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푸드의 제국
에릭 슐로서 지음, 김은령 옮김 / 에코리브르 / 2001년 8월
평점 :
절판


패스트푸드산업의 어두운 이면과 그것이 우리 삶에 끼치는 영향을 고발한 에릭 슐로서의 <패스트푸드의 제국>을 읽은 동갱이는, “그 음식들이 어디서부터 왔고,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패스트푸드 음식을 하나 살 때마다 그 이면에는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또 이 음식이 만들어내는 길고 짧은 파급 효과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라.”는 저자의 주문대로 직접 패스트푸드를 먹으며 따져보기로 했다. 사실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 패스트푸드를 전혀 먹지 않는다는 말이 의아했기 때문이다.

베를린장벽이 무너진 후 가장 먼저 동독에 진출한 기업이자, 매일 다섯 개의 점포가 새로 생긴다는 맥도날드에 들어서자 “어서오십시오, 맥도날드입니다!”라는 말이 동갱이를 반긴다. 매장 안은 영화관을 찾은 젊은이들, 쇼핑중인 주부와 아이들로 북적댄다. 패스트푸드 매장이 늘어나는 것과 정확히 비례하여 어린이 비만도도 증가한다던데, 지금 막 치킨 다리를 베어 문 한 아이의 살집이 심상찮게 보인다.


동갱이는 ‘불고기버거세트’를 주문했다. “드시고 가실 건가요?” 또렷하고 큰 목소리로 묻는 앳된 점원의 말에‘네’대답하자, “다른 필요한 건 없으시구요?”하고 묻는다. 앗, 예상치 못한 질문에 동갱이가 우물쭈물하자, “세트메뉴를 주문하시면 사이드메뉴를 천 원에 드립니다. 어쩌구저쩌구...” 속사포같은 점원의 말에 동갱이는 결국 맥너겟을 추가 주문했다. 이 점원이 나를 배려한다기보다 메뉴버튼 권장 품목에 자동으로 불이 들어 오는대로 말하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시급 1,700원쯤을 받을 저 점원은 아마 점심도 햄버거로 때울 것이고, 최저임금제는 잘 모를 것이고, 점장이 그만두라면 그래야 하는 줄 알 것이고, 일하다 다쳐도 보상받지 못할 것이고, 그래서 점장은 계속 경험없고 어린 사람을 고용할 것이고....


생각에 잠긴 동갱이의 음식이 나왔다. 일단 황금색의 먹음직스런 감자튀김을 한 개 집어먹으니 따뜻하고 고소하다. 그 감칠맛의 비밀은 수 십 가지의 화학물질을 섞어 만든 인공첨가물에 있다. 맥너겟을 튀길 때의 비법도 마찬가지다. 유전자조작으로 가슴살만 비대해진 닭을 상상하니 너겟이 예전만큼 맛있는 것 같지 않다. 콜라야 팍팍 리필해주며 생색내니 아껴 마실 필요가 없다. 다음으로 햄버거 포장을 조심스레 풀어 빵을 들춰보았다. 큼직한 고기 패티에 오이피클, 양상추, 소스가 버무려져 있다. 이 소스에 어떤 물질이 첨가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지, 아마. 야채도 진공포장 상태로 운반되어 온 것을 그대로 넣기만 하고, 패티도 냉동된 것을 익혀서 넣기만 하면 된다니, 햄버거 자체가 음식이 아니라 조립된 하나의 공산품 같다는 느낌이다. 햄버거 고기에서 자주 검출된다던 그 세균 이름이 뭐더라...


이어 동갱이의 생각은 멀리 미국의 감자농장과 소 도축장으로 흘러간다. 저임금으로 착취당하는 감자농장의 제3세계 이주민들, 10초에 한 마리씩 소의 목을 따는 노동자들, 재해율과 사망률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노동의 결과가 이 햄버거에 고스란히 들어있다고 생각하니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패스트푸드도 거대한 자본이며 그에 걸맞은 혹은 더욱 극심한 노동착취가 벌어진다는 사실을 미처 잊고 살지 않았나! 게다가 그 착취는 햄버거가 비위생적일 수밖에 없는 필연적 구조라는 것, 그리고 세트메뉴 하나면 괴상한 화학물질 수 백 가지와 덤으로 각종 세균을 섭취한다는 것까지 (안 그래도 될 것을) 동갱이는 몸소 체험한 것이다.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우렁찬 인사말 뒤로 거북한 배를 쓰다듬으며 동갱이는, 아마도 당분간 패스트푸드는 먹고 싶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