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에스트로 정명훈의 Dinner For 8 - 사랑하는 아내와 세 아들, 그리고 그들의 미래 반려자들과 함께
정명훈 지음 / 동아일보사 / 2003년 9월
평점 :
절판


 
위대한 마에스트로, 정명훈. 그의 요리책에는 소박한 꿈이 담겨있다. 지금은 세계 각지에서 흩어져 살고 있는 장성한 세 아들들이 모두 결혼하면 8명의 대가족을 위해 직접 요리를 해서 함께 먹는 것이다. 그의 꿈에 꼭 필요한 웰빙 레시피와 그에 잘 어울리는 클래식 음반 이야기까지 한권의 요리책에 담겼다. 

첫 장을 펴자, 세계를 누비는 음악가답게 푸아그라, 캐비아 등 최고급 재료로 만든 고급 요리들을 즐길거라는 편견은 일찌감치 깨졌다. 텃밭 가꾸기가 취미인 아내를 닮아, 텃밭에서 직접 가꾼 루콜라로 만든 신선한 샐러드와 기르는 닭이 갓 낳은 따끈한 달걀로 만든 오믈렛을 즐겨 먹는단다. 어쩌다 생긴 자투리 재료, 파뿌리나 당근 줄기 하나도 결코 소홀히 하는 법이 없다. 먹다 남은 와인은 항아리에 부어놓고 한 일주일 기다려 신맛이 강하고 맛있는 와인 식초를 직접 만들어 먹는다.
 
브루스케타, 마늘 빵 등 간단한 애피타이저부터, 신선한 샐러드, 다양한 파스타와 샌드위치 그리고 고기와 생선 요리들까지. 하나같이 간단하고 쉽게 만들 수 있는 이탈리안식 웰빙 요리이다. 일반적인 요리 책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칙피' 등을 이용한 새로운 웰빙 레시피들이 눈에 띈다. 칙피는 지중해 연안이나 남아메리카에서 즐겨먹는 콩으로, 빵에 발라 먹는 스프레드나 스프를 만들어 먹으면 좋다고 한다. 

본격적으로 마에스트로 정명훈이 추천하는 웰빙 요리와 잘 어울리는 클래식 음반 이야기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위대한 음악가 베토벤의 '교향곡 제 9번 합창곡'을 그는 이렇게 평했다.  

"위대한 베토벤 스스로도 최고의 작품이라 여겼던 <교향곡 제9번 합창곡>은 기쁨을 나누는 자리에 잘 어울린다. 고뇌를 넘어 환희에 이르는 감정이 극치의 경지를 이루고 있어 벅찬 감동을 경험할 수 있다."
 
이 곡을 들으며 먹으면 좋을 음식으로는, 게와 새우, 그리고 새우 국물을 뭉근히 끊여 만든 `게소스 스파게티`를 추천했다. 진한 풍미의 게소스 만드는 법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다음으로, 서정적이고 로맨틱한 선율이 잘 살아 있는 슈베르트의 '교양곡 제 3번'을 들을 때는, 토마토를 곁들인 상큼한 오이페타치즈 샐러드를 추천했다. 
 
부부나 연인끼리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할 때는 제철 가지를 듬뿍 넣고 만든 토마토소스 스파게티와 함께 드보르자크의 '세레나데'를 들어보자. 현악기만으로 연주되는 부드럽고 정감 어린 선율이 사랑하는 이들의 속삭임처럼 들릴 것.
 
서정적이고 부드러운 음색이 특징인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제2번'은 연인들의 감미롭고 로맨틱한 분위기 연출에 더없이 좋으며, 구운 가지에 치즈를 듬뿍 올린 가지 라자녜와 잘 어울린다.
 
우리나라 CF에도 많이 쓰여 귀에 익은 선율인 에릭 사티의 <너를 원해>는 달콤한 디저트, 애플 크럼블을 연인과 한입 씩 나누어 먹으며 들을 수 있는 예쁜 곡이다.
 
다소 나른해지는 한여름 점심 식사로는 시원한 생 토마토 스파게티를 추천하며, 함께 들을 곡으로는 멘델스존의 <한여름 밤의 꿈>을 추천한다.
 
소박하지만 내공있는 웰빙 요리 레시피와 그에 어울리는 음악까지 추천하는 내공이 예사롭지 않다. 알고 보니, 그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요리하는 것을 무척 좋아해 부모님이 운영하는 코리안 식당의 주방일을 거들었다고 한다.
 
위대한 지휘자의 숨겨진 삶을 엿보는 즐거움과 함께, 웰빙 요리와 함께 들으면 좋은 클래식 음반 추천까지. 그야말로 오감을 자극하는 제대로 된 요리책으로 추천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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