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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의 배신 - 열심히만 하면 누구나 다 잘할 수 있을까?
김영훈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7월
평점 :
<<노력 신드롬은 허구이자 환상이다. 노력을 많이 한다고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노력을 적게 한다고 실패하는 것도 아니다. 노력은 수많은 조건 중 하나일 뿐이다. "그래도 가장 중요한 조건 중 하나가 노력 아닌가?"라고 반문한다면, 나는 절대 아니라고 답하겠다.>>
이 책은 기존 동양 문화, 특히 우리나라에서 더욱 두드러지는 노력의 중요성에 반박하는 책이라 자칫 제목만 보고 저자의 의도를 곡해할 우려가 있기에 끝까지 열심히 읽었다.
저자는 재능과 운을 받아들이되 그렇게 소위 한국 사회에서 성공한 사람이 되었다면 온전히 자신의 노력이 아니니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할 것.
당신의 성공이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개인적인 책임보다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라는 것이 주된 메시지로, '그릿' 의 문제점을 반박하고 '공정하다는 착각'과 궤를 같이한다.
그런데 우려스러운 점이 많았다.
대한민국은 사실 모든 것을 개인의 노력으로 돌리는 사회라는 것에는 어느 정도는 인정한다. 그것이 높은 자살률과도 상관관계가 있고, 개개인의 긴장도가 굉장히 높은 것도 연관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 나라가 이렇게 잘 살게 된 것도 어찌보면 개인의 노력이고, 저자가 주장하는 재능을 발견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 역시 베이스는 노력이다.
저자가 비판한 수능의 문제점은 이미 몇십년전부터 제기되어 오고 있지만 여전히 그대로인 것은 사회가 대안은 찾지 못한 것이고, 어떤 공무원이 총대를 맨단 말인가... 이런 사회를 믿고 사회의 책임을 묻기에 당장 내 아이들은 성장한다.
대입이 정말 제비뽑기가 되지 않는 한 초중고 교육이 바뀔 리 없고, 아이들의 재능을 발견하게 할 사회의 기반이 부족하기에 우선 제일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학교 공부고 소위 노오력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가 선망하던 유럽이나 미국의 여러 제도 중 좋은 것도 있지만 역사와 문화의 결이 다른 상황에서 그것이 맞고 우리가 틀리다고 볼 수는 없다.
먹고 살만해졌기에 복지 사회로 진입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자본주의의 열매를 받지 못한 소외 계층이 일정 범주 안에 들어올 수 있게 하는 것은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
다만 세이노님도 비판했듯 단순히 누진세의 문제가 아니라 그렇게 낸 돈이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 쓰이는지, 중간에서 가로채는 놈들은 없는지 국민의 감시 창구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게 해야 하고, 개인에게 짊어진 '노오력'이란 짐을 벗을 수 있도록 사회가 제대로 움직여줘야 한다.
이 얘기는 반대로 아직 이렇지 못하기에 손바닥 뒤집듯 노력의 효용성을 간과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런 책을 쓴 작가님의 집은 왜 아직 동양적인 사고를 갖고 있는가...? 개인적으로 조금 아이러니 하여...
논란의 여지는 있으나 저자의 의도도 충분히 이해되기는 한다. 다양한 사람들의 논의가 필요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