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돌아갈 시간이었다. 오랫동안 고생만 하고 있는 내 아내는 한 해 걸러 아기를 가졌는데 지금도 임신 중이었다. 아내는 전화 통화에서 아이들 중 어린 두 녀석은 성인 남자만 보면 `아빠`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잔디는 허리까지 자랐고, 목장 울타리는 일부가 쓰러져가고 있었으며, 양들은 물가의 풀밭에, 소들은 옥수수 밖에 아무렇게나 돌아다니고 있었다. 내가 할 일이 너무도 많았다.
그리고 나도 돌아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 가족이 보고 싶었고 내 집의 친숙함이 그리웠다. 매일 먹고 자는 일을 걱정하는 것도 지겨웠고 기차와 버스도, 낯선 사람들의 세계에 존재하는 것도, 끊임없이 당황하고 길을 잃는 것도,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 자신이라는 사람과의 재미없는 동행이 지겨웠다. 요즘 버스나 기차에 갇혀서 속으로 혼잣말을 중얼대는 내 모습을 보고 벌떡 일어나 자신을 내팽개치고 도망가고픈 충동을 얼마나 많이 느꼈던가?
동시에 나는 계속 여행을 하고 싶다는 비이성적인 충동을 강하게 느끼기도 했다. 여행에는 계속 나아가고싶게 만드는, 멈추고 싶지 않게 하는 속성이 있다. 해협 바로 저편에 아시아가 있다. 지금 내 눈 앞에 보이는 저기가 아시아 대룩이라고 생각하자 경이로웠다. 몇 분이면 아시아 땅을 밟을 수 있다. 돈도 아직 남았다. 그리고 내가 가보지 못한 대륙이 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그러나 나는 가지 않았다. 대신에 콜라를 한 잔 더 주문하고 오가는 페리들을 바라보았다. 다른 상황이었다면 아시아에 갔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아무래도 상관없다.
여행이란 어차피 집으로 행하는 길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