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지구의 1 - 호무라의 장, NT Novel
아키야마 미즈히토 지음, 서범주 옮김, 시이나 유우 그림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04년 7월
평점 :
절판


아키야마 미즈히토 작, 서범주 옮김, 대원씨아이 출판사


[대집회의 손에 의해 줄기차게 살해당한 이단자, 스카이워커.
그 37대째인 검은 고양이 카스카도 대기권에 돌입할 수 있는 우주선을
스스로 설계하여 지구의로 가는것이 목표였다.
드디어 오랜 꿈을 실현하려는 때가 도래했으나
그전에 끝내야만 할 일이 있었다.
살아남기위해 이용했던 친구인 호무라와 결판을 지어야 했던 것이다.
스카이워커 카스카와 최강의 스파이럴 다이버인 호무라.
두 마리의 고양이가 격돌하는 순간.
그리고 마침내 카스카는 지구의에 도달할 수 있을까?
귀재 아키야마 미즈히토가 선사하는 따뜻하고도 이상하며
눈물이 멈추지 않는 SF 판타지의 완결편!]




...... 이 소개글을 읽고 이 책의 내용이 어떨지 짐작할 수 있는 사람 이 몇이나 될까. 솔직히 [일러스트가 이뻐서 함께 업어온] 책이었다. 이건. 특히, 예전에 "이 책 참 지루하군" 하는 이미지라 1권 읽다 던져버렸던 이리야...를 썼던 사람이라니, 기대가 되기는 커녕 시간 때우기 용으로 빌린거다, 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읽다보니 이것 꽤나 읽을만했다.

"최악이다"라고 생각했던 태도가 "이것 꽤 괜찮네"로 바뀌고,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는 "잘 쓰는군"이 되었다. 마음이 바뀌는 속도가 놀라울 정도였다. 너, 정체가 뭐니?


... 굉장히 당황스럽지만, 이 책은 "고양이의 고양이를 위한, 고양이에 의한" 글이다. 사람은 먼먼 옛날 사라진 천사일 뿐이고, 지구를 빙글빙글 도는 원통형의 위성체 안에는 고양이와 로봇들이 산다. 고양이는, 우리가 아는 고양이와는 다른- 고도의 지능과 능력을 가진 생명체다. 고양이는 능숙하게 로봇을 조종하고(비록 그 원리는 모를지언정), 집단 사회를 유지하고, 원로원과 같은 역할의 대집회라는 고등 집단 또한 있으며, 스파이럴 다이빙이라고 불리는 공개 전투를 통한 우두머리 도르곤이 존재한다. 한마디로 말하면- 고.양.이.들의 폐쇄 사회인 것이다.

고. 양. 이.

그걸로 충분하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고양이가 [덫을 놓아] 쥐를 잡고는 "자네도 하나 들겠나?"하고 묻는다.
고양이가 "오늘 참 날씨가 좋다." 라고 인사한다.
고양이가 노름을 한다.
고양이가 엄숙하게 장례식을 치룬다.
고양이들끼리 늠름하게- 로봇을 조종하며 전투를 한다.
고양이가 방울을 달고 춤을 춘다.
고양이가, 고양이가, 고양이가.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으로서,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이정도로 고양이 천지인 글을 쓰는 사람이 쓴 글이 비록 NT 노벨일지라도 정식 출간되고 있다는게 놀라울 뿐이다. (고양이의 보은, 같은 메이저급 코드와 매우 다른 파격적인 발상이다.)



이야기 스토리는 단순하다.

작자가 후기에 써놓았던 것처럼, 갈릴레오와 천동설 썰을 들은 작가가, 갈릴레오는 사실 별로 안 불쌍한 인간이었다, 사실 자기가 하고 싶은거 다하고 말할거 다 말해서 사회를 흔들어 놓은 "자기중심적천재"중 하나일 뿐이었다, 라는걸 고양이와 지구로 날아가고픈 스카이워커 고양이를 써먹어서 썼을 뿐이다.



... 소재적으로는 매우 단순하다, 단순한데. 그런데.
여기다 건담 스토리를 연상케 하는 사이버 펑크가 가미되고,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시나리오 모드가 들어간다.
정말이지 진지하게"상상을 구체회시켜 이어나가는" 것이다.


이사람, 생각보다 글 매우 잘 쓴다. 소재가 이렇게 단순한데도, 책을 덮을 때는 눈에 눈물이 고일만큼 잘 쓴다. "여긴 왜 이렇게 된거지?"하고 질문이 생길라 치면 "아 그건 말이야.. 하면서" 조목조목 짚어 말해주는- 인과성도 상당히 좋고, 2명의 주인공과 1명의 히로인, 그리고 조연들이라는 캐릭터 비중도 꽤 좋다. 감정을 적절히 잘라주고, 정말 죽여서는 안될 '고양이'를 덥석 죽여버리는 작가의 냉철함 또한 가지고 있다.



... 그러니까 문제는 "고양이와 로봇"인거다.

당신, 말이야, 너무 마이너하잖아?!! 당신 정도면 훨씬 더 괜찮은 글도 쓸 수 있을 텐데, 왜 "고양이냔 말이지."

......


작가는 너무나 오래되어서 말 대신 [오늘은 남부전선에 의한 강력한 폭풍우가 예상됩니다.], [맑겠지요.]라며 TV에나 나오는 대사들을(딴소리 같은 그 대사들을) 열거하는 조연, 크리스마스라는 로봇과 비슷하다. 이 사람은 세상을 받아들이는 안테나가, 이런식으로 생겨 먹어서, 결국 어떤 글을 써도 이렇게 황당무계한 "상상"을 매우 진지하게 기술하는- 게 아닐까.


작가와 비슷하게 코드를 맞출 수 있다면, 작가의 "상상" 주파수를 수신할 수 있다면, 이 사람의 책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으로서, 이 책은 재미있게 읽었지만... 음.....


나라면, 다른 책은 솔직히 자신 없다. (삐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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