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 짧아 슬픈 토끼의 열혈 분투기

 

꼬마 토끼 동동이는 남들과 달랐어요. 다른 토끼들은 귀가 길었지만 동동이 귀는 그렇지 않았어요. 짧고 둥글고 두툼해서 마치 작은 버섯 같았지요. 엄마는 동동이 귀가 귀엽고 특별하다고 말하지만, 동동이는 속이 상했어요.

동동이는 자기 귀를 길쭉하게 만들려고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 냈어요. 영양가 있는 음식을 많이 먹어도 보고, 채소처럼 쑥쑥 자랄까 싶어 몸을 땅에 심은 후 귀에 물을 주기도 하고, 빨래집게로 귀를 집어 빨랫줄에 매달리기도 하고……. 그러다 마지막엔 길쭉한 빵을 구워 귀에 붙이고, 자랑스럽게 밖으로 나가 친구들에게 우쭐해 보여요. 하지만 쏜살처럼 독수리가 공격해 와서 동동이의 탐스러운 귀를 낚아챕니다. 위험천만한 순간, 귀를 덮은 빵이 부러지며 동동이는 간신히 살아남게 되지요. 한편 아기 독수리는 어쩔 수 없이 동동이의 귀(빵)를 먹게 되는데, 그 맛에 반하게 돼요. 곧 소문은 온동네에 퍼지고, 동동이는 기회를 살려 빵집을 열어 성공하게 됩니다.  

 

《미운 오리 새끼》보다 먼저 읽어야 할 그림책

 

‘미운 오리 새끼’나 ‘신데렐라’ 이야기 아시죠? 힘든 현실을 이겨내고 행복을 찾게 되는 이야기류 중 대표작들이죠. 그런데 ‘미운 오리 새끼’나 ‘신데렐라’ 이야기를 포함한 대부분의 고전들에서 주인공은 언제나 외부의 도움이나 태생적 요인으로 행복을 찾게 됩니다. ‘설사 자신이 세상에서 환영을 받지 못한다 하더라도 조용히 참고 견디면 언젠가 행복이 찾아올 것’이라는 수동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이지요.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를 전파하기 위해 만들어졌든 아니면 순진한 반성론을 토대로 만들어지고 수정이 가해져 전해졌든지 간에, 어쨌든 이런 동화들의 영향력은 지금까지도 막강합니다. 이와는 달리 《짧은 귀 토끼》의 주인공인 동동이는 긍정적이고 적극적이에요. 수차례의 실패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의지를 굳건히 하지요.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계획대로 실행해 나가요. 바로 이 부분이 고전들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힘이자 이 그림책이 가지는 미덕입니다.  

 

콤플렉스를 극복하는 유쾌한 이야기

 

이 그림책에서 동동이는 결국 자신의 콤플렉스인 짧은 귀를 길게 만들지는 못해요. 대신 자신이 노력하는 와중에서 얻게 된 소중한 경험들 중 하나인 빵 만들기를 통해 자신의 재능을 키워가지요.

아이들은, 물론 성인도 마찬가지지만, 저마다 하나쯤 콤플렉스를 갖기 마련이지요. 작은 키, 못생긴 얼굴, 뚱뚱한 몸, 소심한 성격 등. 친구들의 놀림을 받을 땐 자신의 그런 점이 더욱 싫어지고 부끄럽기만 해요. 그렇다고 언제까지 의기소침해서 지낼 수는 없겠지요. 이 그림책은 아이들에게 동동이처럼 끊임없이 노력하면 자신의 단점을 물리치고도 남을 장점을 발견하게 될 것이란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전해줍니다.

 

또한 이 그림책은 부모님들에게도 유의할 사항을 알려주고 있어요. 뭐니뭐니해도 어린 시절에는 부모님 이야기나 태도가 제일 중요하죠. 평소 아이가 어떤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지 주의 깊게 살펴주어야 하고,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면 그 부분을 보듬어 주어야 해요. 외모에 대한 불만은 외모 그 자체에서 생기는 게 아니라, 외모를 바라보는 그 사람의 마음에서 생기는 거잖아요. 부모님이 먼저 아이가 불만을 느끼는 그 부분을 사랑해 주고 보듬어 준다면 아이의 불만도 점차 누그러질 거예요. 동동이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아이의 짧은 귀에 입 맞추며, 그 짧은 귀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 뽀뽀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속삭여 주는 거죠. 

