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치는 게 뭐 어때서 - 씩씩한 실패를 넘어 새로운 길을 만드는 모험
김수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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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cemaker: 중거리 이상의 달리기 경주나 자전거 경기 따위에서, 기준이 되는 속도를 만드는 선수. 


 언젠가 나와 나이대가 비슷한 최연소 아나운서가 채용되었다는 소식을 뉴스에서 들었다. 그 당시에는 그녀가 아나운서가 되었다는 결과에만 주목했고, 단순히 그녀가 대단하다는 생각만 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이후에 그녀가 어떤 결정을 했는지, 어떤 과정을 경험했는지는 크게 주목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도망치는 게 뭐 어때서'는 SBS 최연소 아나운서 채용으로 화제가 되었던 김수민 작가의 에세이다. 당연히 그 이후에도 탄탄대로를 달렸을 것 같은 그녀의 에세이의 첫 시작은 '가난했던 봄의 사직서', 사직이었다. 처음 시작부터 예상치 못한 전개에 '뭐지?'라는 물음표를 가득 달고 그녀의 삶에 궁금증을 가지게 되었다. 퇴사를 결심히고 그 즈음 겪은 그녀의 삶은 담담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기억들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에세이로 풀어내며, 비슷한 고민을 하고 비슷한 상황을 처한, 또다른 이들을 위로한다.


 이 책을 읽으며, 그녀가 꽤 자신의 삶과 자신의 방향성을 진심을 담아 고민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당시의 경험을 키워드로 묶어 하나하나 풀어가는 그녀의 에세이는 나 역시 그 키워드에 녹아들어 나의 삶을 고민할 수 있도록 한다.


" 실패. 때로는 죽음만큼 괴로운 것도 사실이지만 살면서 원치 않아도 익숙해지게 되는 것이기도 하다."

'도망치는 게 뭐 어때서', p.32


 현재 진로의 갈림길 앞에선 나 역시 그녀와 유사한 고민을 하고 있기에 이 책을 더욱 몰입감 있게 살펴보게 된 것같다. 하나하나 키워드를 따라 살펴가는 그녀의 삶에서 '이 때 나는 이렇게 생각했는데, 김수민 작가는 어떻게 대처했을까?'라는 식이라든가. '나도 지금 이 고민을 하고 있는데 김수민 작가는 어떻게 해소했지?'라는 식이라든가. 어느새 이 책은 내 삶을 결정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한 권의 '페이스메이커'가 되었다. 이 책은 마치 그녀가 나와 함께 나의 인생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 주는 듯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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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표현이 새롭다. 같은 표현도 다르게 제시한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서식지 옮기기'였다. 나에게 '서식지'는 나의 주거 환경 등을 표현할 때 더 익숙한 표현이었다. 이 표현을 나의 진로 선택과 연결할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러나, 작가의 '서식지'라는 표현은 단숨에 내가 진로를 선택할 때 무엇을 고민해야 할 지 그 방향성을 잡아주었다. 새로운 표현 덕분인지 그녀의 표현을 따라 내 삶의 궤적을 돌아보면, 새로운 즐거움이 기다렸다. 설렌다고 할까.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는 나의 삶은 꽤 신선했다.


"진로를 바꾼다는 것은 그 서식지를 바꾸는 것과 비슷하다. 하는 일에 따라 주변과 자신이 많이 변하기 때문이다."

'도망치는 게 뭐 어때서', p.138


참 편안한 책이다. 그리고 참 따뜻한 책이다. 그리고 신선하다. 이 책을 처음 접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여타의 다른 도서와 같이 '실패해도 괜찮아. 이렇게 하면 되니까'의 책일 줄로만 알았지만, 그녀의 에세이는 그녀의 삶을 나열함으로써 우리가 스스로 우리의 삶을 기분좋게 상상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데 장점이 있다. 책과 함께 그동안 '인생은 짧고 굵게'를 입에 달고 살며 '빠른 속도로 큰 것 위주로 다 해보자. 건강은 뒷전.'이었던 나를 반성하며, 내 삶의 방향을 생각해 보게 된다.


" 속도의 비교는 정말 찰나에만 유효한 것이다.

잊지 말자. 당장의 속도보다 중요한 게 분명히 있다는 것을."

'도망치는 게 뭐 어때서', p.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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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 = '에세이라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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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말자. 우리는 도망치더라도 결국, 인생을 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인생의 마라톤, 페이스메이커로의 쓰임.

<도망치는 게 뭐 어때서>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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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막상 마주하면 어딘가 낯익은 것이 실패다. - P33

의미는 물건이나 대상이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내가 만드는 일이니까. 아, 그러니 의미 있게 살기 위해선 매사 얼마나 더 부지런히 노력해야 하는 걸까. - P134

이 삶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하는 일에 에너지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고민에는 나 자신을 아는 것과 선택할 서식지의 생태계를 미리 알아보는 일도 포함일 것이다. - P139

쓰임의 가장 큰 특징은 ‘나의 고유함‘이 고려된다는 점이다. - P165

이유가 있으니까. 이제 정말이지 사는 것은 별것이고 산다는 건 막중하고 대단한 일이 되었다. ... ‘사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라는 말로. - P216

설레지 않는가. 매일 새롭게 지구가 알아서 리셋 버튼을 눌러준다는 것이. - P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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