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디바이디드 : 온전한 존재 언와인드 디스톨로지 4
닐 셔스터먼 지음, 강동혁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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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 용두용미의 끝판왕

시리즈(4권)를 전부 합치면 무려 2,240쪽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군더더기가 전혀 없다. 죄다 엑기스 중의 엑기스다. 먹으면 먹을수록 더 깊고 진해지는 맛. 책장을 넘기는 맛이 있는 그런 책이다.

스케일이 지나치게 방대하고 내용이 길어지면 항상 등장하는 늘어지거나 지루한 부분이 없다는 게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 완벽한 서사, 완벽한 흐름, 완벽한 결말. 시리즈의 종착역인 《언디바이디드》를 다 읽고 나서는 속에서 들끓는 온갖 감정을 가라앉히며 몇 번이고 되뇌었다. 여태껏 읽은 시리즈 중 가장 최고였다고.



▶ 가족이 뭐길래

<언와인드 디스톨로지>에는 다양한 모습의 가족이 나온다. 그들은 각각 화목하기도 하고 불행하기도 하며 부자이기도 하고 가난하기도 하다. 왜 그들은 자기 자식을 그렇게 쉽게 버렸을까. 아이가 모범생이 아니어서, 이혼 후 아이를 맡기도 싫고 상대에게 양육권을 넘기기도 싫어서, 친자식이 아니라서, 자신에게 폭력을 행사한 남편에게 주먹을 날린 아들 대신 남편을 선택하려고, 신에게 바치기 위해서. 그들이 언와인드 의뢰서에 서명한 이유는 셀 수 없이 많다.

이렇게 가족에게 버림받은 아이들 중 일부는 ‘무단이탈자’가 되어 가족에게 편지를 남겼다. 그들은 궁금해한다. 도대체 왜!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를. 증오와 슬픔과 환멸로 시작한 편지의 끝은 ‘그래도 사랑해’다. 이제 겨우 십대인 아이들이다. 그런 그들에게 가족은 자기 삶의 전부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들이 갖는 양가적인 감정이 충분히 이해되고도 남는다.



그렇다면 아이를 보내고 나서 남은 이들은 어떻게 됐을까. 바라던 삶을 살고 있을까. 책을 읽는 내내 궁금했다. 그러면서도 알고 싶지 않다는 마음 또한 공존했다. 이기적인 이유로 아이를 너무나 쉽게 포기한 그들이 자기가 원하던 행복한 삶을 살고 있든, 뒤늦게 아이를 포기한 데 대한 후회로 점철된 고통스러운 삶을 살고 있든 무엇이 되었든 간에 전부 화가 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언디바이디드》에서 그들의 현재를 언급했다. 길지 않게, 그러나 담백하게 그려진 그들의 모습은 생각처럼 화나 분노 같은 감정을 불러일으키지 않았다. 다만, 그들에게서 버려진 직후부터 고통만 받다가 이젠 생사를 알 수 없게 된 아이들이 떠올라 울컥하고 말았다.




▶ 경악하게 만드는 섬세함

이 책 이야기를 할 때마다 작가의 섬세함을 논하는 것 같다. 《언디바이디드》도 예외는 아니다. 문장 사이사이 깔린 복선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철저한 계산과 계획 아래 만들어진 내용은 의문조차 가질 수 없게 해 감탄을 자아낸다.

예를 들어, ‘줄기세포를 플라스틱 안에 넣어 보관한다’라는 문장이 있다고 해 보자. 일부는 저 플라스틱이 일반 플라스틱이 아닐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일부는 소설적 허용이라며 넘어갈 수도 있고, 또 일부는 플라스틱에 줄기세포를 보관할 수 없다는 과학적 사실에 근거해 접근할지도 모른다. 이때, 닐 셔스터먼은 독자들이 헷갈리지 않게 저 플라스틱이 줄기세포 보관을 위해 만들어진 제품임을 콕 짚고 넘어간다.

이렇듯 사소한 것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 작가의 치밀함 덕분에 우리는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그 세상 속으로 더 깊고 확실하게 빠져들게 된다.



▶ 《언디바이디드》를 포함한 <언와인드 디스톨로지>는 미국 아마존북스에서 선생님 추천 도서로 선정됐다. 청소년들에게 추천할 만큼, 유해한 세계의 이야기를 건전하고 무해하게 풀어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독서 외에도 해야 할 게 많은 세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 2,240쪽의 장편 소설을 감히 추천한다. 생명, 가족, 우정, 정의, 관계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생각하게끔 만들고, 기승전결 또한 완벽하기 때문이다. 미루면 미룬 만큼 손해 보는 책.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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