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속의 악마
베르나르 앙리 레비 지음, 김병욱 옮김 / 프로메테우스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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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인생을 여러사람의 증언으로 기록한 소설.

그러고보면, 그것도 참 괜찮은 방법이다 싶다. 나에 대해 여러 사람이 증언을 하는 것. 그리고 내 일기장과 타인을 향한 편지, 혹은 내가 언급된 편지들이 나를 세상에 보여주는 것, 그리고 나의 독백.

 

한 인생은 비춰지는 여러 각도에 따라서 천차만별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살인자이며 테러리스트가 될지라도, 또 어떤 사람에게는 목숨을 바쳐서 사랑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그렇지만 한 사람의 인생에 대해서 주관적이냐 객관적이냐를 가르려는 시도는 무의미한 것 같다.

 

이 소설은 주인공의 엄마가 살아있을 때 쓴 일기장, 그리고 의붓아버지의 증언, 애인의 편지, 변호사의 증언, 그리고 주인공 그 자신의 고백으로 이루어져있다. 작가가 개입하는 부분은 거의 없다고 본다. 그럼에도 한 남자의 어린시절부터-태어나기 전부터-어쩌면 인생의 종착점까지를 그렇게 완벽하게 보여줄 수가 없다.

여러 사람들의 눈에 비쳐진 증언과 기록들이, 나중에 주인공 스스로 밝히는 고백과 오버랩될때, 약간 혼란이 느껴진다. 누가 거짓말하는 걸까? 난 주인공의 손을 들어줬다. 설마.. 죽기전에 하는 고백인데 거짓말을 할까...

 

내 인생을 둘러싸고 있는 여러 사람들의 눈에 의해 난 어떻게 비춰질까? 나중에 누군가가 내 인생을 이런식으로(소설처럼) 정리해줬음 좋겠다. 그치만, 이내 그게 아무 의미가 없음을 느낀다. 그 증언들과 기록들이 내 고백과 함께 다 모여서 '나'라는 사람을 파악하게 되는 시점은 내가 죽기 전엔 불가능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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