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지‘를 남겨두는 지혜가 필요한 시절
여지는 삶에 있어 숨구멍 같은 것이었다.
누구나 자신을 완전히 보여주지는 않죠. 당연하게도...
"환자랑 몇 년을 알고 지내도, 그들은 자넬 또다시 놀래킬걸세."
도입부는 언제나 힘이든다. 특히 서양사람의 글 일 경우에는 더욱 더.
현관으로 나선다. 내가 가장 싫어하고 불신하는 장소. 나의 왕국과 바깥세상 사이에 버티고 있는 서늘한 회색빛 공간. 황혼이 내리자 어두운 벽이 나를 손아귀에 쥐고 으스러뜨릴 것만 같다.
이번 여름에도 소년의 선율은 우리 집 거실 창문을 공손히 두드렸다. 문 좀 열어주세요. 하지만 나는 열지 않았다. 그럴 수 없었다. 나는 이제 절대로 창문을 열지 않는다. 절대로. 하지만 소년의 선율은 낮고 조용한 소리로 다시 청한다. 문 좀 열어주세요. 문 좀 열어주세요!
엄마, 내가 인어를 봤다니까? 그 아저씨는 분명 바다 깊이 궁전에 사는 인어 왕자님일 거야. 그런데 마녀가 준 약을 먹고 두 다리가 생긴 거지. 인어 왕자님은 누구를 위해 다리를 얻은 걸까? 그러면 역시 언젠가는 물거품이 되어서 아침 햇살에 부서져버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