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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라이브러리 (1주년 스페셜 에디션)
매트 헤이그 지음, 노진선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4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생은 이해하는 게 아니야. 그냥 사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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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묘의 죽음, 12년 동안 다녔던 직장과 피아노 강습에서의 해고, 사랑하지만 멀어져 버린 가족의 외면, 한때 친했지만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된 친구의 비난, 연락이 되지 않는 단짝. 아무도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절망한 노라는 죽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실행에 옮겼을 때, 삶과 죽음의 중간 지대에 있는 자정의 도서관, 즉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에 도착한다. 노라에게 선택받지 못한 ‘노라의 다른 삶’이 적힌 책들과 태어난 후에 했던 후회들이 전부 기록된 ‘후회의 책’으로만 이루어진 도서관에서 노라는 과거 자신이 선택하지 않아 후회했던 다른 인생을 살아 볼 기회를 얻게 된다. 과연 노라는 후회 없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
▶ 후회와 환상이 공존하는 공간, 자정의 도서관
누구나 ‘그때 내가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한 번쯤은 해 봤을 거다. 그리고 그 생각은 자연스럽게 ‘그랬다면 지금보다 훨씬 나은 인생을 살고 있을 텐데’로 이어진다. 이 책은 사람들의 ‘후회’와 다른 선택을 했다면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는 ‘환상’을 다루고 있다. 한마디로 많은 이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한 ‘주제’를 다룬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거기다 책 덕후들이 사랑해 마지않는 단어, ‘도서관(라이브러리)’을 제목에 떡하니 써 놨으니 흥행에 실패하기 어려운 조합이 아닐 수 없다.
▶ 성장물도, 힐링물도 아닌 애매한 포지션의 소설
작가는 요즘 사랑받는 우리나라 웹소설 키워드인 회빙환(회귀, 빙의, 환생)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와 비슷한 평행우주를 이용한다. 내가 선택하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 또 다른 나의 인생을 살 수 있다니. 얼마나 매력적인가. 실제로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의 주인공 노라는 이런저런 이유로 선택하지 않아서 후회했던 삶을 살아본다. 그건 현실에서는 파혼했던 남자와 결혼한 여자일 때도 있었고, 돌아가신 아빠가 원했던 대로 수영을 계속 한 금메달리스트일 때도 있었고, 도서관 사서인 엘름 부인이 추천했던 빙하학자일 때도 있었고, 자신이 탈퇴하면서 데뷔가 무산된 밴드의 보컬일 때도 있었다. 그 외에도 수많은 인생을 살게 되는데, 문제는 대부분의 삶이 생각처럼 행복하고 좋지만은 않은 데 있었다.
노라는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는 캐릭터다. 다양한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모든 상황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자기만의 동굴을 만들어 더 깊이 들어가곤 한다. 그래서 각종 불운이 이어지고, 노라의 부정적인 감정이 더해지는 책의 앞부분은 어둡고 무겁다. 그렇다고 해서 그 뒤로 이어지는 이야기들이 유쾌하냐 혹은 마음이 따뜻해지냐 혹은 편하게 볼 수 있냐라고 묻는다면 대답은 무조건 ‘아니요!!!!!!’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노라의 또 다른 인생들에는 작가가 의도적으로 넣은 ‘불행’이 적어도 하나씩은 존재하기 때문이다. 물론 노라는 이를 통해 한층 더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너무 눈에 보이는 수와 뻔하게 진행되는 이야기에 들까말까 했던 흥미가 뚝 떨어진다.
▶ 신선한 소재와 그렇지 못한 진부한 내용
차라리 온갖 불행 서사를 다 가지고 있는 노라가 다양한 삶에서 다른 방식으로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여줬더라면 가슴이 따뜻해지기라도 했을 텐데, 그것도 아니면 노라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두려움을 하나씩 떨쳐내는 모습을 그려줬더라면 ‘이런 게 성장물이지’라는 생각으로 노라를 응원했을 텐데 이도저도 아닌 모양새가 되어버린 게 참 아쉽다. 작가가 자기 ‘나름’의 교훈을 강요하기 위해 무리해서 쓴 내용과 억지로 끌어올리려는 감동에 온전히 공감하지 못하는 건 당연하지 않을까. 아무 생각 없이 킬링타임용으로 한 번쯤 읽기에는 괜찮은 책이지만, 마음을 훈훈하게 해 주는 따뜻함을 원한다면 넣어두는 게 좋을 것 같다. 만약, ‘도서관’이 들어간다고 해서 흥미를 느꼈다면 역시 넣어두세요. 도서관은 이용만 당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