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보다 Vol. 2 벽 SF 보다 2
듀나 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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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가지는 의미를 SF로 풀어낸 단편 모음집이다

여섯 명의 작가들은 이라는 공통된 하나의 소재로 이야기를 시작해가지만, 결말로 향하는 걸음은 겹치는 모양 없이 제각기 다른 발자국들을 남긴다.


 책을 덮은 뒤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슈뢰딩거의 고양이 실험이었다. 이 이론에서는 우리가 상자의 문을 열어 고양이를 확인하기 전까지 상자 속 고양이는 살아있으면서도 죽어있다고 설명한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어떠한 벽 앞에 서서 그 문을 열기 전까지 벽 너머에 무엇이 있을지 예측할 수 없다. 완전히 막혀있을 수도, 또 다른 차원이 펼쳐질 수도 있다. 어디로 통하는지 알 수 없는 무한한 가능성의 시공간이 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벽 앞에 늘 신중해야 한다. 거대한 벽을 맞닥뜨렸다고 너무 쉽게 좌절하지도 말고, 벽 너머에 낙원이 존재할 거라고 막연히 꿈꾸는 것도 금물이다. 저 벽을 지났을 때 내가 잃는 것과 얻는 것은 무엇인지 손가락을 하나씩 접어가며 그 가능성을 가늠해 보아야 한다.

 

 어쩌면 벽은 우리를 뒤돌아가도록 만드는 장애물도, 반드시 뛰어넘어야 하는 어떠한 사명도 아닌, 현재 자신이 지니고 있는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잠시 우리를 세워두는 일종의 이정표가 아닐까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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