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
홍자성 지음, 도광순 옮김 / 문예출판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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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채근담

삶이란 영원(永遠)의 시간 속에 찰나(刹那)를 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극히 짧은 시간을 살지만 이 시간 속에 우리는 많은 감정의 변화를 느끼게 된다. 기쁨, 행복함, 분노, 쾌락 등 수많은 감정에 빠져 자신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채근담을 읽고 있자니 동양철학이나 서양철학이나 그리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느낀다. 이성 중심의 철학이 채근담에도 담겨 있다. 중용이라는 것이 없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말에는 나도 동의한다. 채근담은 어쩌면 절대 선()을 말하는 것 같다. 이 책을 쓴 홍자성은 중용적인 삶을 살았을까? 하는 의문이 들긴 한다.

요즘 느끼는 감정의 변화에 무척이나 힘이 들었다. 채근담을 읽으면서 고개가 끄떡여지는 대목이 여럿 있었다. ‘나를 괴롭히는 악마는 내 마음속에 있다. 자신의 사심과 사욕을 극복하고 번뇌와 망상을 모두 퇴치하면 본심이 바로 잡히고 모든 악마가 흩어져버린다.’는 문장은 특히나 그랬다. 나를 잡지 않고 생각을 해봤자 내가 아닌 상태이기에 온전한 생각을 할 수 없으니까.

남의 실수에는 크게 욕하고 자신의 실수에는 관대한 사람들이 많다. 자신의 비밀은 감추고 남의 비밀은 퍼트리는 실수 또한 하지 말아야 한다. 이는 다 자신의 부덕함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는 행위이니까. ‘“너한테만 말하는 건데.” 이 말을 하는 순간 비밀은 없어진다.’라고 한다. 그러고 보면 상대방의 불행이 자신에겐 즐거움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나는??

생각을 한다는 것은 이성적인 행위이다. 생각을 하기 위해서는 기분을 다 잡아야 한다. 마음이 어지럽다고 술을 마시면 더 생각할 수 없게 된다. 그런데뭐 이게 말처럼 쉽나 싶기도 하다.

요즘 죽음에 대한 책을 몇 권 읽었다. 삶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려고 읽었는데 채근담에도 이런 구절이 있었다.

試思未生之前有何象貌 又思旣死之後作何景色 則萬念灰冷一性寂然 自可超物外遊象先

풀어쓰면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기 전에 어떤 형태로 존재했으며, 또 죽은 후에는 어떤 모양이 될 것인지를 생각해보라. 그러면 이제까지의 모든 부질없는 집착, 욕망, 고뇌는 식은 재처럼 사라지고 오직 본성만 남는다. 그리하여 모든 속세의 사물에 구속됨 없이 현실의 상대세계(相對世界)를 초월해서 그 이전의 절대세계(絶對世界)에서 노닐 수 있을 것이다.’

이 문장을 받아들이는데에는 각자의 경험이 밑바탕 될 것이다. 삶도 죽음으로 가는 과정의 하나라는 말이 있다. 자신이 소멸하는 죽음을 안다면 지금 이 감정도 한 순간 느끼는 찰나의 감정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감정 소비는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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