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청목 스테디북스 64
이상 지음 / 청목(청목사) / 2001년 6월
평점 :
절판


우연히 읽게 된 오감도의 일부분-그것은 나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난해하고 특이한 시는 처음이었다. 작가가 천재작가라 불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의 소설인 날개도 읽어 보았지만 정말 큰 충격이었다. 나는 그것을 계기로 이상이라는 작가에 완전히 매료되었고 이후 그의 작품들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내가 이상에게 매료된지 2달 정도 지났을 때, 이상의 시을 감상하던 나는 문득 그의 소설들도 한번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시가 너무 난해했기 때문에 소설은 좀 다르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였다. 그리하여 나는 가장 접하기 쉬웠던 '날개'를 다시 한번 읽게 되었다.

다시 읽은 날개는 전에 읽었을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이상의 시들을 읽고난 다음이라 은연중에 그시들과 비교해가면서 읽었는데 읽으면 읽을 수록 날개의 표현방식이 이상의 시들의 그것과 많이 닮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점은 전에는 느낄 수 없던 시에서 느낄수 있었던 난해함들이 주는 충격을 다시금 느끼게 해주어 날개를 다시 읽게 된 것이 정말 잘된 일이라는 생각이 들게했다.

전에도 느꼈던 느낌인 '주인공에 대한 동정심'은 이번에도 느껴졌다. 전과 다른 점이라면 이번에는 작가 이상에 대한 느낌이라는 것이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글속의 '나'는 작가 '이상'이다.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라는 첫문장에서 나는 이 '천재'가 '천재작가 이상'을 가리킨다는 강렬한 느낌을 받았다. 이런 이유로 나는 '날개'를 '이상'이 자신의 이야기를 나에게 들려주고 있다고 생각하며 읽어갔고 주인공에 대한 동정심을 작가 '이상'에 대해서도 느끼게 된 것이다.

'날개'에서 '나'는 지식인이긴 하지만 햇빛조차 들지 않는 골방인 아랫방에 갇혀있다시피하여 부인이 한번씩 내어주는 음식을 새장의 새처럼 받아먹기만하는 수동적인 인물이다. 그의 세계는 아랫방과 부인의 방인 윗방이 전부다. 정말 비참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그는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인 것이다. 이런 그의 모습에서 정말 강한 동정심을 느꼈다. 모르긴 몰라도 '이상'도 이런 상황에 있었을 것이다.

'날개'의 마지막 부분에서 '나'는 부인이 어떤일을 한는지 알게되 부인이 그를 속였다는 사실에 무척 괴로워한다. 그러다 몸에 이상한 것이 돋아나는 것 같다는 그만의 생각을 가지게 된다. 그는 그것이 전에는 있었지만 지금은 없는 '날개'라고 말하며 외친다. '날자. 날자꾸나...' 이부분은 내가 가장 큰 동정심을 느낀 부분이었다. 괴로운, 비참한 자신의 현실을 알게 된 그가 선택하고자 한 것은 '날개'였다. 하지만 그 '날개'는 실재하지 않는 것이다. 현실이 너무 괴로워 실재하지 않는 것을 느끼고 그것에 의지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어 하는 작가 '이상'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는 더욱 강렬한 느낌이 이부분에서 들어서 더욱 큰 동정심과 안타까움이 들었다.

'이상'은 천재작가라고 칭송받고 있지만, 원래 건축설계사였다. 건축설계사로서의 그의 재능도 천재적이어서, 그는 총독부건물을 설계하는데 참여하는 등, 많은 건축설계에 참여했다고 한다. 자신의 재능을 적- 일본을 위해 써야했기에, 가지고 있던 재능들을 모두 발휘할 수 없었기에, 그의 재능이 '나'라는 인물처럼 골방같은 곳에 갇혀 있었기에, 이상은 자신의 재능을 밖으로 나오게 해줄 '날개'를 원하지 않았을까? 어쩌면 '날개'라는 것이 그에게는 천재적 소질을 맘껏 발휘할 수 있었던 그의 작품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소설 속 '나'의 '날개'가 실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그가 재능을 바쳐 만들어 냈던 작품들을 이해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날개라는 작품을 다시 읽으면서 나는 이상에 대해 더욱 많이 생각하게 됐다. 이해를 전혀 할 수 없던 그의 시들과는 달리 날개는 조금이나마 이해가 되어 이상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기에 그렇게 된 것 같다. 이상이 다른 소설작품들도 썼다고 하는데, 다음엔 그 작품들을 읽어봐야겠다. 그렇게 다른 작품들을 읽다보면 이상에 대해 더욱 많은 사실들을 알 수 있을지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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