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한 수를 두다
장석주 지음 / 한빛비즈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바둑 용어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말이 있다. 장고 끝에 악수를 둔다는 말이 생각이 난다. 너무 깊고 오래 생각하면 좋은 방안이 나오지 않는 다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겠지만, 어떤 일이 일어나면 우리는 장고를 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몇 년 전 시크릿 가든이란 드라마에서 현빈이 한말이 생각이 났다. 이태리 장인이 한 땀 한 땀 정성을 들여 만들었다는 반짝이 추리닝. 그만큼 정성을 다했다는 말이다. 입는 옷에도 정성을 들이는데 하물며 우리가 사는 인생은 더하면 더하겠지. 그래서 장고라는 말이 나왔을 것이다. 온 정신을 집중하여 바둑을 두듯이 우리네 인생도 한 수 한 수 정성을 다하며 사는 것이겠지. 하지만 우리는 그러지 않을 때도 왕왕있다. 장고 끝에 악수가 아니라 그냥 직관적인 악수를 두는 경우도 허다하다.

수천 년 동안 바둑이 두어졌지만 같은 수는 없다 한다. 50억 넘는 사람들이 살아도 같은 인생없다. 바둑을 둘 때 첫 수의 착점을 찾는 것처럼 우리는 사회초년생이 될 때 첫 착점에 온 힘을 기울인다. 그 이후에는 미친듯이 기세를 몰아 내 첫 착점이 옳다는 것을 증명해 보일려고 한다. 어느덧 초중반에 이르렀을 때 잠시 숨고르기를 한다. 이게 맞나? 이제 장고를 하게 된다.

사회초년생부터 열심히 닦아 놓은 대마불사의 길로 가느냐? 내 꿈을 잠시 접어 놓은 미생마를 살려 볼 것인가? 가정이라는 요석을 움켜주고 가야 하기도 하고바둑에는 덤이라도 있지만 인생이라는 바둑에는 덤은 없다. 사활을 걸고 한 수를 두어야 한다. 어떤 수를 두어야 하는지는 다 알고 있다. 신의 한 수를 두어야 한다. 그것도 아니면 악수는 막아야 한다.

삶은 한번 시작하면 멈출 수 없다. 바둑도 그렇다. 한번 두기 시작하면 정해진 시간 내에 두어야 한다. 너무 장고를 하게 되어 초읽기가 끝나면 패배하고 만다.

이제 한 수를 둔다

저자는 위기십결((圍棋十訣)을 인용하면서 이 책을 10개의 장으로 나누어 서술하였다. 경영학과 노장 사상등을 인용하여 훈수(?)를 두었다. 그 중의 백미는 무위라 생각한다. 무위는 자연을 의미한다. “자연(自然) = 스스로 그렇게 되다.” 모든 것을 자연에 따르고 인위적인 작위를 가하지 않으면 될 것 같다. 깊은 강은 소리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만큼 순리대로 흐르기 때문이 아닐까? 협곡에서 요란한 소리가 나듯이 마음을 깊게 다잡고 세상 이치에 흐르듯이 사고하게 된다면 자연(自然)의 한 수가 될 듯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