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사과 편지 - 성폭력 생존자이자 《버자이너 모놀로그》 작가 이브 엔슬러의 마지막 고발
이브 엔슬러 지음, 김은령 옮김 / 심심 / 2020년 8월
평점 :
절판




책 표지의 문구와 책 소개만으로도 눈길을 끌었던 책 한 권이다. 저자에 대해서는 실제로 모르지만 연극으로 유명한 작가라고도 하는데, 자신의 유년시절과 더불어 성인이 되어서도 아버지의 폭력에 대해 무방비하게 당할 수밖에 없었던 지난 이야기들을 담아내었다. 다만,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폭력만 다룬 것이 아닌 소름 끼칠 정도의 성폭력까지 있기에 31년 전 죽은 아버지에게 평생 사과의 일말을 받을 수 없기에 저자는 상상으로 림보 세계(죽은 자들이 가는 변방의 영계)에 있는 아버지를 불러 피해자인 저자에게 사과 편지를 보내게 하는 작품이다.

이 책을 펼치고 몇 번이나 몇 십 번이나 페이지를 덮다가 다시 읽다가를 반복할 정도로 읽기가 힘겨웠었다. 저자의 어린 시절... 천진난만하고 웃음꽃이 활짝 핀 5살 여자아이에게 아버지는 몹쓸 짓을 저지르면서 아이에게는 가족에게 비밀을 하라며 협박을 일삼는 추잡하고도 인간이지 않는 아버지였다. 가정에서의 권위적인 아버지로 인해 가족들도 아버지의 편이 됨으로써 언제나 혼자 일수밖에 없었던 저자. 알면서도 방관하던 어머니. 집안에서 성폭력과 폭력으로 피해자와 가해자로 나뉘었지만 어느 누구도 진실을 알려고 하지 않았던 가족 구성원. 여러 번 계속 눈에 띄울 정도인데도 어느 누구도 개입하여 막지 못하는 가족들. 가해자, 방관자, 피해자. 이렇게 남은 가족이다.

잔인함과 흉포함만을 선사한 아버지. 이토록 행하던 아버지에게 사과를 받을 수 없기에 저자는 용기를 내어 이 책을 펼쳐 낸 것이다. 저자의 아버지가 저자에게 행하던 폭력들이 욕지거리가 나올 정도로 분노하면서 읽었지만 저자는 알린다. 어떠한 형식의 폭력이든 가해자로부터 사과를 기다리고 있는 모든 여성을 위해서이며 폭력이 끊어지는 세상이 오기를 전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여성의 삶을 짓밟고 있는 가해자들이 모두 단절되기를 바란다.

이제 기다림은 끝내기로 했다. 아버지는 돌아가신 지 오래다. 그는 결코 내게 그 말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 일에 대해 사과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상상해야만 한다. 상상 속에서라면 경계를 넘어 꿈을 꿀 수 있고 이야기의 깊이를 더해 현실과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으니까.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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