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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 시대가 던진 질문의 답을 찾다
권희정 지음 / 꿈결 / 2013년 5월
평점 :
요즘 들어 인문학, 그리고 힐링이 대세다.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현대인들은 그 어디에서도 지친 영혼을 내려놓고 쉴 수 없다. 그래서인지 다들 안달이나 난 듯 대책없이 힐링의 물결에 몸을 싣고는 한다. 그런데 우리, 대체 어디로 가야 제대로 쉴 수 있는 것일까? 삶의 지혜와 통찰력을 단시간에 깨우쳐주는 것 같지만 돌아서면 금세 머릿속이 하얘지고 마는 상업용 술수 범벅의 판매용 힐링 말고, 조금 복잡하고 머리를 쓰는 듯 해도 정말 알차게 나를 채워주는 그런 힐링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무엇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는 '진짜' 힐링을 하러 떠나기 전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사랑에 눈을 뜬 연인은 로맨스 영화를 즐겨 본다. 자녀를 기르는 어머니는 교육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해 동네 마실을 나간다. 누구든 지금 당면한 삶의 처지에 맞게 고민하고 반응하며 오늘 하루를 살아간다. 그리고 같은 처지,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을 만나 경험을 공유하고 나누고 싶어한다. -P.4 저자의 말 중
우리는 모두 특정한 시대속에서 한 구성원으로 살아간다. 청년 실업 최고조에 삼포 시대, 때로는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듯하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면 이 시대 또한 일련의 수식을 받으며 교과서에 당당히 그 이름을 남길 것이다. 이 책의 부제는 <시대가 던진 질문의 답을 찾다>이다. 우리는 얼마나 정확히 이 사실을 자각하고 있는가? 내가 하는 고민을 내 친구도 하고 있고, 옆집 아주머니도 하고 있다는 이 보편타당성의 진리이자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숙명을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반드시 시대의 반경 안에서 생각하며 살아가야 한다. 소싯적, 교과서를 통해서 달달 외우던 핏기없는 그런 철학에서 벗어나 이제는 우리 스스로가 조금 더 생동감있게 생각해야 할 때가 아닐까? 고전이 고전이 된 이유는 그들의 고민이 시대를 뛰어넘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의 철학은 죽은 철학이 아니다. 오히려 계속 살아숨쉬며 계승, 발전되어가고 있다.
더 나아가 요즘 뜨고 있는 융합학문에 대해서도 이 책은 그럴듯한 좋은 예로 사용될 수 있을 법하다. 철학이 홀대받는 우리 사회지만, 철학은 마치 향수처럼 모든 학문에 그 향취를 남긴다. 생명공학이 발달함에 따라 도래된 생명윤리, 인터넷이 발달함에 따라 도래된 사이버윤리 등 우리가 당면하는 삶의 매 순간순간에 철학은 보이지 않더라도 분명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고 있고, 발전할 미래에 있어서도 확실한 이정표를 제공하고 있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철학이 살아있다는 것이다. 활자 하나하나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받아들이는 각자의 마음 속에, 그리고 그 생각 속에서 더불어 어떤 의미에서건 현실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 그래서 철학은 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