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국화의 무덤
이토 사치오 / 가람기획 / 1995년 12월
평점 :
절판


일본인은 아름다움에 집착하는 사람들이다. '죽음의 미학'에서도 드러나듯, 그들은 비장함이나 처절함과 같은 감정에까지 '아름다움'이란 수식을 가져다 놓는다. 인간에게 보편적으로 그런 성향이 어느 정도 있다고 하더라도, 그런 면에서 일본인은 확실히 별난 사람들이다.

여기 실린 4편의 소설은 하나같이 슬프다. 그 슬픔이 넘쳐 비장하고 처절하다 못해 허무하기까지 하다. 끝내 이뤄지지 못하는 미완의 사랑들이다. 그런데도 결코 '슬프다'란 말로 끝맺지 않고 그것을 일종의 숭고함으로 승격시키려 한다.

개개의 작품들에 드리워진 퇴폐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는, 운명으로 받아들인 불행한 사랑은 나름의 가치를 지닌 아름다운 사랑이라 역설하면서 수많은 연인들을 끊임없이 유혹하고 있다. 눈부시게 흩날리는 벚꽃을 보면서도 죽음을 떠올린다는 일본인에겐 참으로 잘 어울리는 이야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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