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사구시 한국경제 - 통념을 허무는 10가지 진단과 해법
강신욱 외 지음, 원승연 엮음, 이건범 기획 / 생각의힘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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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덜컹대는 지하철 안에서 우연히 시국을 염려하는 두 노인 간의 대화를 듣게 되었다. 외관으로 파악되는 그들의 나이로 짐작컨대 그들은 아마도 6·25 전란 때 청소년 또는 청년 시절을 보냈고, 그 이후 자유당 정권과 유신헌법, 1987년 헌법개정 등 우리 사회가 겪어온 여러 부침들을 직접 겪거나 목도하였을 것으로 추정되었다. 그들이 구사하는 어휘는 지하철 노인석과는 어울리지 않게 꽤 지적이었다고 할 수 있는데, 그래서인지 나는 자연스레 그들의 대화에 좀 더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그 노인들이 말하는 주제는 딱 한 가지였다. 이 사회에 더 이상 훌륭한 지도자가 출현하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우리 사회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과연 그럴까? 

 

 

 

나는 이 질문에 관한 단서를 최근 읽은 <실사구시 한국경제: 통념을 허무는 10가지 진단과 해법>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이 책은 1980년대 암흑의 군사독재 시대에 경제학도로서 지향해야 할 바에 대해 함께 고민하던 10명의 저자들이 2000년대 들어 5년 동안 매월 토론회를 개최하고, 그 과정에서 찾게 된 공통된 인식의 지평을 서술한 책이다. 1명이 아닌 10명이 각자 해당 주제별로 집필을 도맡았기 때문에 모든 주제에 관한 10명의 관념이 동일하다고 단언할 수 없지만, 적어도 이 책의 전체를 관통하는 단 하나의 관념이 존재한다. 바로 실사구시. 우리는 실사구시라고 하면, 조선시대 성리학이나 정쟁을 둘러싼 논쟁에 몰두하느라 근대로 나아가지 못한 우리 조상들을 떠올린다. 그들은 실사구시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점령 당했으며, 훗날 청나라, 러시아, 일본 등 외부 세력 중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다.

 

 

 

위와 같은 도식적 설명이 타당한지와는 별개로, 많은 역사적 증거들은 우리에게 이념에 치우친 논쟁은 실질적인 답을 제공하기보다 소모적인 분쟁을 일으켜 결국 외부적 위험에 취약하도록 하여, 그 사회의 패망으로 귀결시킨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러한 과정이 필연적이라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귀납적으로라도 우리는 이러한 추론을 해볼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실사구시적 태도로 어떤 공동체의 문제에 관한 답을 찾는다 함은, 사상누각적인 언어적 논쟁에 머무르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천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이를 가지고 외부적 위험에 충분히 대비하겠다는 의미이다. 이 책의 문제의식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실제로 <실사구시 한국경제: 통념을 허무는 10가지 진단과 해법>은 여러 통계적·비교학적 근거를 들고, 가능한 한 실사구시적 태도로 일관하여, 이른바 보수·진보의 단순한 대립 양상을 벗어난 방안을 찾고 있다.  

 

 

 

<실사구시 한국경제: 통념을 허무는 10가지 진단과 해법>의 목차는 이 책의 저자들이 생각하는, 오늘날 한국사회가 당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들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즉,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중국의 부상과 한국의 미래?", "북한이라는 이웃과 함게 사는 법", "우리 사회의 소득은 왜 불평등해졌는가?", "우리 사회 일자리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청년 실업 문제의 해법 찾기", "사교육에 갇힌 한국 교육", "베이비부머의 부동산 출구 전략", "사회간접자본 투자, 어떻게 볼 것인가?", "원전 문제 해결과 에너지 전환을 위한 '이이제이' 전략" 등 10가지 문제는 대학교수 또는 연구원인 저자들이 이 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들이라고 꼽고 있는 것들이다. 누구든지 이 중에서 자신이 생각했을 때 한국사회가 처한 가장 심각한 문제를 꼽을 수 있을 만큼, 이 책의 주제 선택은 적확하고 또 시의성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사구시 한국경제: 통념을 허무는 10가지 진단과 해법>를 읽으면서 모든 정책 결정자들과 젊은이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책의 서술은 설득력이 있었다. 물론 개인적으로 모든 글, 문장에 동의를 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문제의식이라는 측면에서 보다 진전된 인식을 보여주고 있음은 틀림없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이 책에 나온 문제의식과 대응방안은 이 사회의 구성원이라면 모두가 귀 기울여 들을 만한 것이다. 지하철 내 두 노인들이 타당하게 지적하였듯이 현재 우리사회에는 사상적 지향점을 제시해줄 지도자가 부재한 실정이고, 대다수 국민들은 소위 지도층이라고 하는 자들이 벌이는 소모적인 설전에 조금씩 아니, 이미 상당 가량 지쳐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점에 <실사구시 한국경제: 통념을 허무는 10가지 진단과 해법>은 이른바 '실속'이라고 불리는 실용주의적 관념을 바탕으로 (단지 '경제' 문제에 제한되지 않는)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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