎의 원음과 비교해본다.
공부하는 도중에 언제라도 여행을 떠나는데 티벳이나 쓰촨성같이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한 달에 1박 2일 정도, 한 계절에 며칠 정도를 투자해서 그동안 배운 중국어를 써먹을 겸 여행을 다녀온다. 그동안 학원을 빼먹더라도 그 시간에 더 소중한 실전 경험을 할 수 있으니 현지에서 살며 외국어를 공부하는 확실한 방법이 아닌가 싶다.듣기만 해도 내 중국어 실력이 일취월장하는 것처럼 뿌듯할 수가 없다. 이 공부법을 읽으며 나도 외국어 공부에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쓰는 글은 이처럼 도전적이면서도 긍정적이고 진취적이다. 그녀는 실패해도 서두르거나 속상해하는 법이 없이 그것을 통해 뭔가 얻고자 한다. 늘 좋게 생각하고, 사람답게 사는 사는 사람에 대해 생각한다. 인간적인 그녀의 글을 읽으면 나도 지금 당장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본서에 나오는 중국인들은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중국인의 모습도 있고, 그녀가 새롭게 겪었던 중국인들도 많이 있다. 우리 동네 사람같이 생긴 사람들이 그곳에서 중국어를 사용하며, 그들이 원래 먹었던 음식을 먹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할머니, 바가지를 씌우는 가게 상인,남의 자전거를 몰래 가져가는 사람,대학을 준비하는 입시생의 모습을 보면서 어딜 가든 사람 사는 모습은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글은 어떤 것들에 대해 묘사하고 서술하며 시간을 끄는 것이 아니라 짤막하게 설명하고 그에 대한 자기 감정을 분명히 드러내서 나도 동조하게 만든다. 화끈하고,시원하고,분명하다.그리고 무엇보다 재미있다.내게는 그녀의 책이 몇 권 있지만 읽은 것은 본서가 처음이라 매우 낯설면서도 한편으로는 수다를 떨듯 익숙한 문체에 책장을 넘길때마다 호기심이 생기면서 궁금해졌다. 그녀는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