 

기발한 상상력과 재미로 아이들을 사로잡을 그림책

 

대만의 세계적인 일러스트레이터인 탕탕은 아들 토토를 얻었을 때 친구이자 작가인 다원시로부터 ‘짧은 귀 토끼’ 이야기를 선물로 받았습니다. 한동안 그림책 작업을 하지 않은 상태였지만 이야기가 주는 강렬함에 다시 그림을 그리게 되었습니다. 주인공의 모습은 물론이고 풀 한 포기까지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를 고민하며 그렸습니다. 간신히 다섯 장의 그림을 그렸지만 한동안 다른 작업들로 인해 중단해야 했습니다.

다시 작업을 시작하려 할 때 탕탕의 아들은 더 이상 아이가 아니었습니다. 그렇지만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았기에 처음 시도했을 때엔 느낄 수 없었던 영감이 샘솟았습니다. 이미 그렸던 다섯 장의 그림을 버리고 새롭게 그려나갔습니다. 주인공 동동이가 먹고, 놀고, 자고, 화내는 모습 등 생활의 사소한 부분까지 표현하고자 애썼습니다. 생동감 있는 인물을 그려내고, 그림의 작은 부분에까지 생명력을 전달하고자 노력하며 한 장 한 장 그림을 완성해 나갔습니다.

설계사처럼 반복적인 사고와 수정 작업을 통해, 탕탕은 더욱 재미있는 이야기와 긴장감 있는 화면을 창조해 냈습니다.  

 

일러스트에 대하여

 

《짧은 귀 토끼》는 아크릴 안료를 사용하여 유화의 부드러운 효과를 살렸습니다. 부드러운 필치로 어린 토끼 동동이의 일거수일투족을 표현했습니다. 모자를 쓰고 부끄러워하는 모습, 케이크를 만들 때의 진지한 표정 등.

따뜻하고 유머러스하면서도, 긴박한 흐름의 이야기와 조화를 이루는 장면들이 어울려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합니다. 독자는 어느 순간 동동이와 함께 상상하고, 귀를 늘리는 갖가지 방법을 시도하고, 부엌에서 함께 희망의 빵을 굽고, 광활한 초원에서 독수리의 공격을 피하게 될 것입니다.

탕탕은 다양한 구도와 색조를 통해 재미 있고 짜임새 있는 희극처럼 긴장감을 조성해 냈습니다.

 

 

저자에 대하여

 

글 : 다원시達文茜

 

책 만드는 일이 직업이고, 책 읽는 게 취미이며, 글을 쓸 때 가장 행복한, 온종일 문자와 함께 하는 사람입니다. 《요괴의 숲妖怪森林》으로 1996년 대만 유력 일간지 ‘민생보民生報’ 선정 ‘가장 아름다운 동화상’을, 《아인슈타인 사랑하기愛因斯坦》로 1999년 ‘가장 아름다운 그림책 상’을 받았습니다.

 

그림 : 탕탕唐唐

 

본명은 탕쇼난唐壽南으로, 대만의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어린 시절의 순수한 즐거움을 되살려 아름답고 생동감 있는 그림책 작업을 하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라고 합니다. 아이들의 심리를 탁월하게 표현한 책들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1994년 《대왕이 되고 싶은 말똥구리想當大王的屎克螂》로 스페인 카탈로니아 비엔날레 일러스트 부분 영예상(Honorable Mention Award of Illustrations in Cataloni)을, 2004년 《내 마음속의 댄스在我心裡跳舞》로 대만에서 가장 권위 있는 어린이책 상 중 하나인 금나방(金蝶獎, Golden Butterfly Awards) 일러스트레이션 영예상을, 2004년 《달걀 훔친 용偷蛋龍》으로 아시아 일러스트레이션 재팬 비엔날레(Biennale of Asian Illustrations Japan)에서 영예상을 받았습니다. 그 외에도 《개 끄는 남자牽狗的男人》, 《마술 숲의 타롯魔法森林塔羅牌》,  《난장이 영혼들의 축제矮靈祭》 등 작품이 있으며, 2005년에는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대만관에서 대만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되어 원화를 전시하였습니다. 

 

옮긴이 : 심윤섭

 

고려대학교에서 중어중문학을,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에서 중국지역학을 공부했습니다. 네 살배기 재서의 아빠로, 중국과 대만의 좋은 책들을 우리 아이들에게 소개하는 데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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