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절 워버턴의 [철학자와 철학하다]

철학자와 철학하다 - 소크라테스에서 피터 싱어까지 작은 철학의 역사
나이절 워버턴 지음, 이신철 옮김 / 에코리브르 / 2012년 3월

부제가 [작은 철학의 역사]인 이 책은 소크라테스에서부터 피터 싱어에 이르기까지 주요한 철학자 하나하나를 중심으로 짧게 그 철학자들의 사상을 소개하는 책이다.

나로서는 이 책을 통해서 배운 게 꽤 있었는데 본격적으로 철학에 대해 공부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고 또 현재에 와서 과거 철학자들이 시시콜콜한 깊은 생각의 흐름까지 따라가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내 처지에 딱 맞는 책이 [철학자와 철학하다]인 것 같다.

단, 결정적인 아쉬움은 서양철학사에 한정되어 있다는 점일 것이다. 실제 동양철학에 대한 개설서는 찾기 쉽지 않다. 또한 어쩔 수 없긴 한 것인 지도 모르지만 지리하게 이어지는 신의 존재 여부에 대한 여러 사상들은 내게는 별로였다.

이 책을 읽고 가장 인상에 남는 철학자는 역시 칸트, 쇼펜하우어, 사르트르 , 그리고 롤스 정도이다.

다음에는 이들의 사상을 좀더 이해할 수 있기를 바라지만 원 저작을 읽고 싶은 마음은 적으니 알랭 드 보통의 [철학의 위안 - 불안한 존재들을 위하여]를 읽게 될 것 같다.

시간 여행에서 만난 사랑 – 스티븐 킹의 [11/22/63]

11/22/63 - 1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11월

내가 읽으면서 이렇게 끝날지도 모르겠다고 추정한 생각 중 하나가 들어맞아서 그럴까? 1권을 읽었을 때의 그 흥분은 2권의 중반부로 접어들면서 지루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중반부 지루한 사랑 얘기와 오스왈드를 추적하는 지리한 과정이 반복되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결말은 흥분할 정도는 아니더라도 만족할만한 했다. 시간 여행이라는 소재에서 아주 독창적인 스토리를 뽑아낸 것은 아니라 할 지라도 토끼 구멍으로 들어설 때마다 역사가 리셋된다는 설정이라든가, 아주 평범한 한 사람이 어떻게 변해가는가 하는 부분이라든가 하는 점은 영웅이 등장하던 기존의 시간 여행 이야기와는 차별점이 분명히 있었다. 게다가 63년으로 돌아가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을 막아서 역사를 좀더 좋게 만들겠다는 아이디어는 읽는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데 있어 최상의 카드였다.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결말이 크게 감동이나 충격을 주지는 못했다는 점은 말해야겠다. 시간 여행을 통해 이뤄지는 사랑 이야기라고 해야 할까.

읽고 난 뒤의 간략한 소감을 말하자면, 먼저 수십년의 시간대를 뛰어 넘어 사랑을 한다는 것이 이런 기분일가를 느끼게 해 주었다는 것.

잠시 후 우리는 서로를 더듬다 꼭 끌어안았다. 그런 채로 입을 맞추었지만, 단순한 입맞춤이 아니었다. 배가 고팠을 때 만난 음식 같았고, 목이 말랐을 때 만난 물 같았다.

- [11/22/63] 2권 39쪽

현자들마저 믿을 수 없는 암흑의 시대에도 사랑한다는 선언은 제 몫을 하는 법이다.

- [11/22/63] 2권 402쪽

또한 수십년 전은 휴대폰도 인터넷도 없고, 버스 안에서 자욱한 담배 연기에 질식할 만한 사회지만, 세상 공기는 현대보다 훨씬 청정했으며 )콜레스테롤이 엄청 들어있다 하더라도) 음식은 엄청나게 맛있었다라는 향수를 불러 일으켜 준다. 물론 미국인이라면 수없이 등장하는 과거의 유행어들, TV 프로그램 대사의 인용들에서 나보다 더한 재미를 느꼈을 법하다. 예를 들면 이런 이야기가 가능한 것이다.

과거 세상은 두 가지 특징이 있었다. 첫 번째는 서류 작업이 훨씬 간단하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믿음으로 이루어지는 일이 우라지게 많다는 것이었다.

- 2권 110쪽

"[호밀밭의 파수꾼]은 읽어 보셨나요?"

"네, 여사님."

"샐린저 씨의 진심 어린 호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50년대가 얼마나 엉망이고, 60년대는 얼마나 훌륭한 시대가 될 수 있는지 이야기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미국의 여러 홀든 콜필드들이 분노를 잃지 않으면요. 용기를 잃지 않으면요."

- [11/22/63] 1권 457쪽 (당시에 호밀밭의 파수꾼은 검열 때문에 학교 내에 비치되지 못하였음)

결국 제이크(주인공)은 다시 돌아온다.(스포일러이긴 하지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1권 초반부만 읽어도 돌아오지 않으면 자기가 케네디를 구한 후에 역사를 어떻게 좋게 만들었는지 확인하지 않을 길이 있겠는가) 그리고... 그 다음엔 어떻게 되었겠는가? 궁금하면 책을 읽어보자.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이 소설은 나약한 한 개인의 노력으로 과연 역사의 수레바퀴를 바꿀 수 있겠는가, 또는 선의라는 것이 정말 최선일까에 대해 우리에게 묻고 있는 점이라고 생각된다.

"과거가 변화에 저항하는 강도는 어떤 행위에 따라 미래가 얼마나 달라지는가에 정비례하는 것 같아요."

나는 앨에게 강의하는 투로 이렇게 말했고, 이건 사실이었다. 그런데 그전까지만 해도 개인적으로 어떤 희생을 치러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는데, 이제는 느낄 수 있었다.

- [11/22/63] 1권 386쪽

가져온 곳 : whizzr.wordpre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