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증의 기술 -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말하고 쓰기의 모든 것
앤서니 웨스턴 지음, 이보경 옮김 / 필맥 / 200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고나서 얻은 가장 큰 배움은 '논증의 기술'이 생각보다 아주 쓰임새가 많은 유용한 기술이라는 것이다. 맞선을 강요하는 부모님 설득하기, 직장에서 논리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말하기, 그리고 대입 수능 시험이나 취업 및 승진 시험까지. 논리적인 글쓰기의 적용 범위는 무궁무진했다. 

이렇게 삶 속에서 다양하게 사용되는 논증을 위한 간단하지만 유용한 기술들이 이 책에는 쉽고 재미있게 설명되어 있다. 이 책의 저자, 앤서니 웨스턴은 철학 교수임에도 이론적 설명보다는 실용적인 내용들을 알차게 담았다. 아주 얇고 가볍지만 실제적이고 유용한 내용으로 가득찬 실속있는 책인 셈이다. 

 책 속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대목은 바로, 세상 모든 엄마들이 하는 '올해는 결혼해라'는 잔소리에 대처하는 방법이었다. 당장 올 가을 추석 연휴에 사용해 볼 수 있겠다. 책 속에 예로 제시된 구절은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줄리엣의 어머니가 줄리엣에게 한 잔소리다.

이제 결혼을 생각해봐야지. 너보다 더 어린, 이곳 베로나에서 존경받는 귀부인들은 벌써 엄마가 되었단다. 내 계산에도, 나는 네 나이 때 이미 너의 엄마였단다. 그런데 너는 아직 미혼이구나.

15세기 줄리엣이나 21세기 우리나 어머니에게 듣는 잔소리는 전혀 다를게 없었다. 변함없는 엄마들의 잔소리에 짜증이 솟아오르지만 잠시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우리는 과연 위 주장을 일반화된 결론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할까. 
 
저자는 위 주장을 무턱대고 받아들이기 전에 논리를 꼼꼼하게 살펴보며 반박할 점을 찾아볼 것을 권한다.
 
먼저, `베로나에서 존경받는 귀부인`와 같이 많은 수의 사람들을 묶어서 설명할 때에는 최소한 둘 이상의 예를 들고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위의 주장에는 이에 대한 예시가 없으니 우선 무효이다.
 
거론된 예들은 정확한 사실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보다 정밀한 논증을 위해서는 정확한 자료 조사가 필수이다. 실제로 베로나에 살고 있는 존경받는 귀부인들이 대부분 결혼을 했고, 아이를 낳았는지 정확한 통계 자료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
 
예로 거론된 사람들이 대표성이 있는지도 중요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기혼 여성들, 그것도 결혼한지 5년 이상된 여성들만 모아놓고 조사한다면 당연히 아이가 있는 여자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논증은 신뢰할 수 있는 전제들에서 시작해야 한다. '많은', '대다수의' 와 같은 애매한 표현은 곤란하다. 구체적으로 몇 퍼센트의 여자들이 평균 몇 세에 결혼하여 아이를 낳았는지를 정확한 숫자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이를 반박할 사례가 있는지도 확인할 것을 권한다. 반례가 떠오르면 언제든지 자신이 내린 결론을 수정해야 한다. 원래의 주장을 완전히 포기할 수도 있고, 그저 한 발 뒤로 물러설 수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위와 같이 생활 속의 사례를 통해서 살펴본 `예를 통한 논증`의 규칙은 실제 삶 속에서도 유용하게 적용될 수 있을 듯하다. 이외에도 책에는 9가지 다양한 논증을 위한 규칙들이 쉽고 재미있게 설명되어 있다. 부록에는, `비판적 사고`나 `논리적 글쓰기`에 대해 보다 깊게 파고들기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추천서 목록까지 꼼꼼하게 제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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