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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
바네사 스프링고라 지음, 정혜용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2월
평점 :

소설의 작품이지만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며 그녀의 회고록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한 템포씩 멈추었다가 읽기를 반복하였다. 그만큼 소설에 담긴 내용에 충격을 받을 만큼 13세였던 미성년자 V가 50세의 작가 G를 만나서 겪게 된 성적 학대에 대한 이야기다.
13세. 판단 능력이 불안정한 상태에 작가 G를 만나게 된다. 경악이다. 나이도 먹은 어른이라는 사람이 문학인이라는 사람이 명성이 있는 사람이 소녀에게 가해 한 일들이 너무 끔찍했다. 작가 G를 만나기 전 V의 가정환경은 그리 좋지 않다. 불안정한 부모의 이혼 상태와 아버지에 대한 애정결핍으로 G에게서 사랑으로 보았다. 무언가가 잘못된 것임을 알지만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는 V다. G를 만났지만 어렸던 V는 성 착취에 동의한 적이 없다. 침묵만 했을 뿐이다. 지금도 이 글을 쓰지만 계속 머릿속에서 맴돈다. 문학계에서 명성이 있는 G가 미성년자에게 태연하고도 아무렇지 않게 행했던 일들이 말이다.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고 나니 작가는 책으로 낼 때까지 큰 결심을 낸 것이다. 자신의 어릴 적 이야기를 소설로 만들어낸다는 것이 말이다. 그녀도 말한다. 누군가에는 비난을 받겠지만 나는 그녀에게 응원한다. V는 그 당시 성인이 아니었다. 미성년자였다. 무엇이 잘잘못인지 판단이 확실히 안되는 미성년자였다. 사랑이라는 결핍에 목말랐던 시절이었지만 그렇게 소아성애자의 늪에 빠지려고 했던 V가 아니다.
프랑스 문단 미투 운동의 첫 시발점인 만큼 어디에서도 어느 국가에서든 결단코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아야 할 것이다. 문학가라는 이유로 모두 침묵해 주고 당연하다는 듯이 넘어가야 하는 것이 아닌 철저하게 G 같은 인물들을 사회에서 배제 당하게 만들어야 한다. V는 가해자가 아니다. 피해자다.
내가 추구하는 건 나의 구원이지 그의 구원이 아니다. -P1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