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주르, 뚜르 - 제1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40
한윤섭 지음, 김진화 그림 / 문학동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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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번 달 들어서 4번째 순서로 남기는 책.

바로 '봉주르, 뚜르'다.

 


뜬금없는 문학동네 어린이 문학상 대상을 탄 이 책을 사게 된 계기는 역시나 알라딘.

 

회사에서 양치질을 하다가 '이대로 칫솔을 칫솔 집에 보관만 하고 놔두는 것이 과연 위생적인가?'에 관하여 생각을 하다가, 같이 일 하는 언니가 전에 치과에서 근무했을 때 치과 원장이 칫솔을 그냥 아무 데나 방치해서 보관하는 걸 보고 충격 먹었다는 얘기를 해줘서 나도 이대로 방치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도 칫솔 살균기를 구매하려고 벼르고 있었는데 선뜻 1만 5천 원을 주고 칫솔 살균기를 구매하려니 뭔가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칫솔 살균기가 필요했었는데 사지도 못 하고 고민만 하고 있던 때마침 알라딘에서 어린이 10대 출판사 브랜드전을 했다. 해당 이벤트는 2만 5원 이상 책 해당 도서 구매 시 어린 왕자 칫솔 살균기를 시중의 일반 칫솔 살균기보다 저렴하게 구매가 가능했는데(8천 원) 있는 마일리지, 없는 마일리지 박박 긁어모으고도 부족해서 결국 추가 결제까지 해가며 2020년 11월 초, 칫솔 살균기와 '봉주르, 뚜르'가 내게 왔다. 

 

이렇게 나의 도서 구입 계기는 늘 알라딘 도서 사은품에 낚여서 시작한다.

나는야 알라딘의 자발적 노예....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글자 수도, 페이지 수도 많아서 놀랐지만 그래도 어린이 문학상을 받은 책이니 금방 읽힐 거라 생각하며 주말에 짬 내어 읽어봐야지... 하고 생각만 하며 미루고 미루다가 벌써 21년 1월까지 왔다.

어째 내 방에는 대부분 두꺼운 도서가 자리하고 있어 금일은 피곤하고 나른하니 가볍게 읽기 딱 좋지 않을까 싶어서, 읽고 있던 책을 뒤로하고 '봉주르, 뚜르'를 꺼내 들었다.

 

나는 책을 읽기 전에 주로 책 뒷 표지를 항상 먼저 읽어보고 시작하는 편인데

프랑스 뚜르의 첫날, 책상 귀퉁이에서 발견한 한글 낙서… 낙서의 주인공을 찾아 나선 순간, 비밀은 깨지기 시작했다.

라는 말과 친구가 되려는 순간, 우리는 헤어져야 했다 라는 띠지의 내용이 내 흥미를 자극하기 충분했다.

 

아빠의 직장 때문에 프랑스에서 살고 있는 주인공인 '봉주'는 복잡한 대도시인 파리에서 살다가 부모님과 함께 프랑스 작은 시골 마을일 뚜르로 이사를 한다. 그리고 프랑스 뚜르의 첫날, 달빛 속에서 한글 낙서를 발견한다.

 


사랑하는 나의 조국, 사랑하는 나의 가족.

 

살아야 한다.


자못 비장한 문장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봉주가 그랬듯, 나도 프랑스까지 흘러 들어온 어느 독립운동가가 남긴 흔적인가 싶었다. 

 

아무튼 봉주가 책상에 새겨진 낙서를 발견하면서 이 낙서의 주인을 찾으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개인적으로는 추리 소설류를 머리 아프다며 싫어하는 편이지만 그렇게 무겁지 않고, 어린이의(초등학생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그렇게 머리 아프지는 않았다.

어찌 보면 상당히 불편할 수 있는 내용을 '봉주'의 시선으로 서술됨으로써 가볍게 읽어 내려갈 수 있었다.

 

특히 유럽을 유랑하며 느낀 건데 유럽 사람들은 아시아 사람, 특히 동북아시아 사람을 정말로 구분을 잘 못 하는데(물론 나도 외국인을 잘 구별 못 한다.) 일단 다짜고짜 "니하오."라고 하고 그다음에는 "곤니찌와"라고 들었던 그 상황들과 이 책의 내용이 오버랩되면서 더 봉주에게 이입이 됐다.

그리고 간혹 가다가 "너는 어디에서 온 거야? 남한? 북한?" 하는 질문을 들었을 때 나도 늘 "난 남한에서 왔어. 북한에서는 쉽사리 해외로 나오기도 어렵고, 대부분의 북한 사람들은 가난해서 해외에 나오기가 더욱 어려워."라고 답했었는데 책 내용 중 토시가 "네가 어떻게 알아?"라고 물어봤을 때 뭔가 아차 싶었다. 그러면서 직감적으로 느꼈다. 토시가 북한 사람이구나 하고. 아무튼 봉주의 발표의 질의문답에 토시의 질문이 내 마음에 묵직한 한 방을 날렸다.

대체 내가 뭔데 가벼운 마음으로 저런 식으로 말하고 다닌 거지? 하고.

토시의 마음도, 봉주의 마음도 다 이해가 돼서 마음이 쓰렸다.

한국이 분단국가가 아니었다면 이런 갈등이 없었겠지 하고..

 

아무쪼록 저 낙서를 한 사람을 찾기 위한 어찌 보면 불편한 봉주의 추적이 계속되고 결국 낙서의 주인을 알게 된다.

그 과정에서 토시와 봉주가 드디어 친구가 됐는데, 서로에게 마음을 약간 열었을 때 토시는 떠나게 된다.

남북한을 통일을 해야 한다 라는 그런 메시지는 없지만 우리가 분단국가라는 것을 잊고 있다가 새삼 깨닫게 된 작품이다. 읽고 마음 한편이 묵직해오는데 작가는 이 책을 통해 메시지를 던지고 싶다기보단 그저 재미있게 읽어줬으면 했지만 나는 우리가 분단국가라는 걸 되새기게 되는 것만으로도 작가가 우리에게 메시지를 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난 또 다른 한 가지도 생각한다.

왜 나 혹은 어쩌면 다른 누군가는 타인을 보며 우리보다 GDP가 낮다고 그들의 행복을 지레짐작하여 재단하고 동정하는가?

이 얼마나 오만한 생각인지... 내가 얼마나 건방지고 오만하고 무례한 사람인지 새삼 깨닫게 돼서 마음이 무거워졌다.

분명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한 책인데 숙제를 가득 부여받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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