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 푸어, 빈곤의 경계에서 말하다
데이비드 K. 쉬플러 지음, 나일등 옮김 / 후마니타스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원서로 읽음) 

invisible in America..?

실상은 월마트에서도 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아주 전형적인 예로, 늦은 저녁에 마트에 가면 아이들을 줄줄 데리고 마트에 오는 어린 부모들을 만날 수 있다. 엉덩이까지 내려오는 바지를 입고 눈썹에 링을 달고 있는 대머리 백인 아빠, 파자마 같은 바지를 입고 샌들을 질질 끌고 엄청 피곤해보이는 얼굴과 몸짓의 어린 엄마. 두세명의 아이들은 입이 떡 벌어질만큼 지저분하다. 도대체 아이들에게 옷은 빨아입히는 건지 의문이 들 정도로. 양말만 신고 마트를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부모가 계산하는 동안 바닥에 주저앉아 껌을 만지작거린다. 위생개념, 공중도덕,. 과연 밖에서 저 정도라면 저 사람들이 사는 집은 어떨지 궁금해진다. 우린 미국에서 그런 사람들을 꽤 자주 본다.

 

working poor. 일하고 있지만 가난한 사람들을 말한다.

자유와 기회의 땅,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축에 드는 미국에서

아무리 아무리 일해도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는, 그렇지만 그런 미국을

바닥에서부터 떠받치고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빈곤층에 대한 고찰이다.

유색인종, 싱글맘, 이민자, 백인 빈곤계층, 이들의 구성은 다양하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를 다뤄서 퓰리처상을 받은 이 책의 저자는

미국의 빈곤문제를 개인적 차원과 사회구조적 차원으로 균형있게 다룬다.

 

빈곤의 원인으로는 미국의 높은 living standard(예를 들자면, 미국에선 아무리 가난해도 차가 필요하고 tv를 봐야함), 사회적 안전망의 부실, 건강보험제도의 함정, 개인적인 문제들(건강, 나태함, 교육부족, 알콜 혹은 약물중독 등등등...)이 복합적으로 얽혀있기 때문에 그 해결을 위해서도 총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저자의 지적이다. 그러한 시각으로 빈곤문제를 점차적으로 해결해보려는 시도가 미국 내에서도 없진 않다. 그 예로 보스턴 모 병원의 소아과(정확히 기억안남 ㅜㅜ)에서는 소아과의사, 복지전문가, 정신과 전문의, 변호사 등이 한 팀을 이루어서 영양이 극도로 결핍되거나 만성적인 천식에 시달리는 아이들을 돕고 있다. 쉽게 말하면, 최저임금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부모들이 아이에게 깨끗한 주거환경을 제공해줄 수 없고, 그 때문에 아이의 천식은 낫지 않고, 천식 때문에 아이는 학교에 제대로 출석하지 못해 교육수준이 뒤떨어지게 되고, 아이가 천식발작이라도 일으키면 병원에 가기 위해 직장에서 빠져나와야 하고, 그러다 보면 또 해고되고,... 이런 악순환에서 어느 한 고리라도 끊어보기 위해 변호사가 고용되어 건강한 주거환경을 제공할 수 있도록 집주인에게 곰팡이 청소, 배관시설 점검 등의 압력을 넣는 식이다. 혹은 아이의 사정으로 인해 작업장에서 잠시 빠져나와야 하는 상황을 소아과 의사가 그 부모의 직장상사에게 자세히 설명하는 식이다. 미국인답지 않게, 매우 깊은 개입이랄까.

어찌됐건, 그런 노력으로 상황은 나아지지만 문제는 너무 더디고 약하다는 거다. 보다 근본적이고 보다 힘센 권력(정부)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어쩔 수 없이 미국이라는 강대국이 굴러가기 위해서는 가장 밑바닥에서 일하는 계층이 존재해야 하므로 미국은 이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의 삶은-내가 읽으면서 한숨을 푹푹 쉴 정도로-너무 비참하다. 생활수준이 높은 미국이기에 그 그림자가 더 짙은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어찌보면 딱딱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이 책을 몇 주동안 손에서 떼지 못한 채 정말 열심히 읽었는데, 미국인들과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알게 된 느낌이다. 내가 보고 느낀 것만으로는 이들을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적지 않았었다. 아울러 빈곤문제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 좀 더 학문적(?)으로 빈곤문제를 생각해보기 시작했다.(어떻게, 는 비밀이다.ㅋ)

우리나라 번역본으로도 ("워킹푸어") 나와있는 걸로 안다. 아무래도 한국과 미국은 아주 많이 다르지만 그 차이 속에서 한국의 빈곤문제에 접근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아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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