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이월의 아카시아
박정윤 지음 / 책과강연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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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딸, 할머니의 손녀, 여자, 주부, 세 자녀의 엄마로 살아오던 작가 박정윤. 그런 그녀는 매섭고 추운 겨울이라는 계절을 보내고 봄이라는 계절이 찾아오면 아카시아 향기만을 기다리는 문학적 감수성이 풍부한 저자이다.

그런 그녀에게 갑작스레 유방암이라는 판정을 받게 된다. 그 후 투병 생활과 죽음이 드리우는 느낀 감정과 생각들, 그리고 작가의 삶에서 지나온 추억과 그리움을 담아내면서도  현재의 삶을 소중히 여기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글을 쓴 에세이다.

에세이지만 유독 나에게는 산문형식의 느낌으로 다가왔다.

작가의 에피소드 중에서도 특히 부러지지 않는 마음(p6), 큰딸에게 보내는 편지(P278) 편에서는 나도 모르게 눈물을 지을 수밖에 없었던 페이지들의 글이다.작가의 갓난 아기 때부터 엄마의 빈자리. 그리고 10대 때 사고사로 돌아가신 아버지의  빈자리들을 이 책을 통해 읽고 알고 있었던 터라 유난히 저 두 편의 에피소드가 가슴이 아렸다. 내가 속하고 내가 경험한 것이 아닌데도 엄마라는 카테고리 때문인지는 몰라도 감정이입이 되어 처음부터 끝까지 슬픔을 남겨준 작가의 에세이집이다.

가볍고 간단한 에세이가 아닌 문학적으로 녹아내린 문장들이어서

저자의 개인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삶의 기준에서 포용력 많다는 것을 느꼈다. 투병 생활을 시작으로 알리는 첫 페이지만 그 후엔 자라 나온 어린 시절부터 잃어버리고 싶지 않았던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로 인한 아픔을 느끼면서도 지난 삶보다 아카시아처럼 끈질긴 생명력처럼 앞으로의 미래 삶을 위해 걸어가는 그녀의 숨결이 담긴 행보이다.

아주 오랜 전부터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기만 했다. 습관처럼 잃어버리기만 했다.

바보처럼 지키지도 못할 것을 원하기만 해놓고도 또 혼자 착각을 했다.

잃어버리고도 내 것이라고 착각을 했다. -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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