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늘보라도 괜찮아
이케다 기요히코 지음, 이정은 옮김 / 홍익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요즘 몸 상태가 최악을 달리면서 도대체 왜 아픈 건지 여러 병원에 검사랑 진료 받으며 전전하다가, 아프다고 맨날 누워있을 수도 없고, 혈액 검사 중 비타민D가 너무 낮다고 하여 햇빛도 쐴 겸 베란다에 앉아 읽은 책인데 정말 칠 할에서 팔 할은 있어 보이는 말로 포장해놓은 헛소리가 가득한 책이다. 내 주변 그 누구에게도 추천 하고 싶지 않은 그런 책. 왜 이런 책이 베스트 셀러가 된 건지, 왜 번역까지 되어서 팔린 건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책이다.

 

 제목 보고서 혹 해서 구매했는데 게임에 돈을 쓴 것 보다 더 돈을 낭비 했다는 생각이 드는 책. 누가 읽는다고 하면 아주 뜯어 말릴게 분명하다. 아무튼 마지못해 쓰는 도서 리뷰.

 

 

 챕터 4까지는 딱히 공감 되는 말은 없었지만 설렁설렁 읽고 있었는데 챕터 5에 작가가 요즘 날의 사회는 목표 과잉 사회라고 생각한다면서 ‘이런 목표 과잉 사회에서, 목표가 별로 없는 사람은 세상을 겉돌게 되고 더 나아가 쓸모 없는 인간이라는 딱지가 붙을 수 밖에 없다.’라는 문장이 있는데 이 문장을 보고 최근에 엄마와 나눴던 대화가 생각 났다.

 

 엄마랑 나는 ‘꿈’혹은 ‘인생의 목표’에 관해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엄마는 내게 “엄마는 인생을 살면서 꿈이 있었던 적이 한 번도 없었어.”라는 말을 하셨다. 나는 아주 미래지향적인 사람이어서 그런지 아주 어릴 때(만4-5살)부터 엄마에게 줄곧 “엄마는 꿈이 뭐야?”, “어렸을 때 엄마 꿈은 뭐야?”, “엄마는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 등등의 질문을 정말 많이 했었다.

엄마의 대답은 옛날도, 지금도 한결같이 그런 것이 없다면서 항상 미래를 꿈꾸며 사는 나를 부러워하고 신기해하셨다.

 

나는 그런 엄마의 말이 너무 마음 아파서 어떤 말을 엄마에게 해줘야 엄마가 조금이라도 기분이 편안해질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꺼낸 말이

엄마. 나는 그냥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내가 뭘 좋아하고 잘 하는지,

뭘 원하고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살고 싶은지 생각을 많이 했고,

시간을 그런 생각을 하는데 할애 할 만큼 안 바쁘게 살았던 것뿐이야.

 

엄마가 꿈이나 이루고 싶은 목표가 없이 살아왔다고 생각 하는 건 그만큼 엄마가 그런 생각을 할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쁘게 살았던 것 뿐이잖아.

누군가는 나처럼 미래를 주로 보고 사는 사람도 있고, 엄마처럼 당장 오늘 하루가 빠듯해서 매일매일을 치열하게 사는 사람도 있고 그러는 거지.

대신 엄마가 꿈이 없었다고, 인생에 목표나 되고 싶은 것이 없었다고 엄마의 인생이 아무것도 아니게 되는 건 아니잖아.

목표하는 바나 이루고 싶은 바가 없는데 매일매일을 열심히 살아가는 건 생각보다 무척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해.

근데 엄마는 그 시간을 탓하지 않고 방황하지 않고 늘 한결같이 착실하게 매일을 살아왔잖아.

그런 거 정말 쉽지 않다고 생각하고 난 엄마의 그런 점이 정말 멋있고 대단하다고 생각해.

엄마가 엄청 현실적이고 여유가 별로 없을 만큼 바쁘게 살았을 뿐이야.라고 엄마에게 얘길 했다.

 

이 책의 저 구절은 가까이는 우리 엄마, 멀리는 누군가의 인생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문장이어서 너무 기분이 나빴다.

작가가 뭐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길래 누군가의 인생을 문장 하나로 통째로 부정하고 쓸모 없는 사람으로 만드는지 너무 불쾌했다.

목표가 별로 없는 사람이라고 해서 세상을 겉도는 건 아니다.

목표가 있어야만 열심히 살았다는 것에 대한 반증이 아니듯.

 

 

챕터 6으로 넘어오면서 이 책은 감동에 대한 얘길 한다.

