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 예배당 종지기 아저씨 분도그림우화 26
권정생 지음 / 분도출판사 / 198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권정생 선생님의 '오물덩이처럼 뒹굴면서'라는 책을 읽다보면 선생의 실제로 생쥐와 한집식구인듯 사는 방안 풍경이 묘사되어있다. 그저 하나의 생명으로 받아들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도토리 예배당 종지기아저씨는 얼마나 변변찮았으면 그다지도 하찮은 생쥐 한마리한테 이리저리 휘둘리기 일쑤다. 어쩌면 일부러 시비를 붙기위해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고, 인간사를 본격적으로 비꼬려 작정한듯 궁지로 몰아넣는다.

대부분의 작가들은 자신이 사생활에서 비롯된 약점을 드러내지 않으려한다. 그러나 이 작품속에서 작가는 자신의 현실이 모순덩어리라고 자꾸 얘기하고 있는것 같다. 그 모순을 꼬집어내는 역할을 동물중에서도 가장 푸대접받는 생쥐가 맡고있다. 입담좋은 생쥐에게 당하면서 처음에는 마치 인간의 존엄함을 보이려는 듯 무시하다가 점점 화를 내고, 토라지고 마침내는 생쥐가 달래주어야 할만큼 흥분하고야만다. 생쥐와 부딪히는 이런 모든 상황을 통해 우리 인간들이 얼마나 경망하게 세상을 바라보고있는지 생각하게 한다. 동시에 인간 이외의 생명체에게 얼마나 함부로 대하는가도 한껏 비틀어 지적한다.

도토리예배당 종지기 아저씨는 어쩌면 우리나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두 무시하고 천하게 여기는 그런 사람일것이다. 그러나 그는 스스로 알아가고 고뇌하고 사색하는 사람이다. 우리가 얼마나 생각없이 무지하게 살고있는지 심각하게 고민해볼 일이다. 생쥐의 입장에서 보면 인간은 정말 잘난체하는데 일가견이 있고 복잡하기 이를데없는 동물이라는 것. 정말이지 나는 주변에서 못나보이지 않으려고 잘난체를 얼마나 해왔던가, 소박하게 생각하면 될일을 얼마나 꾸미고 덧붙여 살아왔던가, 이런것들을 생각해보니 이제 마당을 지나가는 생쥐한마리가 더러워서가 아니라 부끄러워 못쳐다볼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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