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그럽 스트리트
조지 기싱 지음, 구원 옮김 / 코호북스(cohobooks) / 202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영국의 산업 혁명을 기반으로 대중문화가 확산하면서 런던의 문학계와 출판업계도 새로운 독자층을 겨냥한 글을 대량생산하기 시작한다.

글의 대량생산이라...
글을 쓰는 작가들이 자신의 영감을 통해 예술로 승화시킨 글이 아닌 일반 노동자와 다름없는 삶을 살면서 그 생산품으로 글을 짜내는 삶.
이런 생계형 작가들에게 글이란 단순히 입에 풀칠하는 도구에 불과할 뿐이다.


요즘에도 이런 사람들이 아주 많은데... 자극적인 헤드라인으로 '아니면 말고' 식의 가짜 뉴스를 생산하는 인간들...
그런 사람들에게 저널리스트란 타이틀은 너무 과분하다는 생각이다.
그냥 문필(하청)업자 정도라고 해두고 싶네...ㅎㅎ



"겸손은 현대 생활 어디에서도 도움이 안 돼.
네가 자신에게 매긴 가치를 보고 사람들은 너를 판단한다고.
도움 따위는 필요 없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사람을 모두 도와주려는 법이지." (p.46)



모두가 가난한 문필업자들이지만 삶은 제각각이다.
잠깐 잘나갔다가 무너진 리아든... 그는 찌질한 생각을 접고 위대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천재적이지는 않지만 상업적으로 머리가 잘 돌아가는 재스퍼... 그는 결국 성공의 길을 걷게 될까?
가난하지만 자신의 처지를 잘 알고 좀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려 했던 비펜... 그는 안정된 삶을 살 수 있었을까?


"비펜은 필요하면 일주일에 3~4실링으로 살 수 있엇고, 책임질 사람도 없었다.
만약 그가 굶어 죽는다면, 뭐 그렇게 죽은 외로운 남자는 많다.
그가 자살을 택한다고 누가 슬퍼하겠는가?
운 좋은 친구 같으니라고!"(p.216)



가난하면서도 자신의 체면을 위해 비싼 집세를 내고 하녀를 쓰는 허세 가득한 삶...
우리는 그런 삶을 멸시하지만 현실의 우리의 모습도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 웃프다.
이 책에 나오는 캐릭터 하나하나가 다들 불완전하기에 이야깃거리들이 더 풍부해졌고, 책 곳곳에 기싱의 재치 넘치는 표현들이 속속 숨어 있어 '푸핫' 웃음이 났다.


"인생을 제대로 꾸려나가지 못하는 그들의 모습에 화가 나며 경멸하게 된다.
대체 왜 이자들은 세상에서 자리를 잡으려고 발버둥 치지 않는가?
한 푼이라도 벌 수 있다면 한 대 쥐어박히는 정도는 감수하지 않는가?"(p.401)

 


내가 보기에 답답한 인물 중 하나가 기싱의 모습이지 않을까 싶은데... 그래서 재스퍼란 인물을 만들었지만, 그 역시 어느 정도 속물의 근성을 버리지 못한 사람으로 완벽하지는 않은 인물...
그런데 세상은 그런 사람들이 잘살아가니 반대로 그런 현실을 비꼬는 것은 아니었을까...

이 작품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이렇게 요약하고 싶다.

 

"돈? 돈이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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