 

‘감동했다는 말은 한 순간에 무엇인가를 전부 해결하게 만드는 듯한 분위기를 뿜어낸다. 매일 여기저기서 들리는 ‘감동적인 이야기’들은 감동에 빠지는 당사자를 잠깐 동안 환상의 세계로 이끌지만 그 다음에 새로운 무언가가 이어지는 일은 거의 없다. 정치인은 물론이고 오늘을 사는 현대인들은 아무쪼록 쉽게 감동에 빠져서 현실의 무게를 잊어버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라는 내겐 너무나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

 

 물론 작가의 말 처럼 ‘감동만으로 일을 하거나, 감동만으로 결혼 생활을 유지 할 수 없다.’라는 말에는 공감하지만 감동 다음에 새로운 무언가가 이어지는 일이 거의 없다고?

쉽게 감동에 빠져서 현실의 무게를 잊어버리면 안 된다고?

그러면 삶을 살아가면서 감동할 순간이 별로 없는 현대인들은 어디에서 무언가에 현실의 무게를 잊어버릴 숨통을 찾을 수 있을까?

그런 출구조차 없이 빡빡한 삶을 살아 가라는 건가?

그러면 사람은 정신이 메말라서 시들어버리지 않을까?

감동을 찾고 거기에 환상을 갖는 것이 도대체 왜 나쁜 거지?

 

감동에 빠져서 당장 무언가 새로운 것이 이루어지지 않겠지만 한 사람의 인생의 방향성을 바꿀 수 있고, 행동이나 가치관을 바꾸고 더 나아가서 또 다른 누군가에게 긍정적이고 선한 영향력을 행사 할 수 있는데 왜 그런 것들을 송두리째 부정하려는 건지 너무나 황당하다.

 

 이 책을 쓴 작가는 정말 근시안적인 삶을 사는 사람 아닌가 의심이 드는 대목이었다. 그러면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는, 특히 예술 관련한 직업 종사자들은? 음악이랑 미술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으로써 작가의 저 말은 정말 거지같은 문단이 아닐 수 없었다.

 

 

챕터 7로 넘어가면서 또 한 번 신박한 개소리가 나온다.

 

‘혈압이 높은 사람은 높은 혈압으로 사는 것이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한 조건일지 모른다. 그것을 약으로 무리하게 내리면 오히려 상태가 나빠져 생활에 지장을 일으킬 가능성이 생길 수 있다. 물론 스스로 판단 하에 병원에 가는 편이 좋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내 경우는 그렇다. 예를 들어 암에 걸리면 암의 종류에 따라서 수술을 할 수도 있고 항암제로 치료를 할 수도 있지만 대개의 경우 그냥 방치해둘 것이라고 생각한다.’

……;

이 무슨 최근 논란이 되었던 안아키 같은 신박한 헛소리일까?

제정신일까?

 

생물학자라는 사람이 이런 무식한 말을 쓰고 심지어 책으로 냈다고?

물론 안아키의 근간이 되는 사람도 한의사였지만 진짜 해도 해도 너무 한 거 아닌가?

마치 어느 막장 드라마에 나왔던 암세포도 생명인데 어떻게 암세포를 죽여서 치료하겠냐는 대사가 생각나며 어처구니를 상실 한 건 나 뿐일까?

 

 물론 인간의 몸은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나이가 들면 당연히 하나 둘 제 기능을 다 못 하고 저하 되는 게 필연이겠지만 이 사람은 정녕 심각하게 아팠던 시간이 없기 때문에 이런 헛소리를 할 수 있는 걸까?

평생 자잘하게 아파 본적은 있었지만 올 해는 처음으로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아파서 많이 힘들어서 일상 생활이 상당히 불가능 할 정도로 건강이 망가지면서 삶의 질이 바닥으로 추락하고, 나와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나를 사랑하는 우리 가족들과 나를 아껴주는 내 지인들에게 걱정 끼치는 요즘을 살고 있는 나는 건강이 얼마나 중요한 건지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데 항암 치료를 하면 나아질 수 있는데 그걸 미련하게 방치하고 살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건강검진이 병원이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라니 정말 하나하나가 다 개소리라서 더 이상 읽을 가치도 없는 책이라고 강렬하게 느꼈었다.

 

예방의학 대해서 배웠던, 배우지 않았던 이건 너무 상식적인 부분 아닌가?

정부가 예산을 쏟아 생에 주기 별 건강검진을 왜 할까?

현재가 건강하고, 건강 검진 결과에도 건강하다고 나왔다면 물론 건강검진 비용이 아까울 수 있다.

 

하지만 건강검진을 전혀 하지 않고 결국 병이 있는데도 조기에 발견하지 못 하고 한참을 방치된 상태로 있다가 이미 늦은 시기에 병을 발견하게 된다면 그 병을 치료할 확률도 아마 상당히 낮아 졌을 거고, 간단한 치료로 끝날 병 이였어도 수술로도 그 어떤 치료 방법도 없는 손 쓸 수 없는 상태로 되어 버릴 수도 있다.

