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장 음식 : 나라 잃은 백성처럼 마신 다음 날에는 띵 시리즈 2
미깡 지음 / 세미콜론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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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 내가 자주 애용하는 인터넷 서점에서 사은품 받기 위해 금액 채울 괜찮은 책이 없나 인터넷의 바다에 빠져있다가 우연히 발견한 책이다. 이 <<나라 잃은 백성처럼 마신 다음 날에는>>과 <<아침을 먹다가 생각한 것들>>과 세트인 책이다. (저자는 다르다.) 이 책을 맨 처음 발견 했을 때, 나는 솔직히 그다지 과음을 즐겨 하는 편은 아니기 때문에 나와는 거리가 조금 동떨어져있는 책이라고 생각하면서 웃었다. 그러면서 옆에 있던 승언 언니에게 “이 책, 딱 언니를 위한 책이네.”하며 너무 잘 어울린다고 (제목만 보고)추천했던 책이었다.

 

 사실 이 책은 읽으면서 사색에 잠길 것도, 뭔가 나에게 깨달음을 주는 것도 전혀 얻을 수 없지만 킬링 타임용으로 읽으면 딱인 가벼운 해장에 관한 에세이 정도로 볼 수 있겠다.

글쓴이는 해장으로 양평해장국과 평양냉면을 최고로 뽑는 사람인데, 유독 평양냉면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냉면에 대해 갑론을박 하며 이 얘기 저 얘기를 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얘기를 하다가

“김치찌개를 먹으니 을지로 ‘은주정’이 생각나네. 거기 진짜 맛있는데.”

라는 내용이 나와서 바로 핸드폰을 꺼내 들어 해당 페이지를 촬영해 승언 언니에게 보냈다.

TMI인데 예전에 언니와 내가 여행에 대한 얘기를 나누던 중에(사실 을지로 맛집에 대한 얘기를 나눴던 건지 어쩐 건지 정확히 기억이 안 난다.) 언니가 해외여행을 하고 돌아오면 전형적인 한국의 맛이 그리워서 반드시 가는 쌈싸먹는 김치찌개집이라고 알려줬던 맛집이라 책 속에서 보니 더 반가웠다. 여담이지만 꽤나 최근 외래팀 구성원들이 술 한 잔 걸치러 은주정에 갔었지만 본인은 컨디션 저조로 한동안 술을 자중했던 터라 이야기만 듣고 은주정에 가보지는 못 했다.

 

 그 외에도 서울에서 손꼽히는 평양냉면 맛집이란 맛집은 책에 다 리스팅 되었고(어디는 어떻더라 하는 맛집 소개는 아니고 정말 언급만 한다.) 내가 아는 수원의 만두 맛집 ‘연밀’도 책에 언급 되어서 너무 반가웠다. 나는 먹는걸 그다지 즐기지 않지만 맛집을 알아내는 것을 은근 좋아하는데 내가 아는 맛집을 책에서 보다니 왜인지 동지애까지 생기며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더불어 각 나라별로 해장을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서 소개를 해주는데, 그 대목을 읽으면서 작가가 진정한 술꾼이다 싶었다. 각 나라의 독특한 해장 법이나 해장 음식을 소개해주던 중에 중국에서는 계란 오이 국을 해서 먹기도 한다고 해서 당장 인터넷에 검색해봤다. 내가 만들기에도 크게 어렵지 않아서 언젠간 한 번 해 봐야지 하고 레시피 메모도 벌써 해놨다.
 또, 폴란드 사람들은 해장으로 피클 국물을 마신다는데 이게 정말인지 궁금해서 폴란드인인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내서 확인 해 봤더니 정말이라고 한다. 피클 국물에 비타민C가 많이 들어가있어서 해장에 도움을 준다는 친구의 답변을 받았다. 내가 작년에 폴란드 친구 집에 놀러 가서 내 인생의 정말 역대급으로 술을 빨리 많이 마신 적이 있었는데 아무리 보드카를 마셨다지만, 너무 많이 마셨기 때문에 다음날 숙취로 고생을 할 때 폴란드인인 친구들이 피클 국물을 마시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서 과연 저 말이 사실인지 궁금했었는데 아무튼 그 얘기는 사실인걸로^^!

 

 내가 근무하는 병원은 각 팀마다 분위기가 참 많이 다른데 우리팀은 유독 술을 좋아하고 즐기는 구성원들이 참 많다. 가끔 출근했을 때 골골거리는 몰골로 들어오는 구성원을 보면 ‘음, 어제 거나하게 달렸구만.’하는 생각을 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자꾸 우리팀 구성원들이 생각이 나서 피식했다. 누구나 숙취에 시달리면 하는 말이지만 “나 이제 진짜 술 끊을 거야!!”라는 다짐은 나는 물론 당신도 수 없이 내 뱉는 거짓말이다.  물론 그렇다면 나는 아니냐고 물으면 나도 맞다. 물론 요즘은 자중하고 있지만 (요즘 들어 술이 너무 안 받아서 웬만하면 과음 하지 않으려고 술을 자중하고 있다.) 오래간만에 기억이 끊길 정도로 마시거나,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오는 중간 중간 지하철 역사내의 의자에 벌러덩 누워있던 경우도 있었고 부모님이 지하철 역까지 데리러 온 적도 많아서 차마 부정하기 힘들다. 그 다음날에 간신히 출근은 했지만 엄청난 숙취로 내가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아리까리 했었던 적도 있었기 때문에 부모님께 엄청 혼나고 이제 술은 자중하기로 했다.

 

 앞으로는 제발, 그리고 두 번 다시는 이 책의 제목인 <<나라 잃은 백성처럼 마신 다음 날에는>>이 오지 않기를 빌며 이만 글을 줄여본다. 이제 2달 후면 빼도 박도 못하는 완전한 30대인데 정신 차리고 술 줄이고 건강 관리에 힘 써서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일 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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