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보, 지옥으로부터의 자유
삐에르 쁘띠필 지음, 장정애 옮김 / 홍익 / 2001년 7월
평점 :
품절


우리는 흔히, 천재시인 랭보가 방탕한 생활로 인해 젊은 나이에 매독으로 죽었다고 알고 있다. 정확한 정보에 의해 검증되지 않은, 얄팍한 지식이란 그렇게도 선정적이기 마련이다.

랭보에 관한 한, 최고의 연구자라는 삐에르 쁘띠피스의 이 책은 우리가 막연하고도 단편적인 정보들로만 알고 있는 시인 랭보의 삶을 꼼꼼하고도 정확하게, 다양한 각도에서 펼쳐보이고 있다.

책을 읽으며 내내, 그리고 다 읽고 나서 떠오르는 한가지 생각은 '참으로 자유롭다'라는 것이다. 그것은 다르게 이야기하면 반항이며, 방탕이며, 유랑이다. 진정 마음가는 대로 살았던 사람, 그가 바로 랭보였던 것이다.

10대의 나이에 이미 시로는 일가를 이루었지만, 그래서 그 시로 인해 지금껏 불멸의 이름을 남기고 있지만, 사실 이 책을 읽고 나면 그에게 있어서의 시란 인생의 한 부분, 젊은날의 짧은 정열에 지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을 그는 여행하고 탐구하며, 항상 무언가를 찾아다니며 보내었다. 10대 후반에 집을 나온 이후로 약 20년동안 끊임없이 유럽과 아프리카를 돌아다니며 바쁘고 치열하게 살았던 그... (랭보의 여정을 따라다니다 보면 문득 포레스트 검프가 떠오르기도 한다.^^)

그를 죽음에 이르게 한 병 - 전신에 퍼진 암이 다리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은 참으로 의미심장하다. 짧은 생애 동안 걷고 또 걸어, 결국은 다리가 아파 죽음에 이른 사람... 무엇이 그를 그토록이나 걷고 또 걷게 만들었을까. 그렇게 걸어 걸어 그는 결국 원하는 것을 찾았을까.

어찌보면 너무도 무모하고 철없는 인생이지만 그가 진정으로 갈망하고 추구했던 것이 그저 '자유로운 인생'이었음을 나는 의심하지 않는다. 그리고 비록 원하는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을지라도, 그가 자신의 생을 후회했으리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영혼이라면, 천번을 다시 태어나도 그렇게 살다 가지 않았을까. 그의 생전에 단 한 번도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했던 것이나 - 생전에도 그런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그는 항상 그 자리에서 먼곳에 있었다 - 번번이 의지를 가로막는 병마와 불운들이 참 안타깝게도 느껴지지만 그 모든 것이 자유인으로서의 삶 그 자체였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누구나 그렇게 살 수는 없으리라. 그래서도 안될 일이다. (그랬다간 세상이 얼마나 어지러워질까 ^^) 하지만 오늘, 지상에서 가장 자유로웠던 한 영혼을 만난다는 것은 너무도 매력적인 글읽기의 경험이다.

여러 연구자들의 성과를 적절히 제시하고 더러는 반론도 제기해 가면서 정말 풍부한 내용으로 독자의 기대를 채워주는 작가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번역이 조금만 더 쉽고 매끄러웠으면 하는 아쉬움이 약간은 남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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