그래도 그 병을 어떻게든 치료해보겠다고 들어가는 건강보험 재정이랑 환자의 시간과 체력은?

정말 하나도 모르고 둘도 모르는 무식한 대목이 아닐 수 없었다.

정말 실소를 금하지 못 한 구절이다.

아직도 이 구절을 생각하면 너무 화가 난다.

 

 

개소리 챕터를 지나 또 다른 헛소리 챕터가 나온다.

왜 이런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잔뜩 써놓은 책을 읽고 있는 내가 한심해지는 시점 이였다.

 

‘자기다움이라는 말은 그저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개성이나 독창성이라는 것도 사실은 전부 다른 사람을 흉내 낸 다음에 그것을 바탕으로 뭔가를 만들어내는 것뿐이다.’

 

자기다움이 왜 그저 환상 인 거지?

 

 나는 프랑스 인상파 화가인 ‘클로드 모네’를 참 좋아하는데 ‘클로드 모네’가 날 때부터 저렇게 ‘산책’같은 작품을 그렸을까?

모네의 독창적인 기법도 환상이 아니라 한 네덜란드의 풍경화가의 영향을 받아 자기만의 기법이 생긴 것인데. 나는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을 굳게 믿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작가의 저 말이 공감이 안 됐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특별함이나 자신만의 색깔을 모르고 살다가 내가 괜찮다고 생각하는 누군가를 따라 하며 익히고, 그 사람을 따라 하고 따라 한 것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자신만의 개성을 발견하거나 자신의 특별함을 알게 된다고 생각한다.

어떤 분야이던지 처음부터 자신만의 색깔을 내는 사람은 없다.

그 누구라도 다른 사람을 흉내 낸 다음에 그것을 바탕으로 뭔가를 만들어내고, 그 무언가가 자신의 특별함이 되는 것이다. 그건 결코 환상이 아니다.

 

 또 작가의 헛소리가 계속 이어지는데 더는 작가의 헛소리에 대해 뭐라고 주석을 다는 것도 너무 피곤하다.

 

 

마지막으로 비판할 헛소리 챕터.

 

‘좋아하는 일이야 말로 재능으로부터 이어지는 게 분명한데, 좋아는 해도 재능이 없는 사람 또한 존재하기 마련이므로 우선은 자신의 재능을 세밀히 파악해두는 게 현명하다. 어릴 때부터 다른 놀이는 거들떠보지 않고 오로지 바둑에만 열중 할 수 있었던 것은 그에게 그 방면에 재능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이다.’

 

번역이 잘 안 된 건지, 작가가 말을 뭐라고 하는 건지 잘 이해가 안 간다.

내가 생각하기론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이 재능이란 좋아하는 것에 열중하는 것 이란 걸 말하고 싶은 것 같은데,

좋아하는 것에 열중하는 것과 재능은 완전히 다른 영역이다.

 

나를 예로 들자면 8살적 우리 집 컴퓨터는 window 98이였는데, 난 그 때부터 22년간 거의 매일 게임을 해왔고,

게임을 좋아하는데, 내가 22년동안 게임에 열중해있었고 게임을 좋아했다고 게임에 재능이 있는 것인가?

나는 단지 시간을 많이 들여야 하는 지구력을 요하는 게임은 잘 하지만,

전략 전술이나 순발력과 암기력을 요하는 게임은 전혀 못 한다.

 

22년을 거의 매일 게임을 해 왔음에도.

 

전에 SNS에서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언어를 잘하는 것은 상당히 여러 갈래로 나뉘는데 언어를 받아들이고 잘 번역하는 것과, 언어를 잘 이해하고 글을 잘 쓰는 것과, 언어를 타인에게 잘 가르치는 것과 언어에 대해 잘 이해하고 언어학적으로 잘 아는 것은 다 다른 분야라고. 좋아하는 것은 단지 자신의 취향일 뿐이다.

 

좋아하는 것과 잘 하는 것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럼 나는 미술이랑 음악으로 세계 예술사에 한 획을 그었겠지.

나뿐만 아니라 이 세계에 범재들이 넘쳐날 텐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읽는 내내 너무 피곤하고 짜증나고 그다지 볼 가치도 없는 책이었다.

참 여러 가지로 느끼는 게 많다. 이런 헛소리도 책으로 나오고 번역 되어서 판권이 수출되는 마당에 내가 자신감을 안 가질 이유는 없는 것 같다.

다시 한 번 더 말하지만 누군가가 이 책을 읽는다면 반드시 뜯어 말릴 것이다.

내 시간이 너무 아깝다.

그리고 제목이랑 내용이랑 무슨 관련성이 있는지 전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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