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래머 그 다음 이야기 - 프로그래머의 길을 생각한다 사람과 프로그래머 1
임백준 외 지음 / 로드북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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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리뷰를 왜 쓰고 있나. 라고 잠깐 생각해본다. 신간이고 리뷰가 없는데다가 알라딘 서재를 가끔 해볼 생각이라 만만하게 이번 주말 읽은 책들을 보니, 이게 떡하니 올라온다. 다분히 이 책을 편애한터라, 안 그래도 읽은 흔적을 보니, 접어둔 곳이 무척 많다. (책 읽는 습관은 줄을 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좋은 문장이나 체크해야할 것들이 있으면 접어두고 훅 넘겨읽는다. 어차피 다시 그 쪽을 펼쳐도 여전히 '그 부분' 이 마음에 걸린다면 다시 볼만한 거고, 아주 드물게 못 찾을 때도 있는데 그렇게 체크할 것들을 줄여나가는 독서를 하는 편이다.)

이 책은 '한국에서 개발자로 산다는 것' 에 관한 IT에세이다. (이 출판사가 이런 기획을 상당히 좋아하는 것 같다.) 따라서 컴퓨터나 개발 몰라도 용어는 그런가보다 하고 넘기면서 '에세이'에 집중해서 읽는 나같은 무식한 독자도 무척 재밌다. 읽다보니 '글 좀 쓰시는 개발자분들'은 다 여기 와계시는게 아닌가 싶었다. 한창 개발할 수 있는 나이라 여겨지는 나이를 넘긴 개발자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지금 무엇을 하는지, 어떤 궤적을 그려왔는지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비일반적인 커리어를 가진 분들도 있고, 필자의 연령과 분야도 상당히 다양하다. (한국전력에 컴퓨터가 들어오던 당시 요금산정 체계를 만든 분의 원고를 읽으면서는 거의 경악을 했다..) 이 책에 한창 개발 실무를 담당하는 나이를 넘긴, 개발자들의 주요 화두는 이런 것들이다.

프로그래밍이라는 일.

   
  프로그래머는 어쨋든 자기가 작성하는 소프트웨어를 기술적으로 최대한 완벽하게 제작하도록 노력해야한다. 프로그래머는 어떤 상황에서도 철저히 사용자의 요구에 복무해야 한다. 그것이 프로그래머 직업 윤리의 1번 항목이다. 그렇지만 그와 동시에 자기가 프로그래밍 하고 있는 대상이 세상 사람들의 살 ㅁ속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정확하게 이해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한다. 이것이 프로그래머 직업 윤리의 2번 항목이다. 그리고 1번과 2번 항목이 불일치를 일으키면서 갈등하는 상황이 되면 그것을 외면하지 말고 불일치의 간극을 최대한 좁히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임백준

맑은 정신으로 일이 이루어지지 않아 내가 개발한 프로그램에 많은 버그가 존재했고 이 때문에 공통 모듈을 사용하는 개발자들이 끊임없이 내가 개발한 프로그램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었을 뿐 아니라 일의 진척도 늦어진 경우가 있었다. -이춘식

현업담당자가 개떡같이 말해도 우리는 찰떡같이 알아들어야 하는 숙명이 있다. IT는 '머리가 나쁘면'이 아니라, '커뮤니케이션이 나쁘면' 손발이 고생한다. 
의사들이 주인공인 드라마를 볼 때마다 왜 우리네 IT는 고작 해커 정도로 등장해서 컴퓨터로 해킹하는 정도가 고작일까? IT프로젝트에서 사람들의 애환을 다룬 드라마로 만들어질 수 없을까? -신재용

 
   
30대 중반이후 관리자가 아니, 개발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문득 젊은 날 방직공장에 취직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공원이었던 나는 지금의 내 아이보다 어린 반장님의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아 6개월도 안 되어 사직하고 말았다. 반장님은 야근수장이 포함된 노란 월급봉투를 받아 쥐고 그렇잖아도 가득한 주름이 더 깊게 패게 웃고 있었다. 그것이 바로 내 미래 모습이었기 때문이었다. 프로그래머 이후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선배들이 지나간 길은 어떠했을까? 마땅히 벤치마킹할 대상이 없는 것이 바로 IT인들의 초상화다. -이주연  
   

개인의 커리어관리. 저자들 중에는 기술사에 합격한 이들이 많다.
   
  전문성 = 학력+ 경력+자격+전문가활동
학력은 일을 시작할 때, 전문적인 일을 할때의 비중이 크고, 경력은 주관적이지만 ㄱ학력과 자격은 객관적인 활동. 전문가활동은 객관성 주관성의 성격을 모두 가지며, 시너지가 되는 항목 -이춘식
 
   
3D 인 한국 개발자 환경, 잦은 야근, 인정받지 못하는 성과, 해외 근무 환경에 대한 부러움 등..
   
  요금 프로그램은 수많은 요구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그때마다 로직을 추가하는 바람에 응집도는 떨어지고 결합도는 높아 마치 누더기처럼 너덜너덜했다. 사용자 요구사항이 생길때마다 조건문으로 분기시켜 임시방편으로 해결하곤 했기에 아무도 함부로 로직을 손댈 수 없을 만큼 지뢰밭 천지였다 -이주연
 
   
그리고.
   
  직장생활이라는 일상은 반복적인 생활 같지만, 자세히 보면 배우고, 보고하고,, 깨지고, 나동그라지고, 또 전의를 불사르는 밑바닥 체험의 연속이다. 이런 일상적 체험을 보잘겂없는 것으로 치부하면 삶이 시시해진다.나의 경험을 반추해보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범용적으로 일반화함으로써 내가 일하는 분야에 대한 체계적인 지식과 모범 사례, 나아기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사람을 우리는 전문가라고 부르며 전문가가 되기 위한 좋은 방법은 글쓰기다. -오병곤

나의 경험에 비추어볼 때 사람들과의 관계를 비약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우선 내가 매력적인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모든 리더십의 출발점은 자신을 먼저 갈고 닦는 것이다. 내가 가장 우선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정기적으로 관심을 보여주자. 나는 30명의 사람들을 늘 머릿속에 넣어 둔다. 그들이 현재 어떤 고민과 관심을 갖고 있는지를 주기적으로 떠올린다. 그러다가 불현듯 그(녀)에게 적합한 좋은 아이디어나 정보를 발견하게 되면 이메일이나 문자 메세지로 알려준다. 늘 내가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 오병곤

변화나 혁신을 이야기하는 시대에 그 변화와 혁신을 실제로 현실에 가능케 하는 구현자는 바로 우리네 IT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IT가 좋다. -신재용
 
   


+ 원래 이런 책, 여러 저자들이 돌아가며 어떤 문제나 사안에 대한 자신이 드러나는 글쓰기를 하는 책들을 무척 좋아한다. 그리고 나는 지금 짧은 시간 IT의 분야에 대해 분위기와 감을 익혀야한다. 이 책은 나에게 꽤 좋은 교과서였고, 그리고 독특하게도 책 뒤에 편집자의 '변, 기획의도'가 실려있다. 나는 이렇게 책 만드는 사람의 어떤 니즈가 책에 노골적으로 들어가는 것도 좋아한다. 책한권의 완성에는 저자만 있는 것이 아니기에. 그건 책 뿐만 아니라 이 책에서 계속 말하듯, 코드하나에도 그렇게 많은 개발자들의 고민이 담기는 것과 비슷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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