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산가옥의 유령 현대문학 핀 시리즈 장르 4
조예은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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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서히 심장을 조여 오는 공포

아마 세상에서 가장 친근하고 편한 장소를 꼽으라고 한다면 많은 이들이 ‘집’을 이야기할 거다. 온갖 종류의 긴장을 풀고 온전한 ‘나’로 지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혹은 유일한 곳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게 ‘폐가’라고 한다면 이야기는 또 달라진다. 주인에게 버림받아 낡고 허름해졌을 뿐인데, 우리는 그 안에서 짙은 공포감을 느낀다. 거기에 ‘귀신이 산다’는 말까지 덧붙여지면- 그곳은 유명해지고 싶은 이들의 성지가 된다.


책에 등장하는 적산가옥은 폐가가 아니다. 오랫동안 누군가의 손을 탔고, 이제는 누군가의 관리를 받는 그저 낡은 집이다. 그런데, 거기서 느껴지는 중압감과 공포감이 남다르다. 그 공포감은 순식간에 안으로 파고들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을 갉작거린다. 아프지 않게. 은은하게. 멈추지 않고 지속적으로. 



▶ 나이와 신분, 삶을 뛰어넘는 우정

주인공인 운주는 꿈을 통해 외증조모의 과거를 들여다본다. 가난에 쫓겨 간호사가 되었고, 살아남기 위해 악착같이 일했던 그녀의 과거가 지나치게 생생하다. 그리고 마침내 외증조모가 일본인의 집이었던 적산가옥에 들어갔을 때, 영원히 과제로 남아 있을 것만 같았던 수수께끼들이 하나둘 풀리기 시작한다.


처음, 외증조모가 고용인의 아들이자 간병 대상인 유타카에게 느낀 감정은 못마땅함과 혐오, 경멸에 가깝다. 그러나 별채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둘 사이에 묘한 우정이 자리한다. 건조하고 푸석하지만 적당한 온기를 가진 투박한 ‘우정’은 둘을 지옥과도 같은 ‘적산가옥’에서 버티게 만든다. 그리고 암묵적으로 서로를 보호하고 지켜주는데, 힘없는 자들의 연대가 너무 하잘것없어서 더욱더 소중하고 귀하게 느껴진다.


이쯤 되면, 소설을 읽을 때마다 찾아오는 내 ‘고질병’이 도지고 만다. 바로바로 등장인물 ‘행복바라기병’. 소설의 개연성이고 뭐고 다(착하고 좋은 등장인물만) 행복하게 해줬으면 하는 답도 없는 병이다. 여기서도 몇 번이고 얼마나 간절하게 바랐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 바람의 끝은…….



▶ 《적산가옥의 유령》은 따뜻한 봄날, 지하 5층 정도 되는 곳에서 느낄 수 있는 서늘한 기분이 들게 만드는 책이다. 위로 올라가면 따뜻한 공기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절망적인 기분이 들지 않게 하면서도, 공포감을 유지하기 딱 맞은 온도로 이야기를 끌어간다. 다소 아쉬운 부분도 있다. 주인공인 ‘나’ 현운주가 기존 소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평범하고 흔한 캐릭터라는 것. 평범한 인간이 느끼는 리얼한 공포를 전달하고 싶은 작가의 의도라면 존중하나, 다부지고 똑부러진 현운주 버전의 이야기도 왠지 궁금하다. 정독해서 읽는 게 느린 편인 나도 2시간도 채 안 되는 시간에 읽을 수 있을 정도로 가독성이 좋고 훌륭한 책이다. 더운 날, 가볍게 읽기 좋은 책을 찾는다면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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